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만으론 성장 한계”…화장품·배달·바이오 등 착수
소비 침체로 글로벌 강화, ‘K-푸드’ 인기 실적 고공행진
‘30대 오너3세’ 경영진 세대교체로 시장변화 신속 대응
2024년 용의 해 갑진년도 식품업계로선 새 동력 확보를 위해 숨 가쁘게 달려온 한 해였다. 지속가능한 미래 성장의 주춧돌을 쌓아야 할 시점으로 판단하고, 보수적인 경영 관점에서 벗어나 체질 개선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다.
올해 식품업계에서 화두에 오른 여러 주제를 △이종(異種)산업으로의 외도 △K푸드 확대 △세대교체 본격화 등 주요 키워드로 정리해 본다.
키워드#1. 이종산업으로의 외도
식품가에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 거리가 먼 산업으로의 진출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특히, 주류·제과·발효유 등 한 분야에 집중하던 식품 제조사들의 'N잡화' 양상이 눈길을 끈다.
하이트진로그룹은 화장품 사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지난 10월 계열사인 서영이앤티를 통해 화장품 ODM(주문자위탁생산)업체 '비앤비코리아' 지분을 전량 인수한 것이다. 직접 진출이 아닌 기존 업체 인수로 시장에 뛰어들면서 진출 초기 리스크를 줄인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2020년 신사업으로 바이오를 점찍은 오리온도 올해 퀀텀 점프를 위한 대규모 투자를 감행했다. 올 1월에는 ADC(항체·약물·결합체) 전문 바이오기업 '리가켐바이오사이언스' 지분 약 25%를 인수하며 최대주주로 올랐다.
발효유 제조사에서 유통·물류업체로의 전환을 꾀하는 hy는 올 6월 '노크'를 출시하며 배달 앱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6개월 만에 주문 건수가 운영 초기인 7월 대비 78% 늘어날 만큼 상승세다. 내년에는 서울 강서구에 그친 운영 범위도 서울 서남 지역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키워드#2. K푸드 확대
내수 소비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글로벌 시장 공략'은 선택이 아닌 필수 코스로 자리매김했다. K-푸드 후광을 등에 업고 수출도 고공행진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1~11월 농식품 누적 수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8.1% 증가한 90억5000만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수출 호조를 이끈 라면·과자·쌀 가공식품 제조사들의 해외 사업 실적도 날개가 달렸다.
업계 맏형인 CJ제일제당은 올해 전체 식품부문 매출에서 해외 비중이 50%를 넘길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올 3분기 기준 해외 식품사업 비중만 48%로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하는 등 성장 폭도 크다. 여기에 1~3분기 식품사업 누적 해외 매출도 4조1027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6% 늘어난 만큼, 연간 해외매출 성적을 넘어설 것이란 가능성도 제기된다.
대표 수출주로 떠오른 삼양식품은 올 초 20만원대에서 출발한 주가가 이달 80만원선까지 폭등할 만큼 글로벌 '불닭' 열풍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덴마크 불닭볶음면 리콜 사태 등 한 차례 위기에도 올해 불닭 브랜드 연매출이 사상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한 만큼, 인기에 힘입어 중국 내 첫 해외 생산기지 구축도 예고했다.
롯데웰푸드는 글로벌 전략 제품인 '빼빼로' 올 상반기(1~6월) 수출액만 325억원을 기록하며 반기 기준 최초로 국내 매출을 앞질렀다. 현재 인도에 구축 중인 빼빼로 첫 해외 생산 공장이 내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시 해외 수출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키워드#3. 세대교체 본격화
신사업과 해외사업을 주도할 젊은 피로의 세대 교체 속도도 빨라졌다. 30대 젊은 오너 3세들의 경영 승계 시계를 앞당기는 움직임이 두드러졌다.
신동원 농심 회장의 장남인 1993년생의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상무는 '2025년 정기 임원 인사'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2021년 구매담당 상무 자리에 오른 지 3년 만이다. 최근 발표된 그룹 인사에서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장남인 담서원 상무도 전무 자리에 올랐다. 1989년생인 담 상무가 전무로 승진한 것은 입사 후 3년 5개월 만이다.
올해 승진 소식은 없었으나, 신사업 주도 등 중책을 맡으며 영향력이 커진 인물도 있다. 1994년생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기획본부장(CSO) 상무는 2019년 삼양식품 입사 후 지난해 임원 배지를 달았다. 올해부터는 신설된 헬스케어 사업부를 주도하며 헬스케어·콘텐츠 등 새 먹거리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장남인 1990년생의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도 해외 영토 확장에 매진하고 있다. 글로벌식품 사업을 총괄하며 올해만 프랑스·말레이시아·헝가리에 각각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사업 보폭을 넓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