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긴급제언] 함승헌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초미세먼지·일산화탄소·유기화합물 등에 노출
KF마스크 착용 수준…보호장구·연구지원 필요

▲함승헌 가천대길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
해마다 봄철이면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데 올해는 경상도 지역에 대형산불이 발생해 커다란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불렀다. 산불은 애써 가꿔온 산림을 황폐화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화 과정과 그 후에 발생하는 유해물질이 인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우선 산불 진화에 참여하는 소방관, 산불재난특수진화대, 군인, 자원봉사자, 그리고 인근 주민들이 산불 사후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이들 유해물질은 산불 진화작업 중 다양한 유기물이 연소되면서 발생하는 초미세먼지(PM2.5), 미세먼지(PM10), 일산화탄소(CO), 이산화질소(NO₂),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복합적인 대기오염 물질을 말한다.
산불이 발생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기후 변화와 인간의 활동이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건조한 날씨와 강한 바람은 산불의 확산을 가속화하며, 이러한 상황에서 신속한 진화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피해는 더욱 커질 수 있다. 산불 진화작업은 대개 소방관과 특수진화대의 협력으로 이뤄지며, 이들은 불길을 제압하기 위해 다양한 장비와 기술을 사용한다.
그러나 산불 진화가 완료된 뒤에도 문제는 계속된다. 연소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는 대기 중에 남아 있으며, 이는 인근지역 주민들의 건강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
특히 초미세먼지(PM2.5)는 폐포를 통과해 혈액에 직접 침투할 수 있어 호흡기질환뿐만 아니라 심혈관계질환, 신경계질환까지 유발할 수 있는 위험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미세먼지의 농도가 높아지면 호흡기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은 더욱 심각한 증상을 경험할 수 있다.
산불 진화에 참여한 사람들도 이같은 유해물질에 노출되기 때문에 건강 손상의 우려가 크다. 따라서, 진화작업 참여자들은 산불 진화 뒤에도 지속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야 하며, 이를 위한 지원과 함께 유해물질에 노출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 등이 정책적으로 필요하다.
산불이 발생한 지역의 주민들도 이러한 유해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 산불이 진화된 뒤에도 대기에 남아 있는 미세먼지와 기타 유해물질은 주민들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
주민, 자원봉사자, 군인, 심지어 화재조사관이나 손해사정사들이 산불이 진화된 잔해 현장을 정리하거나 조사를 할 때 적절한 개인보호구를 착용하지 않고 현장에 들어가는 모습들을 볼 때마다 걱정이 앞선다.
방진과 방독이 동시에 가능한 마스크, 인증된 보호복, 일반 작업장갑이 아닌 보호용 장갑 등을 반드시 착용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현실이다. 대개는 KF마스크 착용으로 대처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된 방법이기에 근본적인 해결책이 요구된다.
산불 진화 뒤 발생하는 유해물질의 문제는 단순히 개인의 건강 문제를 넘어 사회 전체의 건강과 안전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와 관련 기관은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에 대한 연구와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산불 진화에 참여하는 인력과 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경우, 화재 진화 뒤 집에 돌아갈 때 지침을 주민들에게 배포하고 교육을 하는 등 건강보호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산불 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유해물질은 인체 건강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산불 진화 못지 않게 소방관과 피해지역 주민들의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지속적인 연구와 정책적 노력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