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E칼럼] 4차산업혁명과 기후변화협약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에너지 신기술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2 10:58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허은녕 서울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위원회 위원

세계적인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일찍이 1980년 그의 저서 『제3의 물결』에서 인류가 1차산업혁명 이후 지금의 문명을 이루었으며 앞으로 정보혁명과 정보사회, 즉 4차산업혁명이 도래할 것임을 예측한 바 있다. 기후변화협약이나 탄소중립선언에 대한 논의에서도 정보혁명과 정보사회는 필연적인 미래의 모습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그 미래에는 전기가 중심이 되는 에너지시스템이 필요함은 잘 알려져 있다. 문제는 지금의 전기 공급 및 소비 시스템과는 확연히 다른 시스템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시스템을 가능케 하는 신기술은 어떤 것일까?


1차산업혁명은 1760년경 영국에서 증기기관의 발명과 면(cotton) 제조업의 발전을 중심으로 시작되었으며 석탄이 주요 에너지원으로 등극하였다. 2차산업혁명은 에디슨과 테슬라로 대표되는 전기의 대량생산 및 석유를 주요 에너지원의 위치로 끌어올린 자동차산업의 발달로 대표되며 3차산업혁명은 전자, 통신산업의 발달로 대표된다. 그러나 3차 산업혁명과 함께 새로 출현한 에너지원은 재생에너지 정도로 1, 2차 산업혁명과 함께 나타난 전기나 석유, 석탄 등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24년이 저물고 있는 지금, 우리는 모두 4차산업혁명이 어떠한 키워드로 설명되는지 알고 있다. 바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등이다. 세계경제포럼 역시 이를 포럼의 주요 아젠다로 채택하고 논의하였는데, 4차산업혁명이 성공하는데 주요 장애요인으로 등장한 이슈가 새로운 기술들이 에너지를 엄청나게 더 많이 소비하는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후변화협약 쪽 역시 역시 비슷한 전개로 가고 있다. 세계 최대 컨설팅회사인 매켄지(McKinsey & Co.)는 2020년 『Net-Zero Europe』라는 보고서를 통하여 유럽이 탄소중립으로 이행하기 위해서는 약 44%를 탄소중립발전으로 이루어야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유럽에서 전기의 사용량이 현재 대비 약 2.5배 이상으로 늘어야 함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도 유럽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전체 에너지사용량 중 전기의 비율이 20~22% 수준이며 나머지 80%는 열이나 동력이다. 우리나라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이들 80% 중 상당 부분이 전기로 변환되어야 하는데, 절반만 변환한다고 한다면 현재의 전기사용 비율을 6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함을 의미한다. 이는 발전소가 지금의 3배, 전력망도 3배가 필요하게 됨을 말한다.


여기에 4차산업혁명의 진행으로 인하여 인공지능 사용 및 데이터센터 구축이 급증하는 상황을 추가하면 어떻게 될까? 아마 발전시설이 지금보다 수배 이상 늘어나야 할 것이다. 님비(NIMBY)를 고민할 여유도 없이 마을마다, 아파트단지마다 발전소가 하나씩 필요하게 될지도 모른다. 올해 5월 말에 실무안이 만들어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보면 실제로 2038년 국내 최대 전력 수요가 129.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이들 중 70% 이상을 무탄소 전기로 생산한다는 목표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 많은 전기를 제대로 공급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인류는 3차산업혁명 이후 지난 수십 년간 새로운 에너지원을 찾는 데 실패하고 있다. 탄소중립과 4차산업혁명이라는 목표가 눈앞에 있지만 우리 손에 있는 것은 1, 2, 3차 산업혁명 때 찾았거나 만들어 사용해 오던 에너지원들 뿐이다.




그 반면 전력 소비에서의 기술혁명은 조용히 이루어지고 있다. 정보통신 및 반도체 분야의 기술 발전 덕분이다. 반도체 업계에서 무어의 법칙 못지않게 알려진 법칙에 쿠미의 법칙(Koomey's law)이 있다. 컴퓨터가 한번 연산을 수행할 때마다 사용하는 에너지량이 1.5년마다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어 왔다는 법칙이다. 그 덕분에 최근에 개발된 RFID 센서들은 전력소모량이 거의 없으며, 생체모방형(neuromorphic) 반도체를 사용하는 전자제품들은 1백만분의 1 수준으로 전기 소모량을 줄일 수 있다고 한다.


장관을 지낸 공학박사인 드레이슨 경(卿)이 대표를 맡고 있는 영국 회사인 Freevolt 회사는 허공 중의 통신 및 Wi-fi 신호 등 각종 라디오주파수(RF)의 미세한 에너지들을 모으는 에너지 하베스팅(energy harvesting) 기술과 무선충전기술을 결합하여 전기에너지의 공급 없이도 작동이 가능한 전자제품을 제조하고 있다. 또한 발전원과 소비자 사이의 물리적인 거리를 줄여 전력망 건설을 줄이거나,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4차산업혁명 기술을 사용하여 소비자가 중심이 되는 프로슈머(prosumer) 기술 역시 크게 발전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한 제품들이다. 정보통신의 기술혁명이 전기를 사용하는 기기들의 에너지 효율 혁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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