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랜차이즈, 생계형 언제까지 上] 치킨·커피 등 외식에 편중…‘지속성장산업’ 전환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12 20:37

점포 포화상태 ‘치킨게임’…경기 따라 부침

“유통마진 의존 탈피, 수익모델 혁신 급선무”

업종 불균형·과밀화 타개 정부 지원대책 필요

브랜드 수 1만2429개. 전국 가맹점 수 35만2866개. 프랜차이즈 공화국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몸집을 갖췄지만 외형 성장의 그늘에 갇혀있다. 마구잡이 출점으로 포화된 외식업종은 불경기 때마다 문을 열거나, 닫는 생계형 창업자들로 악순환의 고리가 이어진다. 경기 부침에 일희일비하는 국내 프랜차이즈산업의 문제점을 톺아보고 지속가능한 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향후 개선점을 2회에 걸쳐 짚어본다. <편집자주>

맘스터치 피자&치킨 목동점. 사진=맘스터치앤컴퍼니

▲맘스터치 피자&치킨 목동점. 사진=맘스터치앤컴퍼니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도움닫기로 이른바 'N잡 경영'에 눈을 돌리고 있다.




업의 확장을 골자로 다른 분야와의 결합형 매장을 내놓거나, 메뉴 라인업을 강화하는 등 품목 다변화에 분주하다.


다만, 경쟁 과열이란 구조적 문제를 돌파하기 위한 선결과제로 수익 구조 혁신과 업종 불균형 해소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내 프랜차이즈 시장이 매년 덩치를 불리면서 핵심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84조6934억원을 기록한 국내 가맹사업 매출액은 2023년 108조8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해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지표인 명목 GDP(2401조)의 4.5%에 이르는 수치다. 산업 규모가 커진 만큼 종사자 수도 83만4000명에서 101만2000명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문제는 몸집이 불어난 만큼 경쟁도 과열됨에 따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원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를 위해 특정 카테고리 킬러를 넘어 산업 간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 전략을 돌파구로 삼는 업체가 늘고 있다.




'한 지붕 두 살림' 업체 증가…품목 다변화로 질적 성장

가장 두드러진 변화를 보이는 곳은 외식 프랜차이즈다. 양식+양식, 한식+한식처럼 기존 판매 품목과 종목은 같되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다른 품목과 결합해 복합형 매장을 선보이는 업체들의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맘스터치는 기존 버거·치킨에 이어 피자까지 판매하는 구조로 매장 1곳에서 2개의 가맹사업을 운영하는 형태의 점포를 지속 출점하고 있다. 점심·저녁 시간대별 판매 품목을 내세워 매출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다. 지난해 말 전략 매장 수는 152곳으로 그해 6월(85개) 대비 79% 증가하는 성장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연내 200곳까지 늘릴 계획이다.




판매 품목 특성상 계절성 영향을 많이 받는 본죽은 비빔밥 등 유행에 수요 변동이 적은 메뉴 기반의 '본죽&비빔밥' 점포로의 전환에 힘 쏟고 있다. 지난해 11월 본죽&비빔밥 1100호점을 돌파하며 연초 제시한 목표치도 조기 달성할 만큼 빠르게 매장 수를 늘리고 있다.


품목 다변화라는 결은 같지만 커피전문점들은 별도 브랜드를 운영하기보다 베이커리, 디저트, 심지어 분식까지 메뉴 라인업 자체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매장 수가 포화 상태인 만큼 커피전문점 시장은 더 이상 추가 경쟁력 확보 없이 생존하기 힘든 구조다. 가맹점을 비롯해 2022년 말 기준 국내 커피전문점 수는 10만729곳으로, 편의점과 치킨집을 합친 것과 유사한 규모다.


프랜차이즈업계 관계자는 “가맹점 일부 매출을 로열티로 떼가는 해외와 달리, 유통 마진을 챙기는 국내 외식 프랜차이즈는 양적 성장에 대한 의존성이 굉장히 높은 편"이라며 “당장에 품목 다변화로 질적 성장도 꾀하는 분위기지만 수익 모델 변화 없이는 한계가 명확하다"고 진단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발표한 가맹사업 현황 통계 자료를 살펴보면, 2023년 전체 가맹사업 가운데 업종별 브랜드 수 비중은 외식업종이 79.9%로 1위를 차지했다. 반면 서비스와 도소매는 각각 15.3%, 4.8%를 기록했다. 가맹점 수 비중도 19만9923곳으로 외식업종이 절반 이상을 넘은 반면, 서비스와 도소매는 각각 29.5%, 19.5%에 그쳤다.


진입 장벽 무너진 외식업종, '공급 쏠림' 비상

외식 프랜차이즈 경쟁이 격화되는 이유는 외식업종으로 공급 쏠림이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잠재적 가맹점주인 직장인들의 은퇴 시기마저 앞당겨지면서, 진입 장벽이 낮은 축으로 통하는 외식업종으로 과잉공급 상태가 이어지는 실정이다.


일각에선 과밀업종으로의 유입을 분산시키는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외식업종 대상의 억제책보다 비(非)과밀업종 희망자를 위한 멘토링 등 창업 지원책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때 외식업만큼 패션 등 도·소매 업종도 주류 창업 아이템으로 꼽혔지만, 홈쇼핑·전자상거래 활성화로 기존 오프라인 중심의 소상공·중소업체의 경우 일찌감치 경쟁력이 상실된 상태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오프라인마저도 대형마트와 SSM(기업형 슈퍼마켓),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복합쇼핑몰까지 등장하며 유통 대기업들의 등살에 밀리는 형국이라는 업계 설명이다. 특히, 복합몰의 경우 현재 대형마트,SSM 에 적용되는 출점 제한·의무휴업 등 각종 규제에서 자유롭다.


프랜차이즈 업계에 정통한 한 시장 관계자는 “유통업체의 지배력이 커지면서 기존 자영업자 상당수가 노동 강도가 가장 낮은 카페업계를 필두로 외식업종으로 전환했다"면서 “지금 5000만 명 수준의 내수 인구를 놓고 외식업 경쟁이 치열하니 다시 도소매나 서비스 업종을 알아보라는 것은 시장 흐름을 몰라도 너무 모르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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