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쇼트’ 마이클 버리, ‘中쇼트’ 너무 일렀나…딥시크發 강세장 놓쳤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7 10:48
마이클 버리

▲마이클 버리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이자 2008년 금융위기를 예측한 마이클 버리가 그동안 사들였던 중국 주식을 지난해 4분기 일부 처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의 등장으로 촉발된 중국 증시의 강세장을 놓친 셈이다.




17일 버리의 헤지펀드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2024년 4분기 13F 공시에 따르면 버리는 지난해 4분기 중국 기업들에 대한 익스포져 비중을 일부 줄였다. 미국 주식에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 기관들은 분기마다 SEC에 13F 공시를 통해 지분 현황 보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버리는 뉴욕증시에 상장된 중국 전자상 거래업체 알리바바의 보유량을 지난해 3분기 20만주에서 15만주로 25% 줄였다. 그는 또 장둥닷컴의 보유 비중도 50만주에서 30만주로 40% 줄였다. 다만 그가 보유했던 바이두 주식은 지난해 4분기 12만5000주로 집계돼 직전 분기와 동일했고 중국 전자상거래 플랫폼 테무의 모회사인 핀둬둬(PDD)홀딩스는 7만5000주어치 새로 사들였다.



그럼에도 작년말 기준 사이언 에셋 매니저먼트가 운용하는 포트폴리오에서 중국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3%로, 작년 3분기(65%) 대비 줄었다. 주가 가치 또한 5400만달러에서 4090만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버리는 약 3년 전부터 중국 기업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사이언 에셋 매니지먼트는 2022년 4분기에 알리바바와 장둥닷컴 주식을 각각 5만주, 7만5000주어치 처음으로 사들였다. 버리는 2023년 2분기에 두 주식을 모두 처분했지만 같은해 3분기에 다시 사들였고, 그 이후부터 매 분기마다 보유량을 늘려왔다. 작년 1분기엔 바이두 주식도 처음으로 4만주 매수하기도 했다.




이렇듯 버리가 작년 4분기에 중국 주식을 돌연 처분한 배경엔 중국 당국이 발표한 부양책들의 약발이 떨어진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이에 따른 디플레이션 우려가 지속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실제 뉴욕증시에 상장된 알리바바와 장둥닷컴의 주가는 작년 4분기에만 각각 20%, 13% 급락했다.


버리는 또 중국 주식들의 주가 하락에 대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지난해 3분기에 알리바바, 장둥닷컴과 바이두에 대한 풋옵션(매도 권리)을 모두 사들였는데 다음 분기에 모두 처분했다.




주목할 부분은 그가 처분했던 중국 주식들이 딥시크 등장 이후 외국인의 투자심리 개선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전쟁이 중국 증시에 새로운 악재로 꼽혀왔는데 딥시크 효과가 이런 불확실성을 모두 뚫은 것이다.


실제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홍콩증시에 상장된 대형 기술주 30개로 구성된 항셍테크지수는 종가 기준 지난달 13일 4221.92로 저점을 찍은 후 지난 14일 5526.22로 31% 가까이 폭등했다. 같은 기간 알리바바 주가는 54.8% 급등했고 장둥닷컴 주가도 24% 가량 상승했다. 이 기간 AI 대장주로 여겨졌던 엔비디아 주가가 4.22%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이런 와중에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중국 기술주들이 앞으로 더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로라 왕 전략가는 지난 11일 투자노트를 통해 “글로벌 투자자들은 장기간 소외받던 중국 테크와 AI 분야에서 투자 가능성을 재평가하기 시작했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의 포지셔닝이 가벼운 점을 감안하면 단기적으로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UBS의 제임스 왕 전략가도 “랠리가 절반도 안 지난 상태"라면서 풍부한 유동성 등을 고려할 때 AI 관련주가 추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앞서 독일계 글로벌 투자은행 도이치뱅크도 중국 증시가 AI와 전기차 등에 힘입어 올해 크게 오를 것으로 이달 초 전망한 바 있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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