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제출 발의…G2G 계약 체결 난항
폴란드향 K-2 수출 넘어 전투기·잠수함 등 대규모 사업 차질
정부와 방산업계가 올해 200억달러(약 28조3000억원) 수출을 목표로 내걸었으나, 정치 불안정으로 인해 달성 가능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모양새다. 대부분의 방산 수출이 정부간(G2G) 계약으로 체결되기 때문이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폴란드 군비청과 맺은 천무 발사대 72대·사거리 80㎞급 유도탄(CGR-80) 및 290㎞(CTM-290) 공급계약은 2조2526억원 규모로, 최근 금융계약이 체결되면서 효력이 발생하게 됐다.
2027년부터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54문 △K-10 탄약운반차 36대 △정찰·기상관측용 차륜형 장비 △탄약 등도 공급한다.
HD현대중공업은 페루에서 3400t급 호위함 1척과 2200t급 원해경비함(OPV) 및 1400t급 상륙함 2척을 수주했고, 호위함 5척·OPV 3척·상륙함 2척을 비롯한 후속사업에서도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확보했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목표달성률은 높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방위사업청 역시 현대로템과 폴란드의 K-2 2차 계약 등을 더해도 총 150억달러 수준의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150억달러도 최근 2년 평균과 맞먹는 수치지만, 더 나은 성과를 위한 행보가 필요한 시점에서 국방부 장관이 면직되고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제출하는 등 수출대상국이 함께 '도장'을 찍을 상대방을 확정하기 어려운 문제도 부각되고 있다. 신임 후보자로 지명된 최병혁 주사우디대사는 아직 공식 임명되지 않았다.
폴란드·캐나다향 잠수함 수출을 비롯한 향후 진행될 굵직한 수주전에서도 불리함을 안게 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실제로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일행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키르기스스탄은 최근 대한민국과 '포괄적 동반자 관계'를 맺었고, 대통령이 직접 KUH-1 수리온 헬기에 탑승할 예정이었다.
정권 교체 이후 심해지는 폴란드 정부와 언론의 '몽니'도 변수다. 폴란드는 FA-50GF의 가동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현지 통관 절차 문제가 일부 부품 수급을 늦췄고, FA-50의 가동률이 높은 축에 속한다는 지적에도 전 정권의 성과를 깎고, FA-50PL 도입에 앞서 협상력을 높이려는 행보로도 풀이된다.
K-2PL의 가격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K-2의 가격은 성능 개량용 옵션을 추가해도 미국의 M1 에이브람스·독일의 레오파르트의 절반이 넘지 않는 것으로 평가된다.
'너무 많은 돈을 K-방산에 썼다'는 현지의 비판이 이같은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상황에서 폴란드와의 방산 협력을 추진했던 정부가 바뀌는 등의 사태가 벌어지면 '큰 손'이 빠져나가거나 보병전투차(IFV) 레드백의 사례처럼 계약 규모가 대폭 축소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페루와 잠수함 공동 개발에 나선 HD현대중공업도 이번 사태의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는 현지 노후 함정 교체를 위한 건조사업을 내용으로 하는 것으로, 지난달 중순 윤 대통령도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윤 대통령의 통화로 주목 받았던 미국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등도 파도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산 수출이 단기적으로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고, 국산 무기체계의 가성비와 신뢰도가 인정 받는 상황인 만큼 장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남은 기간도 짧은 만큼 올해 목표 달성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