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이오 인수 철회’ 이수페타시스, 소송전 불가피…주주연대는 환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1.24 16:31

매도인 의무 불이행으로 계약 해제 주장

제이오 “납득할 수 없어”…법적 분쟁 가능성

주주연대는 내부 논의 돌입, 아직 2500억 유증 남아

이수페타시스 CI

▲이수페타시스 CI

이수페타시스가 결국 제이오 인수를 철회했다. 그러나 이수페타시스는 제이오 측에, 제이오는 이수페타시스 측에 계약 파기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향후 법적 분쟁이 예상된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는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향후 대응 방안을 두고 내부 논의에 들어갔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수페타시스는 타법인 주식 및 출자증권 양수와 관련된 계약을 철회했다고 전날 공시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작년 11월 8일 신사업 확장을 위해 제이오 측 최대주주이자 대표이사 강득주 씨와의 구주 인수 및 제3자배정 유상증자 계약을 체결, 각각 575만 주와 546만 주를 취득하는 2578억1294만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계약에 따라 2024년 11월 계약금 1581억2500만 원이 지급됐으며, 잔금은 오는 3월 7일 납입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수페타시스는 최초 양수도 계약 체결 공시부터 시장과 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제이오 인수 자금 마련을 포함해 5500억원에 달하는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병행했기 때문이다.


회사 측은 사업 다각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제이오 인수 및 유상증자는 어쩔 수 없다는 선택이었지만 주주들의 공감을 얻지 못했다. 당장 5500억원이라는 증자 규모는 당시 기준으로 시가 총액 약 30%에 달하는 대규모였던데다 주주배정 유상증자라는 특성상 주가 희석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특히 제이오 인수가 이수페타시스 본업과 큰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도 문제였다. 이수페타시스의 본업은 반도체 기판 제조업이며, 제이오는 이차전지용 탄소나노튜브 제조 기업이어서다. 이같은 양사간 시너지에 대한 의문은 시장에서도 제기됐었고, 당시 이수페타시스의 목표주가를 낮춘 증권사도 존재했다.


금융감독원도 이수페타시스의 유상증자에 두 차례나 제동을 걸었다. 이수페타시스 유상증자 증권신고사의 형식적 요건과 중요사항의 기재가 미비했으며, 주주들 반발도 의식한 결정으로 풀이된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역시 작년 12월 초부터 주주행동을 시작, 소액주주연대 플랫폼 액트를 통해 6%가 넘는 표를 결집했다. 이후 이수페타시스 사옥 앞에서 시위하거나 직접 사측 임원과 접촉해 유상증자 반대 의견을 분명히 하는 등 조치를 취했다. 임시 주총 개최, 집중투표제 안건 상정 등 카드도 내부에서 논의 중이었다.


결국 이어지는 주주의 반발과 당국의 눈초리 때문에 이수페타시스도 제이오 인수를 포기할 수밖에 없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공시에서 이수페타시스는 인수 계약 무산의 책임을 제이오 측에 돌렸다. 공시에는 주식매매계약(SPA) 상 매도인, 즉 제이오 및 강득구 대표의 의무 불이행에 따른 조치로 계약 해제 통지와 함께 철회 결정을 내렸다고 기재됐다. 이에 따라 기지급된 계약금의 반환을 요청하고, 필요한 경우 반환 청구 소송 등 법적 절차를 진행하겠다고도 밝혔다.


더불어 이수페타시스는 입장문을 통해 “구체적 계약 해제 사유는 비밀유지조항에 따라 언급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제이오 측 역시 이에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이오도 이날 입장문을 통해 “당사는 지금껏 거래 상대방과의 거래 완결을 위해 성실히 임해왔다"며 “현재 거래 상대방의 일방적이고 신뢰할 수 없는 태도로 인해 최대주주 변경에 대한 거래 종결 가능성이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반감을 표했다. 이수페타시스의 제이오 인수 사태는 결국 이수페타시스-제이오 간 소송전으로 번지게 된 셈이다.


한편 제이오 인수와 유상증자에 내내 반발한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는 갑작스러운 철회 소식에 얼떨떨해하면서도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주주연대는 오는 2월 10일 서울 모처에서 한 법률 전문가와 만나 제이오 인수 철회를 위한 상담까지 진행할 예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전날 제이오 인수 철회 소식을 기사로 접해 알았을 정도로 사측으로부터 아무런 언질을 받지 못한 상태였다.


주가도 모처럼 폭등했다. 제이오 인수 발표 후 장중 최저 2만1000원까지 떨어졌던 주가는(2024년 12월 12일) 제이오 인수 철회 발표 후 이날 상한가에 가까운 4만9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작년 제이오 인수 및 대규모 유상증자 결정 소식이 있기 전 주가에 근접한 것이다.


단 주주연대 내부에서는 향후 주주행동 방향에 대해 고민에 빠졌다. 이수페타시스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최근 주주연대 내 주주 중에서 주식 손절 등을 이유로 적잖은 손바뀜이 일어난 것으로 파악된다"며 “아직 남은 2500억원 유상증자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야 할지 의견을 모아야 하므로 설 연휴 이후 입장을 정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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