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패널 ‘효율 극대화’ 전력 생산···자연 채광 덕트 등 눈길
적극 투자 통해 ‘패시브 기술’ 대거 적용···홍보관 마련해 기술 전파도
탄소중립 건설기술 탐방 - 제로에너지건축물 인증 관련 건물과 기술을 소개합니다. 제로에너지건축물은 단열 성능을 극대화해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 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도입한 친환경 건축물을 뜻합니다. 국토교통부는 2017년 해당 기준을 5개 단계로 마련해 등급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외관부터 강렬했다. 창문보다 태양광 패널이 더 많았다. 구조는 더 놀라웠다. 채광·단열이 잘되고 친환경 요소가 곳곳에 적용됐다. 운영 방식도 인상적이다. 완전한 '탄소중립'을 달성해 남는 전기를 옆 건물로 보내 공유한다. 인천 서구 오류동에 있는 국립환경과학원 '지구환경연구동' 얘기다.
24일 찾은 국립환경과학원은 꽤 넓은 부지에 조성돼 있었다. 환경부 산하 기관으로 종합환경연구단지 내 국립생물자원관, 국립환경인재개발원, 국가대기오염 첨단감시센터 등과 붙어 있다.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곳곳에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어 눈길을 잡는다. 국립환경과학원 본관 건물 역시 천장이 패널로 가득찼다.
지구환경연구동은 그 중 가장 상징적인 곳이다. 2500m² 지하1층~지상2층 크기로 2011년 완공됐다. 당시 업무용 건물 최초로 '탄소배출 제로'를 달성해 눈길을 끌었다. 연구동은 짓는데 총 89억원이 투입됐다. 건설비는 m² 당 약 355만원으로 일반 건물의 1.5배 가량이 들었다.
단연 눈에 띄는 외모를 지녔다. 태양광 패널이 천장과 벽면을 가득 채웠다. 색감도 업무용 건물이라기보다는 감각적인 예술작품을 연상시킨다.
이 곳의 진짜 매력은 건물 내 에너지를 스스로 생산해 소비한다는 점이다. 태양광만으로 연평균 10만3121kWh의 전력을 생사하면서 소비하는 양은 9만9169kWh 수준이다. 남는 잉여전력은 옆 건물로 전송해 사용한다. 태양열과 지열 에너지도 냉·난방과 온수 등에 활용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건물이 에너지 소비절감을 통해 절약하는 금액이 연간 6200만원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있다. 탄소배출로 따지면 2000cc 중형차가 서울·부산을 218회 왕복하는 정도 양이다.
연구동에는 제로에너지 건축물로 거듭나기 위한 기술이 총 66가지 적용됐다. 에너지부하 절감을 위해 남향으로 건물을 배치하고 슈퍼단열, 자연채광 등에 신경 썼다. 체적대비 외피면적을 최적화하고 열손실을 줄이기 위해 외형 디자인도 단순화했다. 또 방위별 특성과 내부공간 기능에 따라 채광, 일조, 일사, 환기 등을 위한 창호면적을 최적화했다.
첨단 신소재들도 다수 사용됐다. 연손실을 줄이는 슈퍼단열, 기밀 성능을 강화한 고기능 프로파일, 실내외 불필요한 열전달을 제어하는 고기능 삼중유리 등을 장착했다. 습기 침투를 막기 위해 방습층을 따로 마련하고 외부 블라인드를 설치해 일사량을 조절한다. 건물 중심부에는 아트리움이 있다. 천정부에 투과율이 낮은 모듈을 적용해 여름철 불필요한 일사를 제어한다.
옥상에 올라가니 태양광 및 태양열 패널이 상당히 많았다. 자연 채광 덕트도 여러개 있어 시선을 잡았다. 옥상에서 햇빛을 받아 건물 안 창으로부터 자연광 도달이 어려운 위치에 조명을 쏴주는 장치다. 다른 조명들을 고효율 LED를 사용한다.
1층에는 별도의 홍보 공간도 마련됐다. 주로 학생들이 단체로 방문해 환경 교육을 받고 제로에너지 건축물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고 연구동 직원은 설명했다. 건물에 적용된 기술에 대한 소개는 물론 기후변화 전반에 대한 인식도 개선할 수 있어 만족스러웠다.
직원들의 에너지 절감 노력도 상당했다. 불필요한 조명을 항상 꺼두고 겨울철 불필요한 난방을 하는 일도 없다. 30여명의 상주 직원들은 층고가 꽤 높은 건물임에도 대부분 엘리베이터 대신 계단을 사용하면서 탄소 배출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국내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중 건물의 비중은 20%를 넘는다. 저탄소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탄소중립 건축'이 필수다. 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업무 시설로는 최초로 자체적으로 에너지를 100%를 생산하도록 지어진 지구환경동은 저탄소 시대를 위한 건물 설계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