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장 담그기 문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선정
장류 수출 작년 5억불 육박, 올해 최고경신 기대
제일제당·대상·샘표, 현지화·프리미엄 선점 경쟁
최근 대외적 호재에 힘입어 K-장류의 진입 장벽을 낮추기 위한 국내 장류 제조사들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고추장·된장·간장 등 장류 주요 품목 중심으로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면서 수출 확대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의 '장 담그기 문화'가 유네스코(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 목록에 등재되면서 국내외 인지도 확산 발판으로 작용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다.
2013년 김장문화에 이어 식품분야로는 이번이 두 번째로, 업계에선 당장에 장 담그기 문화를 알리는 관련 특강·다큐멘터리 제작 등의 마케팅 활동으로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중이다.
업계는 올해 K-장류 수출 최대 실적을 갱신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는 만큼 이번 문화유산 등재가 새 수출 동력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관세청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고추장·된장 등 장류를 포함해 K-소스류 수출액은 3억8400만 달러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처음으로 3억 달러를 넘은 후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는 추세다.
이에 따라 국내 주요 장류 제조사 모두 주요 진출국별 식문화를 고려한 '현지화 전략'을 방점으로 수출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글로벌 60개국을 대상으로 글로벌 통합 브랜드인 '비비고'를 통해 각종 장류를 선보이고 있다. 고추장·된장·쌈장 등을 포함한 '한식장류', 고기양념장 등의 'K소스'로 나뉘며, 특히 해외 소비자 입맛을 맞춘 현지화 소스로 틈새시장을 공략 중이다.
그동안 CJ제일제당은 찍어먹는 디핑소스 등에 익숙한 미국 소비자 입맛을 반영해 물성을 조절한 튜브형 고추장 등을 판매해 왔다. 중국에선 고기양념장의 기존 맛은 유지하되 쯔란·흑후추 등 향신료를 더했으며, 일본에선 야키니쿠(구운 고기) 식문화에 맞춰 바르는 형태의 닭갈비 소스를 선보인 바 있다.
현지화 전략에 힘입어 올 1~10월 장류 제품 누적 해외 매출만 전년 대비 10% 늘어난 가운데, 문화유산 등재라는 겹경사까지 맞물리며 현지 특화형 제품 출시에 더욱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대상도 글로벌 브랜드 '오푸드' 중심으로 고추장 소스 등 전통 장류를 기반으로 한 소스 제품 200여 종을 20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특히, 되직한 질감의 장을 숟가락으로 떠 사용하는 방식에 익숙지 않은 서구권 식문화를 고려해 용도·제형을 재해석하는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장류의 경우 국내 시판 제품 대비 묽은 글루텐 프리(Glute-free, 불용성 단백질인 글루텐을 뺀 것) 고추장부터 샐러드나 타코 등에 뿌리거나 찍어먹는 드레싱, 디핑소스 유형 등 종류도 다양하다. 이 밖에 고추장 수요가 높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할랄 인증 장류도 인기몰이 중이라는 회사의 설명이다.
샘표도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글로벌 트렌드를 반영한 프리미엄 제품 중심으로 해외 소비자 눈길을 끌고 있다. 재료 본연의 맛은 유지하되 △글루텐 프리 △비건(Vegan) △비유전자변형(Non-GMO) 등 건강 부담 요소를 줄인 '샘표 유기농 고추장'이 대표 사례다. 해외 메가 트렌드로 자리잡은 매운맛 선호도까지 맞물리면서, 전체 고추장 매출만 연평균 25% 성장할 만큼 호조를 누리고 있다.
기존 대두 대신 완두로 만든 '완두 간장'도 이색 제품으로 주목받고 있다. 유기농 고추장과 마찬가지로 글루텐 프리·비건·비유전자변형 제품으로 안전성은 물론, 간장 고유의 맛과 향까지 동시에 챙겼다는 회사의 설명이다.
샘표 관계자는 “K-푸드의 인기가 늘면서 장류에 대한 해외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현재 네덜란드, 독일 등 약 70개국에 수출하고 있으며, 베트남과 남미 등에서도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