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홈플러스, 할인행사 북적이지만 입점사들 ‘불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1 17:02

■ 서울 강서점·동대문점 매장 찾아가보니

매장 빈 진열대 없고, 홈플런 행사 손님 많아 ‘외관상 정상영업’

대금정상지급 발표 불구 납품·임대업체 “지연될라” 우려 기색

본사 “삼성·오뚜기 등 납품 합의 상품공급 안정화” 진화 안간힘

홈플러스 강서점

▲10일 오후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 푸드마켓에서 고객들이 LA소갈비 할인구매를 위해 줄을 서 있다. 사진=김철훈 기자

홈플러스가 지난주 전격적인 기업회생 신청으로 유통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기업회생 발표 뒤 주요 납품기업들이 제품 납품을 중단했다가 홈플러스측의 대금지급 약속으로 재개되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납품 협력사와 임대업체들은 결제 지연을 우려하는 불안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 주를 넘기고 홈플러스 매장의 분위기와 입점업체의 사정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0일 서울 강서구 홈플러스 강서점을 방문해 현장을 둘러봤다.


강서점을 포함해 홈플러스 전 매장은 현재 연중 최대 할인행사 '홈플런'을 정상적으로 진행하고 있었다. 표면상 기업회생 신청 이전의 매장 정상운영 모습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일단 강서점에는 납품이 중단돼 진열대가 비어있는 모습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2층 '메가푸드마켓'의 전체 진열대 중에서 상품이 소진돼 진열대가 비어있는 품목은 오뚜기 국물요리 '서울식 설렁탕', 남양유업 어린이 간식 '우리아이 처음먹는 감자얌얌' 등 손에 꼽을 정도였다. 서울 동대문구 홈플러스 동대문점 역시 '오뚜기죽' 등 극소수의 제품만 진열대가 비어 있었다.




이와 관련해 홈플러스 강서점 직원은 “오늘은 매진됐지만 내일 또는 물류차량 일정에 따라 모레 들어올 예정"이라며 “납품 중단 상황은 아니다"고 말했다. 동대문점 직원은 “목요일부터 할인행사가 전환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진열대가 비어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1일엔 데일리 브리핑 자료를 내고 현재까지 삼성, CJ제일제당, 롯데웰푸드, 농심, 삼양, 오뚜기, 남양, 동서, 팔도 등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또한, 대부분의 주요 협력사들과 납품 합의가 이뤄졌으며 다른 협력사들과도 속속 합의가 완료되고 있어 곧 상품 공급이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여 말했다.


강서점을 찾은 고객들 역시 연중 최대 할인행사인 '홈플런 이즈 백' 기간동안 식료품과 생필품을 구매하기 위해 평일임에도 꽤 북적이는 모습을 보였다.


강서점 매장 내 LA소갈비 반값할인 행사에 줄을 서 있던 30대 부부 고객은 “행사 기간동안 계란 등 싸게 파는 품목이 많아 일주일치 장을 보러 왔다"며 “홈플러스의 기업회생과 관련해 알지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홈플런 행사 효과로 이달 순 현금 유입액이 약 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지난 4일 기업회생 절차 개시 직후 홈플러스가 밝힌 가용 현금잔고 3090억원과 합치면 6000억원 가량을 물품대금 등 변제에 사용할 수 있는 셈이다.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매달 납품업체와 임대점주(테넌트)에게 정산하는 대금은 3000억원 안팎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에 입점한 임대점주는 식품·외식·의류·안경 등 약 8000곳에 이르며 이들의 상당수는 매달 임차료 등을 제외한 매출액을 홈플러스로부터 정산 받는 방식으로 영업활동을 한다.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개시로 '금융채권'은 상환이 유예됐지만 납품업체에게 지급하는 물품대금과 임대점주에게 정산하는 대금인 '상거래채권'은 소상공인과 영세사업자에게 우선적으로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납품업체와 임대점주에게 정산해 줄 자금은 여유가 있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이번 주 예정된 협력사 및 임대점주에 대한 대금 지급계획 발표를 앞두고 정산 지연을 우려하는 입점업체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채권 상환유예에 따른 금융사들과의 갈등을 비롯해 대주주 MBK파트너스에 대한 불신, 홈플러스의 적자지속과 대형마트 영업환경 악화 등 대내외 불안요인으로 앞으로 정산이 원활하게 이뤄질지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대문점의 한 생활용품 임대점주는 “나는 아직 대금 정산을 못 받은 것은 없지만 주변에 정산을 못 받은 임대점주가 많다"며 “홈플러스로부터 간략한 안내 문자를 받은 적이 있지만 정산이 지연돼도 별다른 방법이 없어 상황을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 관계자는 “이번 주 중으로 협력사 및 임대주들에 대한 상세 지급계획을 수립해 전달하고 정확한 지급 계획 등에 대해 세부적으로 소통함으로써 불확실성으로 인한 불안을 최소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금 지급이 지연돼 협력사가 긴급 운영자금을 대출받을 경우 그로 인한 이자비용도 지급해 협력사와 임대주들의 피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여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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