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평 그룹분석 보고서 2017년 ‘먹구름’→ 2020년 ‘사면초가’→ 2024년 ‘이중고’
쇼핑·호텔·케미칼 주력 사업 모두 부진해 회복에 의문… 롯데지주 주가 6분의 1토막
롯데지주 신용도 AA+/안정적→AA-/부정적… 그룹 동반 부잔에 신동빈 리더십 타격
연일 롯데그룹의 위기설이 시장을 달구고 있다. 시장은 이미 예견된 수순이라며 담담히 바라보는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롯데그룹은 주력 사업의 부진과 투자 부담이라는 고질적 문제를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롯데지주를 포함한 37개 계열사는 2025년 정기 임원인사를 발표했는데, 최고경영자(CEO)의 36%와 임원진의 22%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대규모 물갈이였다. 이는 그룹의 강도 높은 체질 개선 의지로 해석된다. 특히 올해 들어 주요 계열사들이 연이어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상황이어서, 그룹이 직면한 위기의 심각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형제의난' 이후 '매년'이 위기
1988년 미국 포브스지에 따르면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은 세계 갑부 랭킹 4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롯데는 꾸준히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롯데 역시 신격호 명예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형제의 난'으로 대변되는 경영 혼란이 온 이후 회사는 어수선해졌다.
이는 한국신용평가사의 그룹분석 보고서 제목을 봐도 알 수 있다. 한기평은 롯데그룹과 관련해 △2017년 '먹구름 짙은 하늘에 바람이 분다' △2020년 사면초가(四面楚歌), 어떠한 묘수풀이 가능할지? △2024년 높아진 그룹 재무부담과 화학 부진 장기화의 이중고 등 긍정적인 단어는 찾기 어렵다.
우선, 2010년 중후반 롯데쇼핑의 부진이 눈에 띈다. 롯데쇼핑은 2016년 연결 기준 29조5264억원, 영업이익 9404억원을 기록하며 승승장구 했다. 당시 롯데쇼핑의 매출은 지난해 쿠팡 매출 31조8298억원과 유사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2021년 매출 15조5736억원, 영업이익 2076억원을 각각 내면서 모두 뒷걸음질 쳤다.
중국 사업 실패와 이커머스 대응 부진이 주요 원인이었다. 중국 사업의 경우, 중국 정부의 사드 관련 경제 보복이 뼈아팠다. 롯데는 중국에 전체 112개 매장을 운영할 정도로 크게 운영하고 있다 보니 손실액도 조 단위에 이르렀다. 이커머스는 롯데쇼핑의 주력 사업이었다. 2018년부터 신 회장은 'DT(Digital Transformation)' 전략을 구사하며 온라인 사업을 강화했었다. 하지만 롯데 그룹의 이커머스 사업은 계열사 간 통합의 어려움, 오프라인과 엇박자 등이 맞물리며 아직까지 성공했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 결과, 롯데쇼핑은 2017년 이후 당기순이익은 매년 적자였다. △2017년 (-)206억원 △2018년 (-)4650억원 △2019년 (-)8165억원 △2020년 (-)6866억원 △2021년 (-)2730억원 △2022년 (-)3187억원 등 지난해 전까지 적자행진은 이어졌다.
코로나 19 펜데믹 시기에는 호텔롯데 부진이 뼈아팠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늘길이 막히며 2020년에는 1조479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호텔롯데는 모객수수료 개선과 같은 흑자 전략과 리오프닝 효과가 겹쳐지며 지난해 132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반등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천 공항 면세점 대신 시내 면세점을 강화하는 사업 전략, 올 3분기 말 연결 기준 차입금의존도가 49.5%에 이르는 높은 타인자본의존도 등은 롯데쇼핑의 구조적인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이주원 한국기업평가 연구원은 “중국 경기 부진으로 중국인의 구매력도 과거 대비 약화됐고, 중국의 경기 둔화와 항공편 회복 지연으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본격적인 면세업황 회복에는 다소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면서 “실제로 2023년 중국노선은 2019년 대비 54%에 불과하며, 2023년 중국인 입국객수도 2019년 대비 34%에 그치고 있다"고 진단했다.
마지막은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2010년대 중반 이후 삼성 그룹에서 롯데 그룹 품으로 온 이후 꾸준히 효자 계열사 였다. 코로나19 당시에는 업황 호조와 함께 2021년 1조535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런데 포스트 코로나19가 본격화된 이후 사정이 크게 악화됐다. 주력부문인 기초화학은 중국과 중동과의 가격 경쟁을 해야하는 상황으로 전환됐다.
이 가운데 계열사들은 부진했다. 롯데건설은 위기설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2조7000억원을 써서 인수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기차 케즘으로 인해 효과가 선명하게 나오고 있지 않다.
◇신용도와 주가로 본 롯데의 뒷걸음질
롯데그룹 신용도와 주가는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2017년 정기평가 당시 'AA+/안정적'으로 건실했던 롯데지주의 신용도는 이제 'AA-/부정적'으로 우량등급 반납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신용등급전망까지 고려한다면 5단계 하락이다.
주가도 마찬가지다. 롯데 지주의 주가는 6분의 1토막 났다. 2016년 5월 12만5288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달 말 2만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롯데쇼핑의 주가도 마찬가지다. 2017년 6월 29만5210원이었던 주가는 5만7200원에 지난달 마감했다. 롯데케미칼 역시 2018년 한 때 45만원을 넘었으니 지난달 6만4000원까지 크게 하락하며 7분의 1토막 났다. 게다가 우량 신용등급까지 반납한다면 펀드 물량들이 빠져나오면서 롯데그룹에 대한 우려는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러다 보니 신동빈 회장의 리더십과 경영 철학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간 비상경영, DT 등의 전환을 외쳤지만 특별히 그룹사의 방향이 바뀐 적은 없다. 그 결과, 주요 계열사들은 이제 동반 부진에 빠지는 상황에 이르렀다.
투자은행(IB) 업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위기는 롯데그룹 문제부터 출발해야 한다"면서 “이를 바꾸지 못하고 있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 능력 역시 문제가 없다고 볼 순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