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AFP/연합)
'투자의 달인'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60년간 이끌어온 버크셔에서 올해 말 은퇴할 계획이다.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3일(현지시간) 미국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퇴 계획을 밝혔다. 그는 오는 4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그레그 아벨 버크셔 비(非)보험 부문 부회장이 올해 말부터 최고경영자 자리에 오르도록 추천하겠다고 밝혔다.
버핏 회장은 2021년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하고 회사의 비보험 사업 운영을 맡겼다. 그동안 버핏 회장은 은퇴할 계획이 없다고 말해왔기에 그의 사후에야 아벨 부회장이 CEO를 맡을 것으로 예상됐었다.
이에 버핏 회장의 이같은 '깜짝 은퇴' 발표는 이사회뿐만 아니라 아벨 부회장도 놀라게 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버핏 회장은 은퇴해도 버크셔 주식을 하나도 팔 계획이 없다면서 이는 아벨 부회장이 버크셔를 더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말했다.
아벨 부회장은 버크셔의 자본 운용과 관련해 버핏 회장의 가치 투차 방식을 이어가 향후 좋은 투자 기회가 나타나면 자금을 즉각 투입할 방침이다. 아벨 부회장은 “이것은 실제로 투자 철학이며 지난 60년 동안 버핏 회장과 그의 팀이 자본을 배분한 방식"이라며 “(버크셔의 투자 방향은) 정말 변하지 않을 것이고 향후에도 택할 접근 방식"이라고 말했다.
오는 4일 예정된 이사회에서 버핏 회장의 향후 역할에 대해서도 논의될 계획이라고 버핏 회장과 아벨 부회장이 CNBC에 말했다. CNBC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버크셔의 투자 계획과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지만 최종 결정은 아벨 부회장이 내릴 방침이다.
버핏 회장은 이날 열린 60번째 연례 주총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 부정적 견해를 드러냈다.
버핏 회장은 “균형 잡힌 무역이 세계에 좋다는 사실에 대해 매우 좋은 주장이 나올 수 있다"면서도 “무역이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이어 “세계 다른 나라들이 더 번영할수록 우리가 손해 보는 게 아니라 우리도 그들과 함께 더 번영할 것"이라며 “우리는 전 세계와 무역을 하려고 해야 하며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하고, 다른 나라들도 자기가 가장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다른 나라들과 무역을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업들이 미국에서 파는 제품을 전부 미국에서 만들도록 강요하기 위해 관세를 부과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반하는 주장이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증시에서 나타난 기록적인 급락에 관해서는 본인이 버크셔를 인수한 뒤로 회사에 근본적인 문제가 없는데도 주가가 매우 짧은 기간에 반토막 난 일이 세 번이나 있었다면서 “지금은 극적인 베어마켓(약세장)이나 그런 게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건 그냥 주식시장의 한 부분"이라면서 “시장이 하락할 경우 겁먹고, 시장이 오를 때 흥분하는 사람이라면 주식시장은 참여하기에 끔찍한 곳이다. 특별히 비판하려는 의도는 아니고 사람들이 감정이 있다는 걸 알지만, 감정이 투자를 좌우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당부했다.
버핏 회장은 '정부효율부(DOGE)가 하는 일이 미국 경제에 장기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는 질문에는 “관료주의는 놀랄 만큼 널리 퍼져있고 전염성이 강하다"고 답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가 이끈 정부효율부는 정부의 관료주의와 낭비성 지출을 줄인다는 명분으로 강도 높은 정부 구조조정을 추진하면서 각종 위법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버핏 회장은 정부의 재정 적자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면서 재정 적자 축소 조치를 두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아니지만, 해야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의회는 그 일을 안 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버핏 회장은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 발전이 버크셔의 사업에 미칠 영향에 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핵무기 같은 대량살상무기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다이내믹한 세상이다. 그리고 우리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건 불행하게도 우리가 세상을 파괴하는 방법을 배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상을 파괴할 수 있는 국가가 8개 있고 아마 9번째가 생길 텐데 각 9개 국가, 또는 9개 국가 중 일부에는 내가 보기에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는 사람들이 국가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겨냥한 듯 북한에는 자기 머리 스타일을 비판하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는 남자가 있다면서 “북한이 핵무기가 왜 필요한가?"라고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