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서 신약 13개 개발 로드맵 발표
데뷔작 ‘램시마’, 작년 국내 의약품 최초 매출 1조 돌파 유력
서정진 회장 “‘바이오시밀러 강국’서 ‘제약바이오 강국’ 견인”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이 2025년 대전환기를 맞고 있다. 그동안 복제약 등 '팔로워(추격자)'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글로벌 빅파마들의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로 성장해 왔다면 이제는 혁신신약 개발 등으로 '퍼스트 무버'로 도약해야 할 때다. 그동안 국내 제약바이오산업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 온 동시에 새해부터는 글로벌 빅파마 반열에 오르기 위해 변신을 준비하고 있는 대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올 한해 사업계획과 비전을 소개함으로써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의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 <편집자주>
'세계 최초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개발회사' 셀트리온이 새해 들어 바이오시밀러를 넘어 글로벌 신약 개발회사로의 변신을 공식화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과 서진석 셀트리온 경영사업부 대표는 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참가해 셀트리온의 신약 파이프라인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셀트리온이 전체 신약 파이프라인 로드맵과 구체적인 개발 일정을 종합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주요 사업을 제쳐두고 신약개발 계획만 집중 발표한 것은 바이오시밀러 회사에서 신약 개발 회사로의 변신을 공식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발표를 맡은 서진석 대표는 '항체약물접합체(ADC)'와 '다중항체'를 두 축으로 제시하고, 우선 올해 4개 신약, 2028년까지 총 13개 신약에 대해 임상시험 신청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ADC와 다중항체는 모두 항체의약품(인간의 항체로 만든 의약품)의 종류로, 항체의약품은 셀트리온이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다.
셀트리온은 2012년 세계 최초 항체의약품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출시하면서 항체 바이오시밀러라는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동시에 오리지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환자 부담을 덜어주는데 크게 기여했다.
존슨앤드존슨의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는 오리지널 항체의약품과 동등한 효능을 가지면서 가격은 30% 가량 낮아 오리지널보다 높은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지난해 1~3분기 매출 9800억원을 기록, 지난해에 국내 의약품 최초로 연매출 1조원의 글로벌 블록버스터로 등극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친김에 셀트리온은 램시마를 기존 정맥주사(IV) 제형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개발한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제품명)도 올해 연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다.
이에 힘입어 셀트리온은 올해 매출 5조원을 달성하고 2030년 1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려 글로벌 빅파마(거대 제약사) 진입한다는 목표다. 이 중 약 40%인 5조원은 신약, 60%인 7조원은 바이오시밀러를 통해 올린다는 복안이다.
셀트리온은 삼성바이오에피스와 함께 우리나라를 바이오시밀러 강국으로 만든 쌍두마차로 불린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바이오시밀러 시장 태동기인 지난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승인한 바이오시밀러는 총 63개로, 이 중 한국이 14개를 차지해 1위 미국(26개)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고 3위 스위스(7개), 4위 독일·인도(각 6개)를 크게 따돌리고 있다.
서정진 회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서도 장남 서진석 대표를 발표자로 내세우며 후계구도를 공식화하고 있지만 우리나라가 바이오시밀러 강국에서 제약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할 때까지 현직을 지키고 싶다는 바람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23년 10월 기자간담회에서 서정진 회장은 “현직에 있을 때 세계 3대 바이오헬스케어 중심국으로 미국·유럽·한국을 꼽을 수 있도록 선도 역할을 하는 셀트리온그룹을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JP모건 컨퍼런스에서 서정진 회장은 “많은 환자들이 합리적 가격으로 바이오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도록 바이오시밀러는 물론 다양한 신약 개발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며 “빠르게 확대되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바탕으로 셀트리온의 미래가치를 높이고 글로벌 신약 개발사로 탈바꿈해 투자자들이 기대하는 고성장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