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 악화 K철강, 트럼프 25% 관세 발언에 비상…치명타 우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0 14:40

대미 수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 방침

관련 업계 비상체제 가동하고 시나리오 점검 중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추가 관세를 예고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비상이 걸렸다. 중국 철강사와의 경쟁으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한 상황에서 관세 부과 시나리오에 따라 적지 않은 북미 수출 물량이 타격을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관세 부과 조치가 국내 철강사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25% 관세 부과를 발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그는 9일 뉴올리언스로 이동하는 전용기(에어포스원) 안에서 기자들에게 이와 같이 밝히며 “미국으로 들어오는 어느 철강이든 25% 관세를 부과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루미늄에 대해서도 질문받자 “알루미늄도 그렇다"라고 답했다.



'쿼터제' 사라지나…국내 철강업계 노심초사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국내 철강업계가 비상 상황에 들어섰다. 국내 철강 수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는 북미 시장을 자칫하면 한순간에 빼앗길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 관세를 손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8년 1기 행정부 당시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 관세를 부과한 바 있다. 다만 당시는 캐나다와 멕시코 등 일부 교역국에는 면세 조치했고, 한국은 연간 수출 물량을 70%로 제한하는 쿼터제(할당제)를 적용했다.




현재 한국은 대미(對美) 철강 수출에서 연간 263만t(톤)의 무관세 쿼터를 적용받고 있다. 이 물량 내에서는 무관세로 수출할 수 있으나, 쿼터를 초과하는 물량에는 25%의 관세가 부과되는 방식이다.


2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미국에서 국산 철강의 경쟁력이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어 통상 쿼터를 넘어서지 않는 수준에서 철강을 수출하고 있다. 실제 미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규모는 254만8000t으로 쿼터 이내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 등 국내 대형 철강사는 비상체제를 가동하고 현지 상황을 파악하면서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철강 관세 부과를 언제부터 적용할지, 한국도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되는지, 기존 철강 수입 쿼터제를 철폐하고 25% 관세를 일률로 부과하는지 세부 사항이 모호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는 트럼프 행정부가 쿼터제를 철폐하고 25% 관세를 부과하거나 기존 쿼터제 기준을 크게 줄이는 경우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이미 한도에 맞춰서 수출하고 있는 상황이라 쿼터제가 축소되거나 사라진다면 타격이 심각할 것"이라며 “관련 부서가 긴급하게 알아보고 있지만 아직 25%라는 숫자 이외에 구체적 내용이 없어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상호관세도 곧 도입…중국과 경쟁까지 철강업계 '이중고'

더 큰 문제는 국내 철강업계가 중국과의 경쟁에 실적 악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포스코는 연결 기준 영업이익 1조7321억원을 기록해 지난 2023년 2조3053억원에 비해서 24.9% 줄었다고 밝혔다. 같은 기간 현대제철의 영업이익은 7873억원에서 3144억원으로 60.6%, 동국제강은 2355억원에서 1025억원으로 56.5% 줄었다.


중국 철강사가 저가 철강제품을 쏟아내 글로벌 수출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 점유율까지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과거 무역 갈등의 영향으로 중국산 제품을 선호하지 않은 북미 시장이 국내 철강사가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수출처로 꼽혀왔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11~12일에 상호관세에 대해서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상호관세는 교역상대국과 동등한 세율의 관세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는 주로 대미(對美) 무역흑자국을 상대로 자국에 비해 상대국이 더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는 품목에 동일한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국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거의 대부분의 미국산 수입 품목에 관세를 없앤 상태이나, 지난해 대미 무역흑자 8위(556억9000만 달러)로 집계돼 추가적인 조치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다른 국내 철강업계 관계자는 “관세 장벽이 높아질 경우 가장 큰 타격을 입는 부문 중 하나가 철강"이라며 “중국과의 경쟁도 극심한 상황에서 미국이 새로운 관세 부과를 준비하고 있어 국내 철강사의 주요 수출 시장을 잃게 될 위기"라고 말했다.


한편 국내 알루미늄 업계도 바짝 긴장하는 분위기다. 국내 알루미늄박 수출량의 30% 가량을 북미가 차지하고 있어 관세 부과에 대한 영향은 철강업계보다 더욱 클 것으로 관측된다.



윤동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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