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 외교 갈등에 삼성전자·현대차 ‘영토 확장’ 고민 깊어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03 14:31

군함도·관세 이슈 터지는데 ‘정치 불안’ 악재까지
삼성전자, 일본 프리미엄 시장에서 성과 제한적
“자칫 반한 감정 생길까”… 현대차도 ‘동병상련’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에 있는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스마트폰 관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지 소비자들과 접

▲일본 도쿄 하라주쿠역에 있는 '갤럭시 하라주쿠' 전경. 삼성전자는 이 곳에서 스마트폰 관련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현지 소비자들과 접점을 늘리고 있다. 사진=여헌우 기자.

한국과 일본 간 외교관계에 이상기류가 감돌면서 국내 기업의 일본 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스마트폰 시장에서 좀처럼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하고 있는 삼성전자나, 13년만에 일본 승용 시장 재진출을 선언한 현대차 등 국내 주요 수출 대기업 입장에서는 자칫 현지에서 '반한(反韓) 감정'이 조성될까 걱정하고 있다.




3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외교부는 일본과 갈등을 겪고 있는 과거사 문제 관련 '강경 대응'하겠다는 노선을 정했다. 일본이 하시마(군함도) 탄광이 포함된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후속조치에서 우리 측 요청을 또 수용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다. 양국은 작년 11월 '사도광산 추도식'을 두고도 기싸움을 벌였다.


무역 분쟁 조짐도 보인다. 현대제철이 지난달 한국 정부에 일본산 열연강판 반덤핑 조사를 요청하자 현지 철강업계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마이 타다시 일본철강연맹 회장은 “무역조치 발동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반한 감정'이 생겨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삼성전자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해왔다. 도쿄 중심부에 체험스토어 등을 운영하며 고객 접점 늘리기에 주력했다. 최대 번화가 중 하나인 시부야에서는 갤럭시Z 폴드·플립 제품 옥외광고를 진행했다. 지난해에는 홍보 강화 차원에서 현지 법인 설립 이후 16년만에 '뉴스룸 재팬'을 신설했다.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 1위 업체 애플과 격차가 상당한데 중국 기업들의 견제까지 받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 재팬에 따르면 작년 3분기 기준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일본 점유율은 6.9%다. 애플(48%), 샤프(12.2%), 구글(10%), 레노버(8.9%)에 이은 5위다. 전년 동기(6.5%) 대비 실적이 개선되긴 했으나 급성장한 중국계 레노버(1.6→8.9%)에 4위 자리를 내줬다.




분위기도 좋지 않다. 현지 점유율이 2022년 9.1%를 찍으며 선전하는 듯 하다 2023년 6.3%로 급락했다. 같은 시기 스마트폰 시장 후발주자인 구글은 점유율을 1.5%에서 10.7%로 끌어올렸다. '한류 열풍' 등 국가 이미지 개선으로 인한 지원사격을 기대했던 삼성전자가 최근 양국 관계 경색에 바짝 긴장하고 있는 이유다.


삼성전자 입장에서 일본은 놓치기 어려운 시장이다. 인구가 1억명이 넘고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3만5793달러에 달하기 때문이다. 구매력이 상당하다는 점에서 폴더블폰이나 플래그십 모델 같은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를 늘릴 수 있는 곳이다.




'마진 확대' 갈증도 심한 상태다. 삼성전자 MX(Mobile eXperience) 사업부 연간 영업이익은 2023년 13조원에서 작년 10조6000억원으로 감소했다. 갤럭시S 25의 경우 성능을 대폭 강화해놓고도 경쟁 심화 우려에 가격을 전작 대비 동결했다. 회사는 인공지능(AI) 경험으로 모바일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동시에 태블릿, 노트 PC, 웨어러블, 확장현실(XR) 등 다양한 제품을 선보여 MX 사업부 영업이익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일본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는 현대자동차 처지도 비슷하다. 지난 2022년 '13년만에 승용 시장 재진출'을 선언하며 전기차 등 고부가가치 차종을 판매하고 있지만 성적이 좀처럼 오르지 않고 있다. 일본수입자동차협회 자료를 보면 현대차의 지난해 현지 판매는 618대다. 비슷한 시기 현지에 진출한 중국 BYD(2383대)에 밀리는 추세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전자가) 한류 등 외부 지원을 기대하기 보다는 우리나라가 일본 대비 앞서고 있는 분야를 찾은 뒤 협업해 활로를 찾는 게 나을 것"이라며 “대표적인 게 정보통신(IT)이다. 네이버, 카카오가 현지에서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소비재(스마트폰)에 IT 기술을 색다르게 접목하는 방법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고 짚었다.



여헌우 기자 기사 더 보기

0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