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 등 극심한 정치갈등 속 에너지분야 현안 처리 의의
전기본 연동 송전망·천연가스수급·집단에너지 계획도 곧 완료
미래 전력 수요예측 전기본 한계, 아웃룩 방식으로 개선 필요
고준위법은 야당 법안 위주로 통과…수명연장 두고 논란 예상
정국 혼란 속에서도 결국 현안 마무리한 산업부 추진력 높이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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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위원장이 에너지 3법(전력망확충법·고준위방폐장법·해상풍력특별법) 등 법안을 상정하고 있다.
에너지분야를 맡고 있는 산업부와 국회 산자위가 극심한 정국 혼란 속에서도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에너지3법을 통과시키며 에너지 정책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야당 일각에선 졸속 처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여야와 정부가 합의안을 도출했다는 점에서 모범적인 정치력을 보였다는 긍정적 평가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다만, 미래 에너지 수요예측 방식,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대책, 원전 계속운전 여부 등 세부적으로는 개선해야 할 사항들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전기본, 아웃룩 방식으로 전환 고민 필요
20일 에너지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4년부터 2038년까지 15년간의 전력수급 계획을 담고 있는 11차 전기본이 통과됨에 따라 이를 전제로 수립되는 장기송변전설비계획, 장기천연가스수급계획, 집단에너지계획 등도 속속 확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전기본은 세계적인 탄소배출 저감 추세에 동참하고 2050탄소중립과 2030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충족하기 위해 원전과 재생에너지 등 무탄소전원을 최대 7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담고있다.
에너지업계에선 전기본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현재 전기본은 정부가 15년 후의 전력수요를 예측하고 그에 맞춰 발전원별 설비 계획을 수립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탄소중립과 에너지기술 발전으로 미래 변동성이 매우 커져 수요를 예측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전문가들은 수요전망과 필요설비 수치만 제시하고 발전사업자들이 입찰과 경쟁을 통해 설비를 확보하는 '아웃룩(Outlook)' 방식으로 전환될 가능성을 제안하고 있다. 미국 등 주요 선진국들이 이 방식을 쓰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LNG 용량시장, 무탄소전원 입찰시장, 청정수소발전 입찰시장 등이 도입되며 시작된 제도 변화와 맞닿아 있다.
업계에선 신규 대형설비를 추가로 건설하기 어려운 현실을 고려할 때, 이 같은 방향이 현실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전기본 통과로 인해 장기적인 에너지 수급 계획이 마련되며, 에너지 시장의 안정성과 투명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해상풍력·전력망 특별법은 합의…고준위법은 논란
에너지3법도 19일 국회 전체회의를 통과하며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이르면 이달 내로 본회의에서 최종 통과할 전망이다. 에너지3법은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 특별법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해상풍력특별법전력망특별법을 말한다.
이 중 전력망특별법과 해상풍력법은 여야 간 큰 이견 없이 합의를 보았다. 반면, 고준위법은 향후에도 여야의 분쟁의 소지가 남아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력망특별법은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부담을 해소하고, 전력 공급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됐다. 이를 통해 재생에너지의 원활한 연계와 전력망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전력망 인프라 확충과 기술 개발을 촉진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전력망 연계를 원활히 함으로써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기여할 전망이다. 또한 전력망 투명성과 공정성을 높여 전력 시장의 신뢰도를 강화하고, 민간 투자 유치를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해상풍력특별법은 해상풍력 발전 프로젝트의 허가 절차를 간소화하고, 인프라 구축을 지원해 산업 성장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해상풍력은 풍부한 자원과 높은 발전 효율을 바탕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크게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또한 해상풍력 프로젝트는 해양 인프라 구축과 유지보수를 통해 관련 산업과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고준위법은 야당의 주장 위주로 반영되며 향후 원전 수명연장을 둘러싼 논란이 예상된다. 고준위법은 원전에서 발생하는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의 처리를 규정한 법안으로, 야당은 원전 수명연장을 사실상 막는 내용을 강력히 주장해왔다. 이번 법안 통과와 탄핵정국이 맞물리며 원전 수명연장과 관련된 논의는 당분간 진전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산업부 추진력 주목…에너지 정책 전환 기대
업계에선 탄핵정국 속에서도 산업통상자원부가 현안을 마무리한 데 대해 추진력을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다.
11차 전기본과 에너지3법 통과로 인해 정치적 혼란과 무관하게 에너지정책 전환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향후 전기본의 아웃룩 방식 전환과 에너지3법의 통과는 에너지 시장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또한, 다음 전기본부터는 정부의 역할이 축소되고 시장 주체들의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발전사업자들의 책임과 역할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산자위 간사는 19일 전체회의에서 “향후 전기본은 정부 주도의 계획이 아닌 민간의 참여가 늘어나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회 산자위 관계자는 “11차 전기본과 에너지3법 통과는 한국의 에너지 정책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음을 보여준다. 특히,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며, 에너지 시장의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면서도 “다만, 고준위법과 관련된 논란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과제로 남아 있어, 향후 정책 논의에서도 지속적인 협의와 조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탄핵정국 속에서도 에너지 현안이 마무리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이번 법안들이 실제로 에너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평가는 아직 이르다"며 “정부와 업계, 정치권의 협력을 통해 에너지 정책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