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성과주의 강조’ 완주하지 못하도록 막는 대회
자기 주도성 지배하는 문화 행위 본질적 교육으로 가야
광주=에너지경제신문 이재현 기자 독서의 중요성을 알리고 창의적 사고를 키우기 위해 2005년에 첫 대회를 개최하고 올해 제19회를 맞이한 빛고을 독서마라톤대회가 본질적인 교육 활동으로 자리 잡으려는 취지를 넘어 지나친 성과주의를 강조하는 대회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12일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학사모)은 독서는 가장 전통적이며 순수한 방식의 배움이자 자기 주도성이 온전히 지배하는 문화 행위로 더욱 교육적으로 깊이 있고 풍성해지기 위해서는 독서 성과를 수치화하는 방식을 지양하고, 학생들이 책을 자유롭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학사모는 독서마라톤대회가 대회 운영 기간과 독서일지 등록 기간의 유연성을 높여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독서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독서 자료의 범위를 확대하고, 독서 인증 시스템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광주시교육청이 추진 중인 '다시 책으로' 프로젝트와 연계된 독서마라톤대회는 완주 증서 등 대회 참가는 학교생활기록부에 기재할 수 있어 20주년을 맞는 내년 대회는 기대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러한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초·중·고 학생들이 읽은 책의 페이지 수를 1쪽 당 2m로 환산해 누적 거리를 산출하고, 완주 여부에 따라 증서를 수여하다보니 독서성과를 쪽수로 수치화해 완주하지 못하도록 막는 대회 시스템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빛고을마라톤 누리집에는 출발(0쪽)→ 거북이(1500쪽 3km)→ 악어(2500쪽 5km)→ 토끼(5000쪽 10km)→ 타조(7500쪽 15km)→ 사자(10549쪽 21.098km)→ 호랑이(15823쪽 31.646km)→ 월계관(21098쪽 42.196km)으로 나눠 나의 독서현황을 체크리스트하고 있다.
특히 온라인으로 이뤄져 본인 여부 확인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지고 전문 서적이나 시사 잡지 등 간행물은 독서로 인정되지 않는 점은 독서의 다양성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뿐만 아니라 독서의 자발성과 자기 주도성을 저해할 우려가 크고 입시로 생기는 냉기를 독서의 온기로 극복하기는커녕, 독서마저 입시의 하위영역으로 수단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광주시교육청은 지속적인 독서 습관 형성을 강조하면서도, 독서일지 등록 기간의 제한으로 인해 오히려 독서 활동이 위축될 가능성을 간과하고 있는 실정이다.
학사모는 “이러한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대회가 계속되는 이유는 독서교육에서 성과주의를 지나치게 강조해 독서 활동의 본질적 가치보다 수치화된 결과를 중시하고 있기 때문이다"며 “독서마라톤대회가 교육적 차원에서 더욱 깊고 풍성해질 수 있도록 광주시교육청에 개선을 요구하고 독서 친화적인 환경이 배려되고 있는지 점검하고 개척하는데 힘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