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4구역부터 신반포4차·송파 대림가락까지 수주 열 올려
계열사 일감 줄고 수주 잔고 축소에 적극 나선 듯…사내 분위기도 달라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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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건설부문의 대림가락 재건축 투시도. 사진=삼성물산
삼성물산 건설 부문이 최근 한남 4구역 수주전에서 현대건설을 누른 데 이어, 신반포4차 및 송파구 대림가락 재건축 시공사로 최종 선정되는 등 재정비 사업 수주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분기에 이미 올해 목표치 5조원의 50% 이상인 3조원 이상을 달성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그룹 계열사 일감이 줄어든 것을 만회하기 위한 노력으로, 기존의 '건설 홀대' 분위기도 달라진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물산이 재정비 사업 수주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당장 1조6000억원 규모의 서울 잠실우성 1·2·3차 재건축 시공권을 놓고 GS건설과 맞붙을 것으로 보인다. 여의도 한양 아파트 재건축 시공권도 3월 말경 수의 계약 체결이 전망된다. 방화6구역 재건축 공사도 수의 계약이 예상되고, 개포주공6·7단지와 압구정 일대 재건축 등 주요 사업지에서 활발한 수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자체 공사 및 계열사 일감에 집중하면서 재정비 사업 수주에 소극적이던 것과 정반대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래미안' 아파트 5곳만을 분양해 정비사업 수주 시장에서 “사실상 발을 뺐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부산 촉진2-1구역 재개발 수주전에 참여하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특히 이서현 사장 부임 후 정비사업 수주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양새다. 재건축·리모델링을 막론하고 주요 정비사업지를 중심으로 활발한 수주 공세를 펼치고 있다.
만약 한양3차와 방화6구역 재건축 정비사업까지 모두 수주할 경우 삼성물산의 정비사업 수주액은 1분기에 이미 3조원 중반을 훌쩍 넘길 전망이다.
이는 우선 그룹 계열사 일감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수주 물량이 대폭 줄었다. 2023년년만 해도 삼성전자 물량이 전체 수주 19조1000억원 가운데 12조2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지난해에는 전체 수주 17조9000억원 가운데 하이테크 수주가 8조2000억원으로 비중이 절반 이하로 대폭 낮아졌다. 올해도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관련 수주 목표는 6조7000억원으로, 전년 실적인 8조2000억원보다 18% 줄어들었다.
여기에 삼성물산 건설 부문의 높은 인지도·선호도에 따른 자신감, 삼성물산내 다른 부문의 실적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매출 기여도 및 수익성이 높은 건설 부문에서 실적 확보에 나섰다는 지적도 나온다.
삼성물산은 시공능력평가 1위, 래미안 브랜드의 높은 선호도에 힘입어 실제 미분양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인천 연수구에서의 분양에 성공하는 등 강한 경쟁력을 과시했다. 심지어 신반포4차 입찰에서는 6곳의 건설사가 관심보이다가 삼성물산이 적극적으로 나서자 모두 포기했다는 후문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삼성물산의 건설부문 수주잔고는 건설부문 연간 매출액의 1.5배 수준인 27조7150억원으로, 17.8개월치(약 1년 6개월치) 일감만이 남아 있는 셈다. 시평 2위인 현대건설이 4분기 33개월치(약 2년 9개월치)를 보유하는 등 통상 대형 건설사들이 3년치 일감을 수주한 것 보다는 적다.
달라진 사내 분위기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과거 삼성그룹 내에선 “반도체 만드는 회사가 아파트까지 지어야 하겠냐"는 분위기가 강했다. 잦은 현장 사고나 민원 등 잡음도 많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그룹 내 분위기와 관계없이 당시에는 확보한 물량이 많았고 반도체 사업에 집중하다가 투자 일정이 미뤄지면서 대안적인 먹거리를 찾고 있는 것"이라며 “하반기 압구정과 성수지역 프로젝트를 착실히 준비해 추가 수주를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삼성물산은 도시정비사업뿐만 아니라 수소 에너지 등 신사업 확장에도 집중하며 수주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