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우선주의 통상압박, 中 한국진출 확대 ‘이중고’ 직면
수출기업, 보편관세 적용땐 FTA 무관세 경쟁력 사라져
알리·테무·미니소 中유통사 잇단 진출 내수 잠식 ‘걱정’
작년 대응전략 준비 중기부, 국정혼란에 2월 늑장 발표
2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전망이어서 우리 기업들은 국내 정치적 혼란에 이어 미국발 대외통상 악재까지 이중고에 직면해 있다.
와중에 트럼프 정부의 무역 규제 1차 타깃인 중국의 기업들이 미국 우선주의의 칼날을 피해 한국시장에 직접 또는 우회 진출을 서두르고 있어 글로벌 G2의 틈바구니에서 한국경제와 기업들의 운신이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국제통상 전문가들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 국내 수출기업은 물론이고 내수기업까지 타격을 입힐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중기부 수출中企 대미전략, 작년 11월 TF 가동 정치리스크로 지연
1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산하 공공기관 및 민간과 함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발족하고 운영에 돌입했다.
그러나, 12월 계엄령 파동과 탄핵정국에 이어 새해 1월 대통령 구속까지 이르는 정치적 리스크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해법을 제시하진 못한 상태다. 업계 안팎에서는 설 연휴 이후 구체적인 전략이 나올 것으로 전망한다.
국내 수출기업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걸었던 10~20% 보편관세 도입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보편관세가 도입된다면 그동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무관세 혜택이 유명무실해져 우리 기업들의 비용 증가에 따른 수출가격 경쟁력이 저하되기 때문이다.
미국에 수출하는 한 종합식품사의 관계자는 “선별관세인지 보편관세인지 부과 대상 품목이나 관세율 등 구체적인 윤곽이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라며 “다만, 관세 부과가 확정되면 현지 소비자 가격에 반영돼 가격 경쟁력이 줄면서 수출 실적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다른 우려점은 우리 중소 제조업의 높은 대중국 중간재 의존도이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입 비중은 2023년 기준 전체 수입의 22.2%이며, 대중 수입상품에서 중간재 비중은 67.2%에 이른다. 중국산 중간재가 들어간 완제품의 미국 수출을 제한하는 규제가 강화될 경우 대중국 중간재 의존도가 높은 우리 중소 제조업에 피해의 부메랑으로 돌아올 것은 명약관화하다.
중소기업보다 규모가 더 작은 벤처기업도 리스크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지난해 12월 벤처기업협회가 회원사 400곳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52.3%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변화가 경영환경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답했으나, 대응책이 준비돼 있다는 기업은 0.8%에 불과했다.
전자장비 업체 E사는 “기업들이 환율 변동에 대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율 정책의 방향성을 명확히 제시해 줘야 한다"며 “기업이 국제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규제를 완화하고 제도적 지원을 확대해 달라"며 정부 지원책을 호소했다.
저가 '중국산' 공습에 내수도 '흔들'…아예 中과 손잡는 업체도
업계와 전문가들은 수출기업뿐만 아니라 내수기업 역시 안심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 기조에 따른 관세 강화, 달러 환율 강세 등이 수출기업뿐 아니라 내수기업에 고스란히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이다.
게다가 G1 미국과 무역갈등 확대를 예상한 G2 중국이 대미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한국기업과 한국 시장을 겨냥해 직접 또는 우회 방식으로 침투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 실제로 중국 기업들이 속속 국내 진출 움직임이 활발해 지고 있다.
특히, 유통업계는 이미 값싼 중국산 제품의 국내 시장 진입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중국의 다이소로 불리는 소매점 미니소가 지난해 12월 14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매장을 열었다. 향후에는 홍대, 건국대학교 등 인근에도 매장 출점도 준비 중이다.
미니소는 2016년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2021년 철수했는데, 3년 만에 재진출한 것이다. 예궈푸(葉國富) 미니소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앞으로 5년간 매년 900∼1100개의 매장을 새로 열 계획이라고 현지 언론에 말했다.
중국 이커머스기업 알리익스프레스에 이어 테무도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다. 테무는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지난달 813만명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확보해 국내 이커머스 11번가를 제치고 3위까지 치고 올라왔다.
업계에서는 테무가 올해 정식으로 한국지사를 설립하고, 인력 채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이런 가운데 신세계그룹 계열의 G마켓은 아예 국내 이커머스시장 2위로 올라선 중국 알리익스프레스와 지난달 동맹관계를 맺었다. 올해 상반기 중 알리익스프레스와 G마켓의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것이다. G마켓은 내수시장의 경쟁에서 생존하고 해외 진출의 교두보를 마련하는 한편, 알리익스프레스는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확대할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서용구 숙명여대 교수(전 유통학회장)는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면 중국의 유통업체와 제조업체가 한국으로 밀려들어올 수밖에 없다"며 “소득과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상황에서 내수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밖에 없는 만큼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