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그룹 왜] 신동빈 체제 13년…무차입에서 과차입으로 위기 자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2 15:05

안정적 무차입 기조서 공격적 인수합병 급선회

인수 기업들 대부분 정작 실적 효과 입중 못해

롯데케미칼은 2조원대 회사채 상환 위기 직면

부동산 56조·즉시 활용 예금 15조4000억 해명

결국 그룹 상징인 롯데월드타워 담보로 내놓아

일시 위험 아닌 고위험 경영이 초래한 재무 훼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2011년 신동빈 회장 취임 이후 추진된 공격적 차입경영이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는 평가다. 선대 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을 폐기하고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섰지만, 실적 부진과 차입 부담이 겹치며 결국 그룹의 상징인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내놓아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2조원 규모의 회사채 상환 위기에 직면한 롯데케미칼의 유동성 문제는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초래한 구조적 위기의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케미칼 유동성 위기…롯데타워 담보 제공으로 해결책 모색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최근 유동성 위기설이 불거지면서 이를 해소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롯데케미칼이다. 롯데케미칼은 지난달 21일 회사채 재무특약 위반으로 기한이익상실 사유가 발생했다. 회사채 발행 당시 3개년 평균 이자비용 대비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배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으나, 이 비율이 2020년 말 20배에서 2024년 3분기 4.3배로 급락했다. 업계의 분석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에서 벌거진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자금은 약 2조원 수준이다.



이에 대해 롯데 측은 지난달 21일 “보유 주식과 부동산,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 등이 108조9000억원으로 유동성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롯데 측은 '즉시 활용할 수 있는 예금'을 사용 하는 게 아니라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보증을 추가하는 방법을 택했다.




현재가치 6조원 이상으로 평가되는 그룹의 상징적 자산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오는 19일 롯데월드타워 113층에서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이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롯데월드타워는 신격호 선대 회장의 평생 숙원이 담긴 상징적인 곳이다. 그룹의 상징을 담보로 잡은 것에 대해 '과감하고 책임감 있는 경영진의 결단'이라는 해석도 있다.




하지만, 심각한 경영 위기를 시사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더 우세하다. 실제 롯데 측은 지난달 28일에는 대폭 물갈이 인사와 기관투자자 대상 기업설명회에도 나서는 등 이슈 대응에 골몰하고 있다.


무차입 원칙 폐기 후 공격적 M&A…실적 부진과 차입 부담 가중

이번 사태는 2011년 그룹 회장으로 취임한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스타일이 초래한 결과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신 회장은 취임 직후 선대 신격호 명예회장의 '무차입 경영' 원칙을 폐기하고 공격적인 차입 경영으로 전환했다.


신 회장 체제에서 롯데그룹은 하이마트(1조2480억원), 일진머티리얼즈(2조7000억원), 한국미니스톱(3134억원), 한샘(2995억원) 등 대규모 인수합병을 연이어 진행했다. 그러나 인수 기업들의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차입 부담만 가중되는 결과를 낳았다.


이러한 공격적 경영으로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은 2019년 3조6000억원에서 2024년 9월 기준 10조9000억원으로 급증했다. 호텔롯데도 1년 내 상환해야 할 단기차입금이 2조3061억원에 달한다. 그룹 전체 단기차입금은 2021년 7조2200억원에서 2023년 말 12조6031억원으로 크게 늘었다.


실적도 악화일로다. 롯데케미칼은 2019년 1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2024년 3분기에는 66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의 매출도 2019년 17조6000억원에서 2023년 14조5000억원으로 감소했다.


롯데그룹은 위기 극복을 위해 자산 유동화와 사업구조 개선에 나섰다. 롯데쇼핑은 7조6000억원 규모의 토지 자산 재평가를 실시했고, 롯데케미칼은 저수익 기초화학 비중을 축소하고 첨단소재 비중을 확대하기로 했다. 호텔롯데는 해외 부실 면세점 철수와 고정비 절감을 추진 중이다.


이에 대해 오윤재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구체적인 사업 재편이나 재무구조 개선 방안과 이행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어 자구계획을 명확히 제시하고 적극적인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가시적인 자구안 실행성과가 나타나지 못할 경우, 실적이 부진한 주요 계열사의 신용도 하방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139조 자산 보유 불구 유동성 위기…경영 스타일 재검토 필요

한편 롯데그룹은 현재 총자산 139조원, 보유주식 가치 37조5000억원, 부동산 가치 56조원, 즉시 활용 가능한 예금 15조4000억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자산 규모에도 불구하고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해야 할 만큼 유동성 위기가 심각하다는 점에서 신동빈 회장의 경영 스타일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신 회장은 2019년 10월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2년 6개월,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롯데건설과 호텔롯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이처럼 경영 리더십이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차입은 계속 늘어났고, 배당 규모도 확대됐다.


이에 대해 한 재계 관계자는 “롯데그룹의 이번 위기는 단순한 일시적 유동성 문제가 아닌, 신동빈 회장 체제의 경영 스타일이 초래한 구조적 문제"라며 “외형 확장을 위한 무리한 차입과 과도한 배당이 결국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고 분석했다. 이어 “롯데월드타워 담보 제공이라는 극단적 선택은 이러한 경영 실패의 단적인 증거"라고 덧붙였다.



강현창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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