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터 구현 위한 양자네트워크 구축 장비 제작
시뮬레이터로 첫 수상, 올해 신호생성기 출품 기술상
상용화에 기업·대학 큰 관심…작년부터 매출 가시화
생성형 AI(인공지능)에 이어 산업계 '게임 체인저'가 될 것으로 주목받는 양자컴퓨터는 신약 개발 등 수조원이 투입되는 문제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양자컴퓨터 개발 단계는 시제품 수준이나 선진국 기술기업들이 양자컴퓨터 고도화에 속도를 내며 차세대 핵심기술에 투자를 이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양자 기술 스타트업 '큐심플러스'도 지난 1월 초순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최대 전자제품 박람회 CES2025에 양자 통신용 신호 생성기인 '큐심유닛-SC'(QSIMunit-SC)를 출품해 임베디드(내장형) 기술 부문 혁신상을 수상해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특히, 큐심플러스는 지난 2023년 CES에서 양자통신 분야 최초 혁신상 수상 기업이라는 영광을 거머쥔 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3년 연속 혁신상을 거머쥐면서 K-스타트업의 자존심을 세웠다.
큐심플러스는 삼성전자와 LG전자를 거쳐 지난 2019년 고려대학교 교수로 부임한 노광석 대표가 기술 가능성을 보고 지도교수와 공동창업자 2인과 함께 2021년 창업한 기업이다. 노 대표는 현재도 고려대 양자ITRC센터 연구교수로 활동하고 있다.
양자컴퓨터는 0과 1만을 다루는 2진법 체계의 기존 컴퓨터와 달리 양자역학 특성을 가진 단위인 큐비트로 연산을 처리하는 컴퓨터를 뜻한다. 중첩의 특성을 지닌 큐비트는 0과 1의 상태를 동시에 나타낼 수 있어 도청을 막을 수 있는 강력한 보안성을 자랑한다. 기존 컴퓨터가 전기신호 감지로 도청 당할 수 있었으나 양자컴퓨터는 큐비트의 중첩성 때문에 도청자가 정보를 모두 확인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큐심플러스의 목표는 양자컴퓨터 구현을 위한 양자 네트워크 구축이다. 현재 양자통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양자 암호 통신장비 고도화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는 양자통신에 필요한 부품인 QKD 고속 제어신호 생성 모듈 '큐심유닛-SC'를 선보여 올해 CES2025에서 혁신상을 받았다.
큐심플러스에 따르면, 큐심유닛-SC는 양자통신 확산을 위한 장비다. 신호처리 분야에서 펄스(pulse) 신호의 통계 폭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줄인 제품으로, 양자통신 확산을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고가 신호장비가 필요한 것과 달리 보드 하나로 성능을 발휘하는게 장점이다.
큐심유닛-SC에 앞서 CES2023에서 양자 분야 최초로 혁신상을 받은 양자통신 소프트웨어 시뮬레이터 '큐심프로(QSIMpro)'는 양자 레벨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해 양자의 특성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게 만든 장비다. 이를 통해 작업 전에 양자 특성이 제대로 나오는지 확인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지난해 CES2024년에서 혁신상을 차지한 양자통신 운용 소프트웨어 '큐심프로-랜(QSIMpro-LAN)'도 환경에 민감한 양자암호통신 장비가 네트워크 방면에서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소프트웨어를 관리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노광석 큐심플러스 대표는 “CES 방문 첫 해에는 양자컴퓨터가 뭐냐는 수준의 기본적 질문을 받았으나, 올해는 양자컴퓨터가 CES 핵심주제로 선정된 만큼 분위기가 매우 달라졌다"며 “각 회사 장비에 큐심플러스의 제품을 적용할 수 있을 지, 양자컴퓨터 제작·응용업체들도 양자 네트워크를 묶을 수 있을 지 구체적인 문의를 해왔다"라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큐심플러스는 CES2025의 성과를 바탕으로 국내 위성기술 톱(TOP) 기업 등 총 15개 업체와 미팅을 가질 예정이다.
또다른 큐심플러스의 장점은 제품의 사양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글로벌 경쟁기업과 달리 소비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유지보수 편의성을 높이고 있는 차별성이다.
아울러 경쟁기업들은 유선 케이블 위주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나, 큐심플러스는 무선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려는 것도 특장점이다. 다만, 대량생산 경험이 없는 건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숙제다.
큐심플러스는 양자 암호 통신장비의 신호처리 부품을 IT로 분리 판매해 지난해부터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다. 올해 3분기에는 대학에서 판매 요청이 들어온 큐심유닛-SC를 상용화할 계획으로, 지난해보다 더 높은 매출이 나올 것이라고 노 대표는 기대했다.
다만, 노 대표는 양자컴퓨터 상용화와 관련해 “레고로 비교했을 때 아직은 블록이 부족하고 원하는 형태가 다 있는 게 아니지만 현재 있는 걸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단계"라며 “(현재의) 양자기술(수준)에 대해 실망하지 말고 기술 발전을 기다려달라"고 강조했다.
초기 단계임에도 양자 기술을 통해 이미 신약 개발과 같은 문제 해결이 이미 이뤄지고 있지만 양자통신과 양자암호통신 장비의 가격이 비싸고 크기가 커 상용화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국내외 기업의 연구가 많이 진행돼 향후 2년 뒤에 더 나은 제품이 나올 것으로 전망되며, 큐심플러스도 약 2년 뒤 크기를 줄인 장비를 내놓을 계획이다.
노광석 대표는 “양자통신 네트워크 구축에서 1등 기업이 되겠다"며 “현재 양자암호통신에 집중하고 있으나, 양자통신 핵심기술을 고도화해 더 다양한 솔루션을 개발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