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이 9일 고려아연 주주들에게 보내는 서한을 공개,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 투명성을 위한 4대 개혁 과제를 제시하며 협력을 요청했다. 김 부회장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 투자를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자 고려아연 최대주주인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의 대표이사다.
현재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있다. 주총에서 한국기업투자홀딩스를 위시한 영풍·MBK 연합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간 직접적인 마찰이 예상된다.
김 부회장은 서한에서 “고려아연은 세계 1등 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자리매김했지만, 오래된 지배구조 문제로 성장이 정체돼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 2년 동안 주가와 수익성이 정체 상태에 머문 점을 언급하며, 회사의 장기적인 발전을 위해 지배구조 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고려아연의 핵심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전기차배터리 소재, 자원순환,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기 위해 지배구조와 경영 체계의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주주서한에서 김 부회장은 '4대 개혁 과제'를 제안했다. 우선 최씨 가문 중심 지배구조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중심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간 고려아연을 지배했던 최씨, 장씨 일가는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감독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두 번째는 MBK 측이 오랜 기간 주장했던 이사회 전면 개편이다. 김 부회장은 현재 이사회가 최 회장의 경영권을 지키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약 3조원의 자기주식 공개매수와 2조5000억원의 유상증자가 진행돼 주주들에게 피해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사회 개편을 통해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다음으로 최 회장이 재임했던 지난 5년간 제기된 여러 경영상 의혹을 철저히 규명하고, 손실 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현 최대주주인 MBK 측으로부터 신임 받지 못하는 현 최고경영자(CEO) 체제로는 정상적인 경영이 불가능해 교체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김 부회장은 4대 개혁과제와 함께 오는 23일 임시주총에서 주주들의 지지를 요청했다. 현재 MBK 측이 주장하는 14인의 이사 후보 선임과 집중투표제 반대에 힘을 모아달라는 것이다. 그는 MBK 측이 내세운 이사 후보들이 금융, 제련산업,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물들로 구성돼 있어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불어 현 시점에서 집중투표제 도입은 이사회 개편을 지연시키고 분쟁을 장기화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