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SGI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
“불확실성 장기화 시 ‘환율발 경기하방’ 위험”
달러-원 환율이 작년 12월 이후 1400원대 중후반대에서 등락하면서 '환율발 복합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치 불안 상황도 지속도고 있는 만큼 실물·금융 정책패키지가 동시에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한상공회의소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환율 급등 시나리오별 경제적 임팩트 및 대응'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환율은 경제 펀더멘털 약화와 한미 금리역전 등 구조적 요인에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겹치며 상승압력이 지속되고 있다. 환율 급등이 그간 잠재돼 있던 금융리스크와 결합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은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하는 형국이다.
보고서는 과거 탄핵 사례의 경우 국내 경제여건이 양호해 환율이 안정적이었으나 최근 국내 경제는 내수부진에 주력산업 경쟁력 약화 및 주요국 보호무역주의 강화 등 대내외리스크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정치적 갈등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에 따라 환율 불안정성과 이로 인한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충격의 강도가 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보고서는 환율 관련 향후 정치·경제 상황에 따른 두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우선 정치와 경제가 분리돼 정책 대응이 원활한 경우 달러-원 환율은 1400원대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이라고 봤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조기수습 되더라도 한미 금리역전 지속과 트럼프의 관세인상 예고로 연중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올해 환율의 주요 변수다. 미국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는 자국 물가를 자극해 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경우 한미 금리 역전 폭이 더욱 확대돼 달러-원 환율이 4% 이상 상승압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보고서는 정치권 갈등이 장기화하는 시나리오를 들며 다소 비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정치적 불확실성이 연중 지속된다면 달러-원 환율은 약 5.7% 상승압력을 받게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나리오 하에서 환율은 1500원대로 치솟을 가능성이 있다.
이는 투자·소비 심리를 크게 위축되고 재정 공백 발생, 통화·통상 정책의 효과적 대응 지연 등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보고서는 최악의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이 주요 전망기관 예측치(한은 1.6~1.7%, KDI 2%)보다 낮은 1.3%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김천구 대한상의 SGI 연구위원은 “부동산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자영업 대출 및 가계부채, 주력산업 부진 등 잠재된 리스크가 환율 급등과 맞물리면 실물·금융리스크와 결합한 복합위기로 전이될 수 있다"며 “글로벌 수요부진과 공급과잉으로 석유화학·철강 등 신용리스크가 확대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외화차입 기업들의 상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보고서는 환율 급등에 따른 불안이 실물·금융 리스크로 전이되지 않도록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등 정책패키지 시행 △반도체특별법·전력망특별법 등 기업투자 관련 법안 신속처리 △취약부문 금융보호망 강화 등 대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가장 시급한 것은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한 '실물·금융 정책패키지'다. 보고서는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와 해외 IR 활동을 통해 외환시장을 안정시키는 한편 금융시장 리스크 확대에 대비한 추가 대응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추경 편성에 대해서는 경제적 효과 극대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봤다. 보고서는 정부소비, 정부투자, 이전지출 등에 동일한 1조원을 늘릴 경우 실질 국내총생산(GDP)에 미치는 승수효과는 각각 8500억원, 6400억원, 2000억원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추경의 부문별 예산은 여야 합의를 통해 단기 부양책뿐만 아니라 반도체 산업 보조금, 에너지 기반시설 확충 등 중장기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투자에 중점을 두고 편성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양수 대한상의 SGI 원장은 “환율 급등과 정치적 불확실성, 글로벌 경제 변화가 맞물린 현재 상황에서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다양한 대응책들이 실질적으로 실행되고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정치권과 정부, 기업 등이 협력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