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롯데그룹 왜] 신동빈 회장의 ‘원픽’ 롯데케미칼, 그룹 캐시카우 역할 마침표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2 15:03

지난해 말 자산 비중 화학이 28%로 1위

한때 영업이익 4조5000억원 기록하기도

中업체 증설·밀어내기에 구조적 업황 악화

인도네시아 라인 등 8조원 투자 단행했지만

과거 수익성 회복 난항 다른 캐시카우 찾아야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 대산공장

10년 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집중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한 화학 계열사가 최근 업황 악화에 시달리면서 롯데그룹 전체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중국 업체들이 생산설비를 크게 확충하면서 롯데케미칼 등 주력 화학 계열사가 수익성 악화로 더 이상 '캐시 카우' 역할을 감당하기가 어려워진 탓이다.




롯데케미칼에서도 중국 업체와의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해 고부가 제품과 이차전지 소재 등에 총 8조원 규모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롯데케미칼의 생산 설비를 한꺼번에 바꿀 수는 없어 8조원 투자 이후에도 과거 수준의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결국 롯데케미칼이 지금까지처럼 그룹의 캐시 카우 역할을 감당하기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말 롯데그룹 사업별 자산 비중을 살펴보면 화학 부문이 28%를 기록해 27.4%인 유통 부문을 넘어서 1위를 차지했다. 5년 전인 2017년 말에는 22.2%에 불과해 31.7%였던 유통 부문과 10%포인트(p) 가까운 격차가 있었으나 5년 만에 추월한 셈이다.



◇신동빈 회장, 화학 부문 공격적으로 육성…10여년 후 업황 악화

실제 과거 2010년대 롯데그룹은 유통 부문의 비중이 30%를 넘어서는 사업 구조를 영위하고 있었다. 이 같은 유통 올인 구조에 한계를 느낀 신 회장은 화학 부문을 공격적으로 육성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5년 삼성SDI의 케미칼사업부문, 삼성정밀화학, 삼성BP화학 등 삼성그룹 화학 계열사를 3조원 들여 인수하는 등 그룹의 화학 사업에 큰 투자를 단행해왔다.


그 결과 화학 부문은 당시 화학 산업의 호황과 코로나19 호황이 이어지면서 이후로 지속적으로 롯데그룹에 엄청난 수익을 안겨줬다. 2017년 롯데그룹의 화학 부문의 영업이익은 4조5000억원으로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로도 2조~3조원 수준의 견조한 영업이익을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화학 부문은 유통을 넘어서는 새로운 캐시 카우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화학 부문의 성공이 오래 지속되지는 않았다. 롯데그룹의 화학산업은 최근 구조적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최근 4~5년 동안의 호황으로 중국 업체가 대규모로 생산설비를 늘린 탓이다. 반면 최근 글로벌 경기 위축 등으로 수요가 오히려 줄어들면서 공급 과잉 국면에 진입하게 됐다.


현재 중국업체 사이에서는 국내 생산능력의 2~3배 수준의 증설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있다. 이를 감안하면 국내 화학사가 향후 생산원가가 낮은 중국산 제품의 쓰나미를 버티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기초 소재 제품에서 강점을 가져왔던 롯데케미칼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다.




◇롯데케미칼 8조원 투자 추진 중…“과거 수익성 회복 쉽지 않아"

이에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를 이끄는 롯데케미칼도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대응을 진행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이었던 범용 화학 제품의 비중을 과감하게 줄이고, 고부가가치(스페셜티) 제품과 이차전지 소재 등을 신규 성장 동력으로 꼽았다.


실제 이훈기 롯데케미칼 총괄대표는 오는 2030년까지 신사업 비중을 6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기초화학 △첨단소재 △정밀화학 △전지소재 △수소에너지 등 5개로 재편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를 위해 롯데케미칼 인도네시아 라인(LINE) 프로젝트, 롯데지에스화학 합작프로젝트, 롯데알미늄 미국 양극박 합작 사업 등 올해 시작되거나 종료되는 8개 이상의 투자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 같은 주요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 규모는 7조98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정밀화학 등을 감안하면 롯데그룹 전체적으로 화학 사업의 부활을 위해 8조원이 넘는 투자가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 같은 투자가 성공리에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그 이전의 수익성을 회복하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롯데케미칼의 생산설비를 모두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바꾸기 어려운 상황이라 30% 이상은 기존 사업 영역에서 대규모 중국 업체와의 경쟁이 지속되기 때문이다.


최영록 나이스신용평가 책임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스페셜티와 비석유화학 부문의 투자를 확대하며 길어지는 불황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을 실시하고 있으나, 여전히 기초소재 사업 비중이 높은 편"이라며 “석유화학 산업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어 과거 수준 수익성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재계 관계자는 “캐시 카우 역할을 맡아야할 화학 부문이 구조적으로 흔들리면서 롯데그룹 전체의 위기론이 커지고 있다"며 “당장 그룹 전체가 위기에 처하지는 않겠지만 다른 캐시 카우를 육성하지 못한다면 장기적으로 그룹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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