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보험 약진 등 힘입어 5년 연속 최대 실적 경신
킥스 250% 육박·업계 최고 수준, CSM 11조원↑
MG손보 인수 여파, 실사서 판가름…예보 행보 주목
투자손익 상승 불구 PF 부실 속 건전성은 우려
[편집자 주] 국내 비은행 금융사들이 경제성장률 둔화와 경쟁 심화라는 암초를 만났다. 정치불안정과 미국 신정부 정책기조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도 변수다.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기업 수장들의 고민이 깊어지는 까닭이다. 에너지경제신문은 생명보험사·손해보험사·카드사들의 페인 포인트를 만드는 원인들을 살펴보고, 위기 돌파를 위한 전략을 조명해본다.

▲메리츠화재.
메리츠화재가 5년 연속 최대 실적을 경신하는 등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김중현 대표는 이를 토대로 2위 경쟁을 넘어 업계 1위에 도전한다는 포부도 내비치고 있다. 그러나 마음을 놓을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수 대상 및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는 탓이다.
장기 인보험·투자손익, 실적 향상 견인…DB손보와 2위 싸움
23일 업계에 따르면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별도 기준 당기순이익 1조71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9.2% 증가한 수치로, DB손해보험(1조8609억원)에 근접했다.
보험손익은 1조5336억원으로 2.4% 늘어났다. 장기인보험을 중심으로 수익성 확보에 나서고 일반보험이 선전한 영향이다. 보험계약마진(CSM)은 10조4600억원에서 11조1800억원으로 확대됐다. 지난해 신계약 CSM이 1조4000억원 가까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비대면 영업 플랫폼(메리츠화재)을 안착시켜 고객 기반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도 지난 19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을 통해 새 회계기준(IFRS17)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수익성 제고를 기대했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말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을 247.6%로 추정했다. 이는 보험법상 최소기준(100%)과 금융당국의 권고치(150%)를 넘어 업계 최고 수준의 수치다.
MG손해보험을 인수하면 CSM을 더욱 끌어올리는 가운데 높은 수준의 킥스도 유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실제로 지난해 4분기말 메리츠화재의 지급여력금액은 13조4951억원, 지급여력기준금액은 5조4502억원이다. 지난해 3분기말 경과조치 후 기준 MG손해보험은 각각 3781억원, 8718억원이었다. 단순계산으로는 양사의 합산 지급여력금액이 1조2292억원 이상 감소하거나 지급여력기준금액이 6196억원 넘게 불어나지 않는다면 킥스가 200% 밑으로 떨어지지 않는다.
MG손보 노조, 실사 거부…대출채권 증가·자산운용투자이익률 하락세

▲MG손해보험.
그러나 메리츠화재도 고민이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상당한 규모의 공적자금을 투입한다는 의사를 표명했으나, MG손보의 자본잠식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인수 부담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MG손보의 자본총계가 지난해 2분기말 -551억원에서 3분기말 -184억원으로 개선된 것으로 나오지만, 노동조합이 실사를 거부하는 것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CSM 증가폭, 킥스 변동폭을 비롯한 수치가 정확하게 나오지 않는 것도 이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예금보험공사가 업무방해 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는 등 법적 조치에 나섰지만, 우선협상대상자(메리츠화재)의 예측가능성 제고를 위해서는 실사가 더욱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불거지고 있다.
투자손익(7616억원)이 전년 대비 25% 향상되는 등 업계에서 높은 축에 속하지만, 자산운용 투자수익률이 지난해 1분기 4.0%에서 2분기 3.9%, 3분기 3.8%, 4분기 3.7%로 낮아진 점도 언급된다.
김 부회장이 “해외 상업용 건물 투자에 대한 감액 상각 부담이 줄어드는 점이 우호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발언했으나, 자산 건전성 리스크도 지적 받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여전한 가운데 부동산 자산이 지난해 1분기 1조1011억원에서 3분기 1조4319억원으로 커지면서 고정이하 가중부실자산도 같은 기간 746억원 불어난 탓이다.
고정이하비율(전체 자산 중 연체기간 3개월 이상의 고정이하자산이 차지하는 비중)도 높아지는 추세다.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23년 9월말 0.91이었던 고정이하비율은 연말 0.53으로 낮아졌다가 지난해 상반기말 1.44, 9월말 1.62로 급증했다.
자동차보험의 경우 12월 손해율이 89.8%까지 높아졌음에도 연간 기준으로는 업계가 바라보는 손익분기점(BEP·80%대 초반)을 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다음달 중순부터 보험료를 1% 낮추면서 수익성이 저하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MG손보 매각이 이번에도 무산되면 다른 매수자를 찾는건 불가능에 가까운 수준"이라며 “예보가 청산을 언급할 정도로 강경하게 나오는 것도 이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