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사이트]은행권 역대급 이자이익의 불편한 이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4.29 11:02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최근 몇 년간 국내 은행들은 사상 최대 규모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4년 기준, 국내 은행권 이자이익은 60조원에 육박한다. 은행권 이자이익은 전체 은행 이익의 90%를 넘는 수준이다. 은행이 이자이익에 집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자이익은 은행의 상품경쟁력에 따라 수익이 창출되는 비이자수익과 본질적 측면에서 다르다. 예대금리차에 의해 결정되는 이자이익은 은행의 노력보다는 금융환경 및 정책변화에 기인하기 때문이다.




은행은 지난 2022년에 이미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기록했다. 2022년초 1.00%이던 기준금리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연말 3.25%까지 빠르게 인상되며,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상도 본격화되었다. 2021년 1.43%였던 순이자마진(NIM)이 2022년에는 1.73%까지 상승하며, 이자이익이 전년대비 무려 21.6%나 급증했다.


2023년 들어서는 기준금리가 3.5% 수준을 유지하며, 은행의 대출이익 증가율은 전년동기대비 크게 둔화되었지만, 전년보다 소폭 높아진 대출금리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2023년에도 역시 59.2조원의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더욱이, 2023년에는 연초에 기준금리가 한차례 소폭(0.25%p) 인상된 후 무려 1년 8개월동안 기준금리가 3.5%로 동결되었다.



2023년 미국이 기준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하여 2023년초 4.25~4.50%이던 연방기금금리가 2023년말에는 5.25~5.50%까지 인상되었다. 하지만, 금통위는 미국의 공격적인 기준금리 인상에도 포워드가이던스를 통해 기준금리의 동결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시사했다. 이는 결정적으로 대출수요가 급증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당분간 금리가 높아지고 전에 은행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하려는 가수요까지 겹치면서, 2023년 상반기부터 주택담보대출은 2024년 상반기에 걸쳐 급증했다. 동 기간중 증가율은 6.0%이며, 금액은 61.5조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동기(2022년 상반기~2023년 상반기)의 주택담보대출 증가율(1.4%) 대비 무려 4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급증한 주택담보대출 억제를 위한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규제가 2024년 상반기 중 시행되었다. 우선, 금융당국은 기존에 대출한도를 연 단위로 관리했으나, 월·분기별로 대출공급을 관리하며, 일부 은행의 대출한도가 조기 소진되는 '대출 절벽'현상도 나타났다. 이로인해 사실상 은행권의 가계대출 공급은 축소되었지만, 높아진 대출수요를 이용하여, 은행들은 수익 보존을 위해 대출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2024년 8월부터 4개월 연속 은행권 평균 가계 대출금리(신규취급액 기준)가 상승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대출 공급 규제로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되었음에도 은행권은 대출금리 인상을 토대로 오히려 전년대비 증가한 59.3조원의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5년 들어서도 은행권의 이자이익 창출 기조는 멈추지 않는다. 올해 1분기 이자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3~4% 증가했다. 금통위의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부동산 가격이 다시 들썩거리기 시작했다. 2025년 1분기의 서울 아파트 가격이 전년동기 대비 상승하면서 고점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1분기 한국은행 대출행태 서베이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출 수요지수(19)는 전년동기(10)에 비해 크게 상승한 것으로 확인된다. 3.5%수준이던 2024년 1분기의 기준금리가 최근 2.75%까지 낮아졌음에도 최근 은행권 평균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높은 편이다. 2025년 1분기의 은행 주택담보대출 평균 금리 수준이 4.32%로 전년동기의 4.27%보다 높은 것으로 확인된다.


올해에도 은행권은 최소한 지난해 59.3조원의 이자이익 이상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2022년에는 높아진 금리수준에 힘입어 대출금리를 인상함으로써, 역대급 이자이익을 창출했다. 2023년부터는 기준금리 동결을 기회로 주택 구입을 염두에 둔 대출수요가 급증하며, 은행권은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두었다. 2024년에는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강화에도 불구하고, 높아진 대출수요와 대출금리 인상을 통해 전년도 이자이익 이상의 역대급 실적을 창출했다.


올해에는 경기부양을 위한 기준금리 인하를 계기로 부동산 가격 상승, 대출 가수요 발생, 여전히 높은 대출금리를 기반으로 이자이익 창출을 위한 호재가 펼쳐지고 있다. 아마도 올해도 지난 2022년~2024년 이상의 이자이익을 훨씬 넘어서는 역대급 이자이익이 창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 창출은 반대로 많은 금융소비자의 이자비용 지출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효과적이지 못한 대출 규제정책, 시장 예측력과 정책 전환의 한계점을 드러낸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은행 이자이익 창출에 한몫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금융소비자 후생 제고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금융당국의 대출 규제책 마련이 시급하다. 또한, 미 연준과 비교해서 시장 상황 대비 후행적 결정이 많고, 정책 전환 시점이 늦은 통화정책의 문제점도 개선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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