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개혁, 국민 부담 고려·‘핀셋 규제’ 필요”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3.14 10:44

보험회사 책임론 대두…“상품 잘못 설계한 탓”
도수치료 횟수 제한 등 일괄적 기준 따른 부작용

작년 3월 도수치료·체외충격파 진료비 1900억원
정부 측 “보험사 편 아냐…가입자 부담 가중 우려”

실손보험.

▲실손보험.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을 둘러싸고 보험가입자의 신뢰를 해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일부 오·남용 사례가 있다고 전체를 규제하는 방식이 국민들의 선택권 제약을 비롯한 부작용을 낳는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이봉근 한양의대 정형외과 교수는 13일 국회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정부의 비급여 관리 및 실손보험 개혁방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마련한 토론회에서 관리급여 제도 신설이 환자의 부담을 늘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는 진료비·진료량·가격 편차가 크고 증가율이 높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 90% 또는 95%의 본인부담률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 교수는 “경증 환자가 전체 의료 이용의 70~80%를 차지한다"며 “비중증 질환에 대한 자기부담을 높이면 의료비 부담에 따른 치료 지연 및 질병의 중증화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비보험 때문에 보험사 손해율이 높은 것은 알지만, 처음에 계산을 잘못한 것"이라며 보험사들의 책임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과도한 보장이나 지나친 의료 이용을 조장할 수 있는 약관도 절제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의사들이 실비를 통해 수익을 낸 것이 맞는 만큼 의료계도 비급여를 적정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장성환 담헌 대표변호사도 “보험사가 설계를 잘못한 결과를 감당해야 한다"며 “손해율 산정자료 또는 근거가 공개된 바가 없고, 오히려 손해율이 낮은데도 과다하게 보험료 징수한 사례도 있다"고 비판했다.




장 변호사는 “가입자간 공정성 제고를 위한 실손보험 개혁 필요성에 공감한다"면서도 “그 과정에서 오랜기간 형성된 기존 가입자의 신뢰와 기득권을 침해하는 방법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설파했다.


실손보험 개혁

▲13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앞줄 오른쪽 3번째)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에너지경제신문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역시 “상품을 잘못 설계한 책임은 회사가 지는 것이 맞다"며 “진작에 오·남용됐다는 비급여 실사를 제대로 했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힘을 보탰다.


서 이사는 “10대 비급여 대책에 있는 오·남용도 주관적으로, 보험상품을 재판매하는 것보다 지금이라도 보험사의 지급 기준을 명확하게 하는 것이 낫다"고 피력했다.


그러나 '보험계약이 일단 그 계약 당시의 약관에 의해 체결되면 그후 약관을 개정하더라도 당사자간 별도 합의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한 기존 계약에 개정 약관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례 등을 들어 재매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표출했다.


전현욱 금융감독원 보험상품제도팀장은 '정부가 보험사의 편을 든다', '건보 재정 아끼려고 국민 부담 늘린다' 등의 주장에 반박했다. 보장이 줄어들면 환자 입장에서는 좋지 않으나, 보험금 지급 증가는 실손보험 가입자 수 등을 볼 때 결국 국민들의 호주머니를 가볍게 만든다는 것이다.


특히 보험료가 꾸준히 갱신되는 실손보험 특성상 1~2세대 가입자들의 경우 장기간 조정되면서 보험료가 비싸졌고, 오히려 3~4세대 보다 손해율이 낮다고 설명했다.


전 팀장은 속도감 있는 개혁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실손보험료가 연평균 8% 가까이 오르고 있는 탓이다. 특정한 비급여 항목을 중심으로 진료비가 급증하고, 일부 환자가 혜택을 사실상 독차지하는 것도 우려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한달간 도수치료 진료비는 1208억원, 체외충격파치표도 700억원에 달했다. 4대 대형 보험사 기준 실손 보험금 수령자 가운데 상위 9%가 전체의 80%를 수령했고, 65%는 받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비급여 시장의 가격탄력성도 꼬집었다. 소비자가 부담을 덜 수 있는 까닭에 가격에 둔감하다는 것이다. 당국이 5세대 전환을 강제로 밀어붙이는게 아니라는 점도 거론했다.


안상호 한국선천성심장병환우회 대표는 현행 시스템 하에서 다수 가입자는 보험료 인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의료체계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현재 비급여 시장이 실손보험 없이 형성될 수 있는 규모인지에 대한 의문도 표했다.


조우경 보건복지부 필수의료총괄과장은 병행진료 급여 제한이 '비급여는 오늘, 급여는 내일 진료 받으라'는 방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미용/성형을 목적으로 하지만, 보험금을 받기 위해 유사한 행위를 함께하는 것을 차단하려는 목적이라는 것이다.


한편, 이날 행사에는 김태호 대한의사협회장, 조동찬 전 SBS 의학담당기자, 한진 법무법인 세승 변호사, 이민형 대한물리치료사협회 이사 등도 참석했다.



나광호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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