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RE100⑮] 주요국, RE100에서 CFE까지 점차 확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4.12.03 13:37

국가별 에너지 부존 및 기후위기 대응 여건, 비용문제도 고려돼야

CFE는 RE100 대체하거나 배척 아냐, 가용 에너지 및 기술 포괄

대통령 순방 등 협력채널 최대한 활용하고 국제회의 적극 호소 필요

CFE이니셔티브 관련 주요국 지지 내역

▲자료=산업통상자원부

해외 주요국들의 청정 에너지정책 동향이 RE100에서 우리나라가 주창하는 CFE로 확장되는 분위기다.




에너지업계에서는 트럼프가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IRA를 비롯한 기존 바이든의 탄소중립 정책은 크게 후퇴되거나 폐지되고, 석유·셰일가스 등 화석연료에 대한 지원이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럽의회도 우파 정당들이 장악해 탄소중립, 기후위기 대응 등에 대한 정책 방향이 요동치고 있다. 최근 수년 동안 에너지 위기와 생활고 등으로 극우 정당들의 세력이 커지고 시민들의 각종 보조금 요구 시위가 빗발친 게 배경이다.


RE100은 기후 위기에 맞서 기업이 전력소비량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조달하겠다는 자발적 민간 캠페인이다. 올해 7월 기준 메타, 구글, 애플 스타벅스, 삼성, 현대, LG 등 400개 이상의 글로벌 기업이 가입한 상태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우리나라와 같이 재생에너지 여건이 불리한 나라에 소재한 기업들은 상대적으로 비용 부담이 커 또 하나의 무역장벽이라는 불만이 나오기도 한다.



이에 우리 정부는 RE100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에너지 위기에 따른 가격인상과 계통부족 문제 등 현실적인 여건을 고려해 기존 재생에너지에 가격경쟁력을 갖춘 원전과 청정수소 등을 포함한 무탄소에너지(CFE) 이니셔티브를 내세우고 국제사회의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CFE 이니셔티브는 산업 발전과 탄소중립을 함께 달성해야 하는 기업의 여건에 맞도록 재생에너지, 원자력, 청정수소 등 모든 무탄소에너지로 선택지를 확대하고, 산업 연료와 원료 전환 등 다양한 탄소 감축 활동을 기술 중립적 관점에서의 산업 부문 탄소중립 이행 수단이다.




시급한 기후 위기 대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특정 에너지원 선택의 문제가 아닌, 에너지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를 어떻게 감축하는지의 문제라는 게 정부의 인식이다. 국가별 에너지 부존 여건과 기후위기 대응 여건이 다름을 고려해 다양한 에너지원을 검토하고 각국의 상황에 맞는 최선의 대안을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단, CFE 이니셔티브는 기존 이니셔티브에 비해 최근에 출범했기 때문에 아직 참여기업 수가 적고 국제적 인지도도 부족한 상황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구매자인 글로벌 기업이 깨끗한 에너지를 사용해 제품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에 어떻게 대응하느냐는 것"이라며 “그럼 누군가는 기업들이 깨끗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글로벌 공급망에 입증할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가 CFE 이니셔티브를 추진하게 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재생에너지냐 원자력이냐가 문제가 아니다. 정부나 정치권이 할 일은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를 확대해 기업들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이라며 “또한 민간 이니셔티브인 RE100에만 특정해 정부가 정책적인 지원을 하기보다는 폭넓은 개념인 CFE 확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에너지 분야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도 기후위기 대응과 에너지 안보 확보와 저탄소화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 무탄소 전원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최근 IEA 각료회의에서 진행된 CFE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캐나다, 일본, 네덜란드 등 7개 국가와 기관이 참여해 국가별 여건에 따라 다양한 무탄소 에너지원을 최대한 활용해야 한다는 CFE 이니셔티브의 취지와 민간 분야 참여를 끌어내기 위한 협력 필요성 등이 논의됐다. 우리 정부는 CFE 활용에 대한 국제 인증 체계인 CFE 프로그램 구축 제안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EA는 세계에너지전망(World Energy Outlook)2024에서 2025년 세계적으로 원전 기반 전력 생산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지난 9월 방한해 윤석열 대통령을 만나 “한국의 CFE 이니셔티브는 에너지 안보를 높이면서 기후 목표 달성에 있어서도 모범적인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모두에게 안전하고 저렴하며 지속 가능한 에너지를 제공하려는 IEA의 접근 방식과도 잘 부합한다"고 말한 바 있다.


또한 영국, 프랑스, 네덜란드 등 주요국도 CFE 이니셔티브에 공식적으로 지지를 표명했으며 지난 COP28 합의문에도 역대 최초로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원자력, 수소 등이 온실가스 감축의 주요 수단으로 명기됐다.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가용한 모든 무탄소에너지를 동원해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패러다임의 변화가 확인된 것이다.


김선욱 CF연합 CF인증제도 팀장은 “CFE는 RE100 등 기존 이니셔티브를 대체하거나 배척하려는 목적이 아니다. 가용한 에너지원과 기술을 포괄하고 기업의 이행 편의성을 높여 기존 이니셔티브와 상호보완적 관계가 되도록 이행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 순방 등 정부의 양자·다자 협력 채널을 최대한 활용하고 IEA, WEC와 APEC 등 다양한 국제회의에 참여해 CFE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확산하고 공감대 형성에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CF연합과 세계 주요국이 참여하는 CFE 글로벌 작업반을 구성해 기업이 무탄소에너지 사용 실적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국제통용 가능한 CFE 인증 체계를 설계하고, 다양한 양·다자 국제회의에 적극 참여하해 무탄소에너지 관련 해외 기관과의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등 CFE 이니셔티브 글로벌 확산을 위한 국제공조를 강화하고 있다"며 “글로벌 확산을 위해 개도국 협력 방안을 도출하는 등 CFE 이니셔티브 중장기 발전 전략 마련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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