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종료 이후 경영난 심화…中보따리상 거래도 중단
中침체·해외관광객 씀씀이 축소로 실적개선 돌파구 난망
내실경영 집중…“임대료 조정·면세한도 확대 지원 필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실적 부진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면세점업계가 사업 존폐를 우려하며 정부에 '지원책' SOS(구조신호)를 애타게 보내고 있다.
현재 면세점들은 점포 폐점, 다이궁(중국인 보따리상) 거래 중단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비용절감에 나서고 있지만 돌파구 찾기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다.
중국 경기침체, 외국관광객 소비패턴 변화로 실적 반등 가능성이 요원한 만큼 면세점 생존을 위해선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24일 영업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은 부산점의 영업을 종료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부산점 특허권 반납을 세관과 협의 중이다.
업계 1위 롯데면세점도 이달부터 다이궁과 거래를 전면 중단했다.
다이궁은 한국에서 면세품을 헐값에 대량 구매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에 유통시키는 중국인 보따리상을 일컫는다. 면세점 전체 매출 중 다이궁이 차지하는 비중이 한때 50%에 이르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이 다이궁과 거래 중단에 나선 것은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내 면세점들은 지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외국관광객 발길이 끊기자 다이궁들에게 상품 정상가 40~50%를 수수료 명목으로 환급하는 조건으로 물품을 넘겼다. 팔면 팔수록 손실을 볼 수밖에 없는 구조임에도 사업 유지를 위한 고육책이었다.
다이궁과 거래를 끊은 롯데면세점은 올해 수익성을 개선을 위한 체질개선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면세점 새 수장을 맡은 김동하 신임 대표는 설 연휴 전에 사업전략회의를 열어 체질개선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국내 면세점업계가 점포 폐점과 다이궁 거래 중단 카드를 내민 것은 경영난 심화에 따른 것이다.
2023년 면세점업계 전체 매출은 13조7585억원으로 최정점을 찍었던 2019년 24조8586억원의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었다.
실적 부진도 장기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롯데·신라·신세계·현대 등 국내 면세점 4사의 누적 적자는 1355억원에 이른다. 롯데면세점이 -922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신라면세점 -258억원 △현대면세점 -171억원 △신세계면세점 -4억원을 기록했다.
문제는 경영개선 돌파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이전에 면세점업계의 주고객이자 매출원이 중국 단체관광객이었지만 중국 내수침체로 방한객 감소, 과거 '큰 손 소비'에서 벗어난 객단가 감소로 예전같은 면세점 활황 경기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면세점업계는 정부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호소한다. 무엇보다 공항 임대료 조정이 필요하다고 한목소리로 요구한다.
면세점들은 인천공항이 지난 2023년부터 '여객당 임대료'를 도입한 후 여객수 증가를 매출 증가가 따라가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여객당 임대료제는 면세사업자가 납부약정한 여객 1인당 임대료에 '월 출국자' 여객수를 곱해 월 임대료로 산출하는 방식이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에도 여객 수는 증가했지만 매출은 그만큼 비례하지 않는 상황에서 당장 롯데를 제외한 면세점들은 연간 3000억원 가량의 임대료를 납부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임대료 납부방식 조정이 절실할 수밖에 없다.
면세한도 확대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갈수록 세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행자 입국 면세한도는 800달러(약 116만원)로 다른 국가인 일본(20만엔·약 186만원), 중국 하이난(10만위안·약 1982만 원)보다 낮은 편이다.
더욱이 업계는 입국장 인도장 설치를 확대해 내국인 여행객의 면세점 소비를 촉진시킬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입국장 인도장은 구입한 면세품을 공항에 맡기고 입국할 때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지난 2023년 처음으로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 입국장 인도장을 선보였는데 업계는 이를 다른 공항으로도 확대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면세점들은 내실 경영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라며 “내국인 소비라도 늘리려면 정부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