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마케팅 업체 브랜드리팩터링에 보유 지분 14.12% 매각
“대표 및 경영진 등과 협의 없이 독단적으로 넘겨…오너 일간 갈등설도”

▲이양구 동성제약 회장. 동성제약
동성제약이 창업 68년 만에 오너 경영 체제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탈모 치료제 '미녹시딜', 설사약 '정로환', 염모제 '세븐에이트' 등 생활건강 제품을 주력으로 성장해온 동성제약은 이번에 이양구 회장이 본인 보유 지분을 돌연 외부 기업에 매각하면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됐다. 내부 협의 없는 독단적 결정이었다는 점에서 오너 일가 간 갈등설도 제기된다.
28일 동성제약에 따르면, 이양구 회장은 본인 보유 지분 14.12%(368만여 주)를 디지털 마케팅 업체 브랜드리팩터링에 매각했다. 매각 대금은 총 120억원, 주당 3256원으로 당시 시가(3820원) 대비 약 14.8% 낮은 가격이다. 경영권 프리미엄도 없는 조건이다.
동성제약 관계자는 “회장이 독단적으로 넘긴 것"이라며 “대표 및 경영진 등 회사 측과는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50일 이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브랜드리팩터링 측 이사 선임 여부와 향후 경영 참여 방향 등을 확정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창업주의 외손자이자 조카인 나원균 대표에게 일부 지분(2.9%)을 넘기며 승계 수순을 밟는 듯했지만, 1년여 만에 지분 전량을 외부에 넘기면서 기존 구도가 흔들렸다. 나 대표는 현재 회사 지분 4.1%를 보유 중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조카에게 일부 지분을 넘기면서 경영권 승계 작업이 진행되는 듯했지만, 현재는 오너 일가 간 갈등설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오너 일가 간 갈등설과 함께, 동성제약의 수익성 악화도 매각 배경 중 하나로 꼽는다. 동성제약은 2024년 매출 884억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손실은 65.9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재무구조 건전성 강화를 위한 비용 증가와 더불어, 췌장암 항암제(Ce6-curcumin 유도체)와 대마유래 통증 치료제 등 신약 개발을 위한 연구개발비 확충, 판매비와 관리비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2023년에도 매출 886억원, 영업이익 6억원 수준에 그쳤고, 2022년에는 매출 933억원에도 불구하고 약 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 3년간 매출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으며, 수익성 역시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인수자인 브랜드리팩터링은 2022년 설립된 비상장 마케팅 전문업체다. 연 매출 약 520억원 규모로, 동성제약보다 사업 체급이 작다. 퍼포먼스 마케팅과 건강기능식품 D2C(소비자 직판) 유통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다. 다만 동성제약과 사업 연관성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브랜드리팩터링을 이끄는 백서현 대표는 코스닥 상장사 셀레스트라(구 클리노믹스) 대표도 겸하고 있다. 셀레스트라는 UNIST(울산과학기술원) 1호 벤처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최근 외부 감사 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위기에 놓여 새 최대주주의 경영 능력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브랜드리팩터링 측은 본지의 취재 요청에 “답변할 수 없다"고 밝혔다.
동성제약은 앞으로 50일 이내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브랜드리팩터링 측 이사 선임 여부와 향후 경영 참여 방향 등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