과반노조 시대 맞은 네카오…노사 소통·협력 확대 관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1.24 13:22

본사·계열사 직원 가입률 50% 돌파
임금 협상·주요 의사결정 영향력 ↑
복지 향상·지속가능성 확보 긍정적
의결 미뤄지면 신사업 등 차질 우려
“내부 혼란 축소 방안 모색 필요”

카카오 노조 집회

▲지난해 7월 경기 성남시 카카오판교아지트 앞 광장에서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조합원들이 고용 불안 해소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벌이는 모습.

네이버·카카오의 노동조합 가입률이 설립 6년 만에 50%를 넘은 것으로 확인됐다. 과반노조 지위를 확보함에 따라 실질적 협상력이 강화될 전망이다. 이를 계기로 정보기술(IT)업계에 불고 있는 '노조 바람'이 한층 거세질지 관심이 쏠린다.




24일 민주노총 산하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지회(공동성명)에 따르면 네이버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이 지난 19일 기준 50%를 돌파했다. 여기엔 본사와 함께 △네이버웹툰 △엔테크서비스 △네이버제트 △스노우 △스튜디오 리코 등 6곳이 포함됐다.


앞서 지난달엔 카카오 통합 노조인 '크루유니언'의 가입률도 50%를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양사 노조와 사측은 전체 직원 데이터를 바탕으로 과반 여부를 교차 검증하는 절차를 진행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모수 집계 기준 수립 등 협의를 거칠 예정이다. 해당 작업을 거쳐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대표 지위를 인정받을 수 있다.



과반노조로 인정될 경우, 전체 근로자들을 대신해 임금 협상 및 의사결정 과정에 나설 권리가 확대된다.


가장 큰 특징은 정리해고 및 근로 조건 변경 등을 사측이 임의로 결정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때 과반노조 의견 청취(동의)가 이뤄지도록 의무화했다. 취업규칙은 △근무·휴게시간 △휴일·휴가·교대제△임금 계산·지급 방식 △퇴직 △출산휴가 △육아휴직 △직장 내 괴롭힘 △포상 △징계 등 사항을 규정한다.


노사협의회 근로자위원을 선출할 권한도 가지며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과 같은 주요 현안에 대한 발언권도 커진다. 근로자참여법에 따라 협의회에선 △생산성 향상 △성과 배분 △고충처리 △인사·노무 제도 개선 △작업·휴게시간 △복지증진 △모성보호 등을 논의할 수 있다.




경영상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노조와의 협의가 필수적이다. 과반노조가 있을 경우, 구조조정 단행 50일 전에 성실하게 협의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 탄력근로제·선택근로제, 연차유급휴가, 보상휴가 등도 변경 사항을 시행하기 전 과반노조와의 서면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


사내 안전·보건 관련 주요 사안을 심의·의결하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근로자위원 역시 과반노조가 지명한다.


IT업계는 과거 '노조 불모지'로 통했지만, 대규모 구조조정 등으로 고용불안이 증폭되며 가입이 증가하는 추세다. 연이은 임단협 합의 불발 및 보상 체계, 근무 제도 등에 대한 불만이 누적되며 노조 가입으로 힘을 실어준 모습이다. 이직이 잦은 업계 특성상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네카오는 가장 먼저 노조 깃발이 꽂힌 기업들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번 과반 달성 여부가 기업 경영 활동 및 업계 전반에 미칠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예측된다.


최근 IT노조 조사 결과 노조가 있는 기업의 노동 조건은 개선되는 반면, 그렇지 못한 기업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지속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나 신생 노조 설립에도 속도가 붙을지 주목된다. 조직 문화·운영 방식 등 대기업 경영 체계를 중견·중소 스타트업 등이 벤치마킹하면서 대규모에서 소규모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경영상 의결 과정이 늦어지거나 조직 개편의 유연성 등 강점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속한 판단이 필수적인 인수합병(M&A)이나 신사업 진출 등에 제동이 걸릴 수 있어서다. 이에 따라 노사 간 소통·협력 확대 여부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이와 관련 법조계 관계자는 “근로자 복지 향상 및 기업 지속가능성 확보 측면에선 장기적으로 봤을 때 긍정적"이라며 “의결 과정에서 과반노조와의 협의 사안이 많아짐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조직 내부 혼란을 줄이는 방향을 찾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태민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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