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를 이끄는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대신 중국을 찾아 중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테슬라, 아마존, 메타, 틱톡 등 빅테크(거대 기술기업)의 수장들이 취임식 참석차 워싱턴에 집결한 것과 대비되는 행보여서 이에 따른 파장이 주목된다.
20일 중국 매체인 이차이와 펑파이 등에 따르면 황 CEO는 지난 19일 저녁 엔비디아 베이징지사의 연례 춘제(春節·음력설) 맞이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AI) 발전을 주제로 연설했다. 이날 자리에는 중국 대학 관계자와 중국의 로봇 관련 스타트업 창업자들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황 CEO는 “우리는 새해의 시작과 함께 'AI'라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축하하고자 여기에 모였다"면서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상용 컴퓨터가 만들어진 뒤에 AI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컴퓨터 발전 분야에서) 새로운 돌파구가 나타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제 AI는 믿을 수 없이 놀라운 기술이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상에 스며든 기술이 됐다"면서 “나는 매일 AI에게 수많은 질문을 하고, AI를 멘토로 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에 대한 애정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황 CEO는 “사람들이 잘 모르겠지만, 엔비디아가 중국 시장에 진출한 지 25년이 됐다"라면서 “지난 20여년간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시장과 국가 중 하나의 현대화를 위해 함께 기여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중국에서 베이징·상하이·선전에 지사를 두고 있으며 총직원 수는 약 4000명이다.
그는 “중국 직원들의 이직률은 전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으로, 연간 이직률이 0.9%에 불과하다"면서 “일부 기술 기업의 연간 이직률이 20%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낮은 수치"라고 밝혔다.
그는 “엔비디아에 입사하면, 나와 함께 늙어간다는 뜻이고, 나는 이 사실이 매우 자랑스럽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엔비디아가 중국 내 약 3000개의 스타트업과 협업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엔비디아의 제품 위에서만 구동하는 AI 개발 플랫폼인 '쿠다(CUDA)'를 거론하며 “쿠다는 일반인은 이해하기 힘들고 초인들만이 이해가 가능한데, 중국에서 쿠다를 사용하는 개발자 수는 150만명에 달한다"고 농담을 섞어 언급했다.
엔비디아는 쿠다를 통해 전 세계 AI 칩 시장의 8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그는 '여러분, 안녕하십니까?'라는 뜻으로 “거웨이 펑여우 다자하오(各位朋友大家好)"라며 중국어로 직접 첫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연설 이후 그는 사내 경품 추첨 행사에도 참석했는데, 경품 1등 상품은 젠슨 황이 사인한 그래픽 카드(Geforce RTX 4060 Ti) 5장이었다.
황 CEO는 앞서 지난 15일에는 엔비디아 선전지사의 연례 춘제 행사에 참석했으며, 이어 고향인 대만을 방문하고 지난 17일 대만지사의 종무식 행사에 참석하는 등 중국과 대만 각지를 순회하고 있다.
미국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AI칩 수출 제한을 강화하는 가운데 엔비디아의 중국 매출 비중은 17%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