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각증상 없는 신장병·신부전증 증상과 관리법
조기발견 쉬운 어린시절 검사, 치료·비용 모두 효과적
성인도 콩팥기능 감소, 단백뇨·혈뇨 시 조기진료 필요
말기환자, 재택 복막투석·신장이식으로 '삶의질 개선'

▲투석 치료가 필요한 말기 콩팥병 환자가 잠을 자면서 자동복막투석(기계투석)을 하고 있다. 가정용 투석 기계가 정해진 프로그램에 따라 자동으로 투석액을 교환하는 방법이다. 사진=밴티브코리아
콩팥질환(콩팥병)은 단백뇨가 있거나, 콩팥 기능이 정상의 60% 이하로 떨어졌을 때를 말한다. 둘 중 하나만 해당해도 콩팥병이다. 단백뇨는 소변에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상태로, 간단한 소변검사로 확인할 수 있다. 단백질이 콩팥에서 빠져나와 소변에 섞인다는 것은 콩팥의 기능에 이상이 생겼다는 중요한 신호다.
물론 일시적인 단백뇨가 있다고 해서 콩팥병은 아니며, 일정 기간에 걸쳐 하루 150㎎ 이상 소변에서 단백질이 검출되면 단백뇨로 진단한다.
인체의 노폐물을 걸러서 배출하는 콩팥의 기능이 떨어지면 피로감, 집중력 저하, 식욕 감소, 수면 장애, 한밤중의 근육 경력(쥐), 발과 발목의 부기, 사지 감각이상, 빈혈, (주로 아침에)눈 부위의 푸석푸석함, 피부 건조와 가려움증, 잦은 소변과 야간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장시간에 걸쳐 콩팥(신장) 기능이 야금야금 감소되는 상태를 만성콩팥병(신장병·신부전증)이라고 한다. 신장의 기능을 나타내는 사구체여과율의 감소 여부와 상관없이 신장 손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경우, 콩팥의 기능 또는 구조적인 이상이 3개월 이상 지속되어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경우 등이 해당된다.
상당히 진행됐을 때까지 자각 증상이 잘 나타나지 않으며, 검사하지 않으면 콩팥 기능이 85% 이상 영구적으로 손실된 상태인 말기에 도달할 때까지 모르고 지내는 경우도 있다.
만성콩팥병이 악화하여 말기 콩팥병이 되면 투석(dialysis, 透析)이나 콩팥이식 외에 치료법이 거의 없다. 학계와 보건당국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말기콩팥병 유병자 수는 13만 7705명으로 2010년과 비교해 2.3배 늘어났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김용철 교수는 “말기 콩팥병 환자는 평생 투석 치료를 받아야 하고 이는 삶의 많은 부분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환자는 자신의 생활방식에 맞는 투석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의료진 역시 환자 중심의 치료 접근법을 추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말기 콩팥병은 만성콩팥병이 진행돼 사구체여과율이 분당 15㎖ 미만으로 감소하고 요독 증상이 생겨 신장이식이나 투석 등 신대체요법이 필요한 상태를 의미한다.
투석은 복막투석(복투)와 혈액투석(혈투) 두 가지가 적용된다. 혈투는 병원에 가서 해야 하고, 복투는 가정이나 편안한 장소에서 크게 어렵지 않게 가능하다. 혈투는 투석기기에 혈액을 걸러서 노폐물을 제거한 후 다시 넣어주는 것이고, 복투는 투석액을 복강에 넣어 노폐물을 흡수한 뒤에 체외로 빼내는 것을 말한다. 투석치료는 콩팥이식을 하지 않는 한 평생 지속해야 한다.

