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항이뇨호르몬에 의해 통제된다. 평소 활동을 하거나 잠자는 동안에는 항이뇨호르몬이 분비돼 소변 배설을 억제한다. 하지만 알코올은 항이뇨호르몬의 작용을 막아 소변을 많이 보게 한다. 술을 마시면 평소보다 소변을 자주 보는 것이 이런 이유에서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아세트알데히드를 거쳐 산(酸)으로 바뀐다. 과음하면 아세트알데히드가 산으로 원활하게 전환되지 않고 체내에 쌓여 각종 숙취현상을 일으킨다. 갈증과 함께 두통, 어지러움, 구토, 소화 장애, 설사 등이 나타나고 심하면 탈수 증세가 생기기도 한다.
인체에 들어온 알코올 10㎖(㏄)을 처리하려면 열 배인 100㎖의 물이 필요하다. 술의 도수를 따지는 알코올의 양을 무게로 환산할 때는 '0.8'(알코올의 비중)을 곱해야 한다. 참고로 물은 비중이 1이므로 부피가 곧 무게가 된다.
알코올 도수 40도인 양주 한 잔(30㎖)에 든 알코올의 양은 12㎖, 무게는 9.6g(30×0.4×0.8)이다. 알코올 12㎖ 처리엔 물 120㎖가 필요하다. 양주 속의 물 18㎖만으로는 많이 부족하다.
맥주 한 잔은 어떨까? 알코올 도수 5%인 맥주 한 잔(200㎖)의 알코올은 10㎖(8g)이다.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알코올 10㎖ 처리에 필요한 물은 100㎖이다. 18도짜리 소주 한 잔(45∼50㎖) 또한 이런 식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양주와 소주 한 잔은 알코올 분해에 필요한 물이 부족하고, 맥주 한 잔의 경우는 물이 남는다.
즉 소주나 양주를 마실 때는 물을 보충해 줄 필요가 있는 얘기다. 맥주를 마시면서 물까지 마신다면 화장실을 들락거리며 눈총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그런데, 이런 계산은 술을 마시는 동안에 적용되는 단순 공식일 뿐, 밤에 술을 마신 후 다음날 아침에까지 그대로 적용되지는 않는다. 몸에 수분이 충분하더라도 땀이나 소변으로 상당히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따라서 술 마시고 난 뒤에는 지속적인 수분 보충이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의 '2023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보면, 1회 평균 음주량이 '소주 기준 남성 7잔·여성 5잔 이상이고 주 2회 이상 음주하는' 고위험 음주 비율이 13.8%인 것으로 나타났다. 월 1회 이상 한 번의 술자리에서 남성 7잔(또는 맥주 5캔), 여성 5잔(또는 맥주 3캔) 이상 폭음하는 월간 폭음률도 37.2%에 달했다.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2014년 조사에 따르면 음주자 5명 중 1명 꼴인 23.2%가 고위험 음주자로 나타난 것보다는 많이 낮아졌지만 아직도 고도한 음주의 위험과 폐해는 큰 사회적, 국민건강적 차원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보건복지부와 국립암센터는 암예방 10계명을 몇 년 전에 개정해 '1잔의 음주도 위험하다'고 경고한다. 고위험 음주뿐 아니라 저위험 음주 또한 이로울 게 없다는 경종이다.
고위험 음주는 신체 및 정신 건강에 각종 빨간불이 켜지게 만든다. 1회 7잔 미만, 주 1회 이하로 마시는 음주자에 비해 건강·범죄·가정·경제·일상생활의 지장 등 각종 폐해 경험률은 2.5배, 속칭 '필름이 끊긴다'고 하는 블랙아웃(술이 취했을 때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경험률은 3.5배 높다. 고위험 음주자들은 또한 연말연시의 음주 횟수나 음주량이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음주 후 최소한 하루 이상은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물과 주스, 채소, 국물 등이 좋다. 술 마시고 잠들기 전에 적당한 식사를 하는 것은 숙취 예방에 도움이 된다. 술자리에서 안주는 거의 먹지 않고 술만 마시면 이튿날 저혈당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과도한 음주는 간 건강을 해쳐 알코올성 간질환과 지방간, 알코올성 치매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알코올을 완전히 분해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섭취량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48시간(만 2일) 정도로 본다. 그러므로 술자리에서 과음을 삼가는 것 못지 않게 술자리는 3일에 한 번만 갖는다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송년회는 '다사다난한 국난을 떨쳐보자'는 의기투합이 맞물려 자칫 과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과음 송년회는 멀리하고, 좋은 사람들끼리 건전 송년회를 자주 하면서 올해를 잘 마무리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