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 ‘서울에너지포럼 2025’ 기조 강연
전력산업구조개편 문제 심각, 소매시장 개방하면 한전 빚 해결
국제적 탄소감축 동참하지만, 일부 국가 이탈 가능성 대비 필요
AI시대 수도권 송전역량 확충 시급, 민간 송전망 참여 허용해야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가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 주최로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열린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에너지 정책의 표류를 딛고 미래로 나아가려면'을 주제로 기조강연하고 있다. 사진=유병욱 기자
“에너지산업은 환골탈태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는데 에너지정책은 대책을 내놓지 못한채 표류 중이다. 정치권은 위기 징후를 인지하지도 못할 만큼 무지하고, 문제 해결은 폭탄 돌리기로 외면할 정도로 무책임하다."
이승훈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가스공사 사장)는 에너지경제신문·에너지경제연구원·에너지미래포럼·한국자원경제학회가 지난 4월 30일 서울 강남 그랜드인터컨티넨날 서울파르나스에서 개최한 '서울에너지포럼 2025'에서 에너지산업이 심각한 문제에 직면했는데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권을 비판했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힘에 벅찬 과제로 등장했다"며 “20년 넘게 방치된 전력산업구조개편 문제가 심각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대책으로 전력시장에서 소매사업자들이 서로 경쟁하면서 소비자 수요에 맞춰 소매요금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지금보다 시장에 유연성을 더해, 수요와 공급에 맞게 전력을 생산하고 판매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태양광 발전이 넘치는 낮에는 소매요금을 싸게 하는 시간대별 요금제를 도입해 전기 소비자가 낮에 전기차 충전량을 늘리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를 통해 발전사업에서도 민간 진출을 통해 경쟁을 촉진시키고 에너지 공급의 효율성을 높여 결과적으로 소매요금 인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소매경쟁을 도입하면 소매사업자가 첨두부하를 줄이므로 전력 공급 비용이 줄어들고 따라서 소매요금이 낮아진다"며 “소매경쟁 도입으로 발전자회사의 민영화가 실현되면 한국전력의 빚 200조원을 돈 들이지 않고 해결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시간대별 시장 전력요금은 전기차 충전 수요를 싼 시간대로 몰아가서 태양광 풍력 발전의 차단 전력을 활용할 수 있다"며 “제주도에서 이같은 시장을 실험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에 따른 국제적인 탄소감축 행보에 동참해야 하지만 일부 국가들의 이탈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탈탄소를 거부하는 등 일부 산유국이 글로벌 탈탄소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대비해 화석연료 중에서도 그나마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액화천연가스(LNG) 자원을 확보해 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후변화는 논란이 많은 주제이나 우리가 남보다 먼저 거부할 수는 없다"며 “탄소중립 목표에서 이탈 유인을 가진 나라가 적지 않으므로 국제 공조가 무너질 경우를 대비해 보험용으로 화석연료도 확보해 두는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해안에 대형 석탄발전소를 건설하고도 송전망 때문에 발전하지 못하는 문제를 언급하며 송전망 건설에 민간이 참여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와 재생에너지 발전의 시대를 맞아 수도권을 향한 송전역량 확충이 시급하다. 이는 한전 힘만으로는 안 되는데 마냥 기다리다 파국을 맞을 수는 없다"며 “송전망 건설에 민간사업자도 참여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