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횡령사고...은행별 파장은 ‘제각각’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1 16:21

국민은행, 22억 규모 업무상 배임 사고
신용등급 상향해 과다대출

기업은행, 횡령사고까지...노사갈등 ‘평행선’
노조, 5월 추가 총파업 전개 예고

금감원, 신한은행 정기검사 실시
부당대출 사고 여파

사진 왼쪽부터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사진 왼쪽부터 KB국민은행, 기업은행, 신한은행.

올해도 주요 시중은행에서 횡령사고가 계속해서 적발되는 가운데 은행별 파장과 향후 대응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올해 초부터 은행, 금융지주사를 대상으로 책무구조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됐고, 각 은행별로 이상거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까지 하나하나 적발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은행권은 인공지능(AI) 등을 통해 내부통제 시스템을 계속해서 고도화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민은행, 영업점 직원 과다대출 사고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한 영업점 직원이 기업대출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신용등급을 임의로 상향 조정해 대출을 더 많이 내준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발생일은 2023년 3월 21일부터 작년 9월 4일까지다. 금융사고 금액은 21억8900만원이고, 손실예상금액은 미정이다.


국민은행은 상시 감사를 통해 해당 사건을 적발했다. 직원은 대기발령 조치됐으며, 현재 국민은행에서 자체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자체 감사가 종료되면 손실금액도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은행은 해당 사건을 금융감독원에 보고했으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직원을 대상으로 관련 인사조치와 형사고소를 진행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노사관계 '평행선'

기업은행에서는 특별성과급 지급, 횡령사고 등으로 노사 관계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금융감독원 검사 결과 기업은행에서 총 882억원(58건) 규모의 부당대출 사고가 발생했다. 예를 들어 기업은행 한 퇴직직원이 부동산 시행업 등을 영위하면서 은행에 재직하는 배우자, 입행동기, 사모임 등을 통해 친분을 형성한 임직원 등 총 28명과 공모하거나 이들의 조력을 받아 대출관련 증빙, 자기자금 부담 여력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식이었다. 심사역 등 은행 임직원은 이를 공모, 묵인하는 방법으로 총 51건, 785억원의 부당대출을 받았다.




특히 기업은행 노조는 작년 말부터 정부에 특별성과급 지급, 시간외수당 등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고 있는데, 이번 횡령사고가 내부 직원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은 모습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부당대출사태 등 위기의 가장 큰 원인은 경영진의 낮은 윤리의식과 책임의식"이라며 경영진 총사퇴, 퇴직직원 자회사 및 협력사 낙하산 인사 근절 등 10대 혁신안을 수용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노조는 경영진이 임단협 합의 등 노조 요구에 불응하면 작년 12월 27일 개최된 총파업에 이어 5월 중 추가 총파업과 본격적인 행장 퇴진 투쟁을 전개한다는 방침이다. 기업은행 노조 측은 총파업을 벌이면서 임단협과 함께 경영진 총사퇴를 요구할 계획이다. 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사측과 접점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은행이 노조 측의 요구를 들어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기업은행은 부당대출 적발 이후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IBK쇄신위원회를 통해 조직 전반의 쇄신 계획 적정성과 이행실적을 외부의 시각에서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점검하겠다고 선언했다. 기업은행 측은 “부당대출 등 재발을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경영진부터 다 같이 쇄신 추진 과정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며 “전 직원 교육 등 내부 수용성을 높이는 활동을 지속 추진해 공감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잇단 횡령사고에 금감원 정기검사 조기 착수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은행권에서 횡령사고가 연달아 발생하면서 금융감독원은 은행권을 대상으로 정기검사 시일을 앞당기고 있다.


금감원은 신한지주, 신한은행을 대상으로 이달 14일부터 현재까지 사전검사를 진행 중이다. 이어 이달 28일부터 정기검사에 돌입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압구정역금융센터에서 기업대출을 담당하던 한 직원은 2021년 12월부터 작년 7월까지 은행과 거래 중인 업체의 명의를 도용해 수출대금 관련 서류를 위조했다. 직원은 해당 서류를 토대로 대출을 받고, 갚기를 반복해 17억원을 횡령했다. 이달에는 부당대출을 해주는 대가로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신한은행 한 직원이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처럼 은행권에서는 잊을 만 하면 터지는 횡령사고로 연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AI를 활용해 이상거래를 포착하고 있지만, 직원 개인의 일탈을 차단하는 데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권 관계자는 “지금은 대출업무 대부분을 시스템으로 처리하고 있지만, 서류를 판단하고 검증하는 등의 업무는 사람이 할 수밖에 없다"며 “아무리 시스템을 고도화해도 개인 일탈까지 감시하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I가 기존에 발생한 사고나 패턴을 학습시키는 식으로 모니터링 시스템은 점차 고도화되고 있다"며 “지금은 과거에 진행된 사고나 경험치들을 계속해서 축적하는 단계"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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