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0표차’ 조합원 표심 잡으며 현대건설 눌러···한강조망·금융조건 등 주효
한남 재개발 사업 첫발···업계 1위 ‘자존심 싸움’ 승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한남4구역에 '래미안' 깃발을 꽂았다. 재개발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에 완승을 거두며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했다. 앞으로 기세를 몰아 압구정3구역을 포함한 인근 주요 단지 재개발 시공권도 따낼 지 주목된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한남4구역 재개발조합은 전날 오후 서울 이태원교회에서 총회를 열고 투표를 통해 삼성물산을 시공사로 최종 선정했다. 이날 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1153명 가운데 1026명이 참여했다. 삼성물산은 이중 675표를 얻었다. 현대건설은 335표를 확보했고 기권·무효표는 16표였다. 접전이 펼쳐질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삼성물산이 340표차로 '완승'을 거뒀다.
삼성물산은 일찍부터 파격적인 금융조건을 내걸며 해당 사업 수준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조합원 분담금 상환을 최장 4년 유예하고, 최저 이주비 12억원을 보장하겠다는 안을 내놨다. 착공 전까지 물가 상승에 따른 공사비 인상분 중 최대 314억원을 자체 부담하고, 추가 공사비 증가분 650억원을 선반영한다는 약속도 했다.
'전 조합원 한강 조망 확보' 제안도 조합원들의 마음을 움직인 주요 요소로 꼽힌다. 삼성물산은 조합원 투표 직전 진행된 최종 합동설명회에서 한강변 조망이 가능한지에 따라 아파트 호가가 10억원 이상 벌어지는 현실을 적극 알렸다. 현대건설은 한강 조망 확보 관련 청사진을 내놓지 못했다.
삼성물산은 또 일반분양 면적 6만5033㎡ 규모로 지어 현대건설보다 2624㎡ 늘리고, 일반분양가를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공해 조합원에게 추가 분양 수입을 보장하겠다고 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번 수주를 통해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에 진출하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한남4구역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 16만여㎡를 재개발하는 사업이다. 당초 조합이 제시한 사업비가 약 1조6000억원에 육박했을 정도로 규모가 크다. 특히 이번에 삼성·현대가 맞붙은 사업지는 한남뉴타운 재개발 사업구역 한가운데 위치했고, 일반분양 물량이 많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시공능력평가 1위 삼성물산이 이를 앞세워 주요 단지 수주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업계 1·2위 건설사가 맞붙었다는 이유에서 이번 수주전이 서울 주요 주택 재개발 사업 전초전이 될 것으로 봤다. 한남4구역보다 규모가 더 큰 압구정 3구역 등도 포함된다.
삼성물산이 '자존심 싸움'에서 승리했다는 것도 눈여겨볼 포인트다.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와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는 서울대 건축학과 선후배이자 양사에서 '주택통'으로 손꼽히는 인물이다. 이들은 이번 수주전에서 이례적으로 현장을 찾아 직원들을 독려하고 대외 메시지를 전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왔다.
현대건설은 예상 밖 표차로 패하게 되면서 앞서 수주한 한남3구역에 이어 4구역까지 '디에이치 타운'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을 접게 됐다. '디에이치'는 현대건설이 만드는 고급 아파트 브랜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남4구역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별적인 제안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며 “약속했던 최고의 아파트로 보답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