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37개국 중 하락속도 7위, “경제 기초체력 빠르게 떨어져”

▲관세 등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수출하는 기업들의 불확실성과 함께 금융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항 신선대부두, 감만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내년 한국 잠재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잠재성장률)이 2%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구감소에 따른 고령화로 인해 노동 투입 항목에서 감점을 크게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OECD가 최근 업데이트한 '경제전망(Economic outlook)'에 따르면 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로 1.98%를 제시했다. 올해(2.02%)보다 0.04%포인트(p) 낮춰 잡은 것이다.
잠재 GDP는 한 나라의 노동·자본·자원 등 모든 생산요소를 모두 동원하면서도 물가 상승을 유발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생산 수준이다. 국가 경제를 지탱하는 '기초 체력'과 같은 의미로 사용되기도 한다.
특히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 하락세가 가파르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 낙폭은 1.02%p(3.00→1.98%)다.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하락 폭이 큰 셈이다. 우리보다 낙폭이 큰 국가들은 튀르키예를 제외하면 체코, 에스토니아 등 경제 규모가 한국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국가들이다.
선진국에 속하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중소국이나 신흥국 수준으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같은 기간 프랑스(0.92→1.04%), 이탈리아(0.03→1.22%), 스페인(1.03→1.74%) 등은 잠재성장률이 상승했다. 경제 대국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2.2∼2.4% 수준을 맴돌고 있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22년부터 5년째 미국을 밑도는 것으로 추정됐다.

▲그래픽=연합뉴스
경제전문가들은 “잠재 성장률의 가파른 하락은 그만큼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미국 관세정책 불확실성, 탄핵정국 등 대내외 악재에 한국 경제 전체가 휘청이며 0%대 성장 전망이 이어지는 것도 이런 배경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문제는 전반적으로 국회 예산정책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등 국내 기관에 이어 외국 기관까지 한국의 잠재성장률 전망이 1%대로 수렴하는 분위기다.
실제 국회 예정처는 3월 발간한 '202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잠재성장률을 1.9%로 전망했다. 잠재성장률이 하락세인 점에 비춰 내년에는 1.9%보다 더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
KDI가 8일 공개한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은 1.5%였다. 총요소 생산성 하락 등이 반영되면서 2022년 당시 전망(2023∼2027년 2.0%)보다 큰 폭으로 떨어졌다.
가장 큰 요인은 인구 감소에 따른 고령화다. 잠재성장률은 노동 투입, 자본 투입, 총요소생산성 등 3개 요소로 추정되는데 이중 '노동 투입' 항목에서 감점이 크다는 얘기다. 자국 우선주의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분절 등 여파로 자본 투입도 감소세다. 인공지능(AI) 등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음에도 총요소 생산성도 정체하는 양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