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광 이에스지모네타 대표/전 주택도시보증공사 사장
흔히 ESG로 알려진 환경 사회책임 그리고 거버넌스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인(또는 위험)을 평가하는 요소이다. 비재무적 요인이 중요하게 인식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2010년에 딥워터 호라이즌 원유 유출 사고로 BP(British Petroleum)는 세전 538억 달러의 손실을 기록하였고, 2015년에는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테스트를 통과하기 위해 1,100만 대의 디젤 차량을 조작한 사실이 드러나 274억 유로의 벌금과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2018년에 페이스북은 8,700만 명의 사용자로부터 동의 없이 개인 데이터가 유출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수십억 달러의 시장 가치가 하락하였다. 이는 모두 환경, 사회 책임 및 거버넌스가 재무적 요인에 크게 영향을 준 사례들로 꼽힌다.
그렇다면, ESG에 대한 금융시장의 인식과 불편함은 무엇이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인식은 어떤 지 알아보자. ESG 평가기관의 평가서비스에 대한 기업의 신뢰도는 중간 또는 낮음이 80%이상이다. 이는 주로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에 대해 평가기관이 공개하지 않고 있고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다양한 형태의 '이해 상충' 문제도 있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ESG 평가결과를 활용하고자 하는 금융기관에서는 ESG 평가가 너무 늦어 투자판단의 지료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데이터 추출을 주로 수작업에 의존하여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공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ESG와 관련한 다양한 인덱스들이 시장의 벤치마크인 KOSPI보다 성과가 좋지 않아서 사용하기 어렵다고 한다. 이는 ESG평가결과가 늦게 나오는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하지만 2021년 5월 대한상공회의소의 'ESG경영과 기업의 역할에 대한 국민인식'에 따르면, 기업 ESG 활동이 제품 구매에 응답자 63%가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고, 부문별로는, 환경은 '플라스틱 과다 사용에 따른 생태계 오염'(36.7%), 사회는 '일자리 부족'(31.7%), '근로자 인권 및 안전'(31.0%)이 거버넌스는 '부적절한 경영권 승계'(36.3%), '경영진 모럴해저드'(32.7%) 등으로 영향이 있다고 응답하였다. 2024년 10월에 대한상공회의소에서 'ESG 평가기관 가이던스 시행에 관한 기업 의견'을 조사한 결과, 응답 기업의 57.1%가 국내 ESG 평가시장이 원활하게 기능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ESG 평가에 대한 기업들의 신뢰도가 낮은 이유로 ESG 평가기관이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는 '이해 상충' 문제를 지적했다. 'ESG 평가와 컨설팅 사업을 동시에 수행해 이해 상충 관계가 발생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는 응답 기업의 71.3%가 '그렇다'고 답했다.
ESG를 둘러싼 금융시장의 인식과 국민의 ESG경영 및 기업의 ESG평가에 대한 인식은 ESG평가기관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다. 우선 ESG평가기관은 ESG평가의 세부항목과 평가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다양한 유형 무형의 '이해상충'으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한다. 이는 국제증권관리협회(IOSCO)의 ESG평가기관에 대한 권고사항이기도 하다. 다음으로 ESG평가결과를 적시에 수요자에게 제공할 수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ESG평가에 IT와 생성형 인공지능의 접목이 필요하다. ESG평가결과 공시가 늦어지면 이를 사용한 ESG인덱스의 성과는 벤치마크 지수를 쫓아가지 못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ESG관련 공시 및 규제는 이미 목전에 다가왔다. 이미 유럽연합에서는 세계 최초로 탄소국경조정제도(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 CBAM)를 도입하여 2023년 5월 입법안을 최종 승인했고 2026년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으로, 철강, 알루미늄, 비료, 시멘트, 수소, 전력 등 6개 품목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 국내에서도 2025년 상반기에 ESG 공시기준을 발표할 준비를 하고 있다. 머지 않아 시행될 글로벌 ESG관련 다양한 규제에 대처하고, ESG경영에 대한 국민의 높은 인식수준을 고려하면, 기업은 ESG경영의 현 위치와 보완점을 제시하는 ESG평가 및 분석을 적기에 제공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ESG평가 세부항목과 가중치를 가능한 많이 공개하고, 이해상충 문제에서 독립적으로 평가결과나 분석자료를 적기에 제공할 수 있는 ESG평가기관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