디지털헬스케어 자동복막투석, 만성콩팥병 환자에 재택치료 편의 제공
복투와 혈투는 각각 장단점이 있는데, 최근에는 복막투석 분야의 발전으로 수면 중 투석이 용이해졌고, 디지털 헬스케어와의 결합으로 환자편의를 높이고 있다.
지난 16일 열린 밴티브코리아 주최 기자간담회에서 자동복막투석(APD) 시스템과 디지털 환자 관리 플랫폼을 결합해 의료진이 자동 전송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환자 맞춤형 의사 결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내릴 수 있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소개돼 관심을 모았다. 밴티브코리아는 복막투석을 위한 24시간 상담 서비스 제공과 집까지 투석액을 직접 배송하는 등 환자 중심의 서비스를 해준다.
이날 김용철 교수는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자신의 생활 방식에 맞는 투석 방법을 선택해야 하며, 투석 치료를 하는 동안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법도 고려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말기신부전 환자들의 경우 이틀에 한 번 병원에 직접 방문해 투석해야 하므로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못 가는 분들이 많다"고 전한 김 교수는 “재택 복막투석 치료를 할 경우 투석액만 잘 배송한다면 해외여행도 갈 수 있을 정도로 환자의 편의가 증대된다"고 소개했다.
근본적인 신대체요법인 콩팥이식은 모든 말기 콩팥병 환자의 희망이다. 콩팥은 2개여서 살아서 기증하면 1명, 사후에 기증하면 2명에게 새로운 삶을 안겨준다.
최근 콩팥이식 4000례를 달성한 서울성모병원 박순철 혈관이식외과 교수(장기이식센터장)는 “어려운 의료 분위기 속에서 장기를 기증해 주신 기증자와 가족분들의 숭고한 뜻과 생명을 살려야 한다는 의료진들의 간절한 마음이 합쳐져 이뤄낸 결과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만성콩팥병은 조기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조기진단에 따라 적절히 관리와 치료를 했을 때 진행을 늦추거나 멈출 수 있기 때문이다.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하여 자신의 콩팥 기능이 어느 정도인지 확인하면서 혈액검사에서 콩팥기능이 감소되었거나 소변검사에서 단백뇨나 혈뇨와 같은 이상소견이 있으면 빨리 신장내과 전문의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상책이다.
만성콩팥병의 주요 원인이자 위험 요인은 당뇨병, 고혈압, 만성콩팥병의 가족력, 고령 등이므로 이러한 경우 정기적으로 콩팥 건강 유무를 전문의와 상담하는 것이 좋다.

▲콩팥(신장) 이식은 말기 콩팥병 치료의 최종 희망봉이다.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가 최근 신장이식 4000례 달성을 기념하는 행사를 갖고 있다. 사진=서울성모병원

▲자료=대한신장학회
생활수칙 준수, 자가점검으로 당뇨병·고혈압·가족력 등 예방관리
전문가들은 어릴 때부터 조기 발견이 용이한 콩팥병인 사구체 신염을 줄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일찍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완치도 가능하고 비용 대비 효과도 좋기 때문이다.
혈액을 걸러 소변을 만들어내는 콩팥의 단위를 사구체라고 한다. 사구체가 정상이면 혈액을 거를 때 분자 크기가 큰 단백질이 빠져나가지 않으나, 사구체가 염증 등으로 손상되면 소변으로 빠져나간다. 하루 소변으로 단백질이 150㎎ 이상 배출되면 단백뇨로 진단한다. 단백뇨가 있으면 사구체 신염으로 추정한다.
신장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김성권 서울대 의대 명예교수는 “콩팥 정밀검사는 소변검사와 혈액검사로 이뤄져 비교적 간단하다"면서 “그런데도 소변검사에서 이상이 발견된 어린이의 상당수가 정밀검사를 받지 않은 채 방치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부모 등 가족 중에 콩팥병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는 자녀들에게 적극적으로 소변검사를 받게 하고, 이상이 나오면 신장내과 전문의를 찾아가 콩팥 질환 여부를 꼭 확인하라"고 조언했다.
대한신장학회는 만성콩팥병 예방·관리를 위한 '9대 생활수칙'을 제정했다. (표 참조)
만성콩팥병 환자들은 과일이나 채소, 음료를 잘못 섭취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콩팥은 몸 속 노폐물을 소변으로 배출하고 체내 수분량 및 전해질 조절 등을 담당한다.
그러나, 콩팥이 손상되어 그 기능이 떨어진 상태에서 칼륨이나 수분을 많이 섭취할 경우에는 혈중 칼륨 농도가 높아지는 고칼륨혈증이나 몸에 수분이 과다하게 축적되는 부종 등의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과일이나 채소에는 칼륨이 많다. 과도한 수분섭취 또한 만성콩팥병 악화의 요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