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 우리 경제의 위험신호, 한계기업 비중 증가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2.25 11:02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유정주 한국경제인협회 기업제도팀장

트럼프 경제정책의 후폭풍이 거세다. 바이든 정부 시절 기업에 약속했던 보조금의 폐지, 축소를 넘어, 보편관세 부과를 언급하더니 이제는 부가가치세를 무역장벽 삼아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한다. 트럼프 정부가 자국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실시하려는 생경한 무역 정책은 다른 국가의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등 자유무역협정을 통해 무역장벽을 피해 왔지만, 트럼프 정부가 과거의 자유무역협정을 고려해 줄지 미지수이다. 사실 미국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은 현 정부에서 갑자기 시작된 것은 아니다. 트럼프 1기, 바이든 정부에서 연속성을 가지고 추진되었고 트럼프 2기 정부에 들어 정점을 향하고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의 대미교역 여건은 점차 악화되었다. 얼마 전 뉴스에 보도되었듯이,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철강, 자동차 등 제조업이 위기상황이다. 이미 일부 공장들은 가동률을 낮추거나 셧다운을 고려하고 있다. 트럼프의 무역정책이 국내산업을 고사위기로 몰아넣을 위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중국 제품의 저가 공세, 국내 상품의 경쟁력 상실 등 수출과 제조업 중심의 우리 경제에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되다 보니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이 약해지고 있다. 이를 보여주는 증거 중 하나가 바로 한계기업의 증가이다. 한계기업은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이 이자비용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을 의미한다. 모든 한계기업이 부실기업은 아니지만 한계기업 비중이 높아진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펀더맨털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최근 2,260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한계기업 비중을 분석한 결과, 2023년 3분기 기준 한국의 한계기업 비중 19.5%로 나타났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프랑스 등 G5 국가와 비교해 보면 2023년 3분기 기준 대한민국의 한계기업 비중은 미국 25.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증가속도를 살펴보면 2016년 7.2%에 불과한 한계기업 비중이 2023년 3분기 19.5%로 12.3%포인트 증가했다. G5 국가와 비교하면 같은 기간 15.8%포인트 증가한 미국이 다음으로 증가폭도 크다. 특이한 점은 G5국가는 2016~2024년 3분기 기간 동안 한 번이라도 한계기업 비중이 줄어든 경우가 있었지만 우리나라는 단 한 번도 감소한 경우가 없다.


미국보다 한계기업 비중, 증가속도가 낮아서 다행일까? 미국은 세계의 위험자본이 몰리는 아주 예외적인 시장이다. 이 위험자본들은 적자기업이라도 미래가 유망해 투자가치가 있으면 과감하게 투자하여 소위 대박을 터트릴 수 있는 나라이다. 물론 미국이라고 해도 대박의 확률은 그리 높지 않기 때문에 초기에는 이익은 못내고 부채만 늘어가는 한계기업 비중이 상대적으론 높게 나타난다. 그럼 우리나라도 그럴까? 우리나라는 작은 내수시장과 과도한 기업 규제로 미국과 같이 많은 모험자본의 유입될 환경이 되지 못한다. 우리만 해도 국내 주식시장은 외면하고 미국 주식사장에 투자하는 서학개미가 많은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우리나라에서의 한계기업 비중 증가는 우리 경제를 버티는 기존 기업들이 점점 병들어 가고 있음을 추측해 볼 수 있다.


진짜 걱정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정치적, 경제적 위기 상황이 지속되면서 기업 경기도 더 좋아지기 어려울 것 같다. 그렇다면 한계기업 비중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고, 언젠가 우리 경제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는 시기가 올 수도 있다. 정말 살얼음판을 걸어가는 형국이다.


정치는 타협을 모르고 국민도 분열되어 있으니 경제 위기를 극복할 여력이 있는지 의심이 들 때도 있지만, 이러한 위기를 잘 극복하고 다시 재도약할 것으로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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