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 써도 신뢰 못 얻으면 실패”…요지경 속 ‘재개발 공사 입찰’ 방정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19 15:47

A건설, 업계 최고 이미지에도 올해 첫 '대어' 놓쳐

재개발-재건축 사업 시공권 확보 경쟁에 '신뢰 회복' 화두 던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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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4구역 내 한 아파트 단지 전경. 김다니엘 기자

“A건설이 실패한 것은 결국 신뢰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최근 대형건설사들이 경기 불황 속에서 유일한 수익원인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입찰에 열을 올리고 있다. 1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자금력과 조직을 동원하는 일도 심심치 않다. 하지만 결국 꼼수나 비신사적인 행위 등으로 '신뢰'를 얻지 못할 경우 경쟁에서 이기지 못할 뿐더러 시공권을 따내더라도 갈등 끝에 사업이 좌최도거나 지연되는 일들이 잦다.


지난달 중순 올해 초 '최대어'로 불렸던 서울 B구역 재개발 시공사 선정에서 '물을 먹은' A건설이 대표적 사례다. 이 입찰에서 A건설은 재계 라이벌이지만 건설 부문에선 '한 수 앞선다'고 자신했던 C사에 조합원 투표에서 패배하고 말았다. 이 사업의 공사비는 무려 1조5000여억원으로 사업성이 뛰어나 많은 건설사들이 탐내던 곳이었다.



사실 업력·규모 면에서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A건설은 내심 이번 공사 수주를 자신하고 있었다는 게 업계 안팎의 전언이다. 바로 옆 구역 시공권을 이미 따냈고, 몇년 전 론칭한 프리미엄 브랜드의 이미지도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A사는 100억원이 넘는 큰 돈을 투자해 견본주택을 건설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기도 했다. 대표이사가 조합원 총회 직전 현장을 방문해 주민들의 표심을 공략하는가 하면 공사비도 C사보다 3.3㎡당 51만원이나 싸게 제기하는 등 '총공세'를 펼쳤다. 그럼에도 A건설은 결국 다수의 조합원들로부터 외면당한 채 C사에게 패배, 올해 첫 '대어'를 낚는데 실패하고 말았다.


A사의 패배 원인으로는 무엇보다 '신뢰의 상실'이 제기되고 있다. A건설이 규모와 브랜드 파워, 설계 측면에서 뛰어난 것은 맞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 조합을 '배신'하는 행적을 종종 저질러 '악명'이 높았다. 건설업계에선 A건설이 과거 공사를 수주해 놓고 나중에 공사비 증액을 요구하면서 시공을 중단해 입주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를 끼치는 행위로 유명하다. 특히 B구역 바로 옆에 위치한 D구역에서도 2019년 같은 일을 저질러 주민들의 원성을 샀다. 계약할 때까지만 해도 3.3㎡당 547만원으로 공사비를 정해 놓았고 심지어 45개월간 동결 기간까지 약속했다. 그런데 의무 기한이 끝나자 마자 바로 다음달 공사비를 3.3㎡당 750만원으로 대폭 올리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해왔다.




강동구 E구역에서도 조합이 공사비 인상을 거부하자 무려 6개월이나 공사를 중단해 입주민들의 막대한 피해를 초래했다. 은평구 F구역에서도 5개월여나 공사를 중단하는 파행을 초래했다.


또 A건설은 입찰 때까지만 해도 조합 집행부나 조합원들에게 '입 안의 혀'처럼 굴지만, 막상 계약을 하고 난 뒤엔 조합 집행부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나 자신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고 판단될 경우 다른 사람들을 부추겨 새 집행부를 꾸리게 하는 등 꼼수와 '이간질'로 유명하다.




건설업계에선 A건설의 사례가 사실 특이하지 않으며, 도시정비사업에서 대형 건설사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전언한다. 자금력·인적 자원이 막강한 대형건설사들이 조합을 갖고 놀면서 사업 전반을 쥐락펴락하는게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B구역에서의 A건설의 '뜻밖의 패배'는 향후 도시정비사업 참여 주체들에게 '신뢰 회복'이라는 화두를 던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A건설은 과거 책정한 공사비를 갑자기 증액시킨다거나 공사를 중단하는 등의 전적이 있다"며 “지난해 재개발 조합 관계자가 화가 나서 A건설 사옥을 들이받는 일이 있을 정도로 신뢰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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