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틴 중국은 웃고, 달려간 일본은 울상…美 관세에 19조 증발 전망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14 16:59
USA-TRUMP/TARIFFS-JAPAN

▲(사진=로이터/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으로 일본 자동차 업체들의 연간 영업이익이 2조엔(약 19조2000억원) 넘게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보복조치로 미국과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던 중국에겐 관세가 유예된 반면 협상을 서두르던 일본은 아무런 실익을 얻지 못하자 일본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마저 나온다.




14일 블룸버그통신, 뉴욕타임스(NYT), 요미우리신문 등에 따르면 최근 들어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 여파로 올해 영업이익 전망치를 줄줄이 하향 조정했다.


전날 실적을 발표한 일본 닛산자동차의 경우 미국 관세로 2025회계연도(2025년 4월~2026년 3월) 예상 이익 감소분이 최대 4500억엔(약 4조3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닛산은 2024회계연도에 6709억엔(약 6조4600억원) 손실을 내 1999년(6844억엔)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에도 암울한 전망을 내놓은 것이다.



경영난이 지속되자 닛산은 2만명의 직원을 감원하기로 했고 차량 생산 공장도 2027년까지 현재 17곳에서 10곳으로 줄이기로 했다.


같은 날 혼다도 2025회계연도 순이익이 전기 대비 70% 감소한 2500억엔(약 2조4000억원)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혼다는 미국의 추가 관세가 영업이익 기준 약 6500억엔(약 6조2600억원) 규모의 손실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의 경우 미국 관세의 영향으로 올해 4~5월에만 1800억엔(약 1조7000억원)의 손실이 일어날 것으로 최근 내다봤다. 이를 반영해 2025회계연도 영업이익은 기존 4조7000억엔에서 3조8000조엔으로 약 1조엔(약 9조6000억원)이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밖에 마쓰다는 올해 4월에만 90억∼100억엔(약 860억∼960억원) 규모의 이익이 줄었다고 판단했고, 미쓰비시자동차는 2025년도 이익이 400억엔(약 3850억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미국에서 자동차를 판매하지 않는 스즈키도 미국 관세로 400억엔 이익 감소를 전망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자동차 관세 인상만으로도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이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예상한다고 NYT는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경제의 핵심 산업인 자동차에 대해 지난달 3일부터 25% 관세를 부과했고 이달 3일에는 자동차 부품에 대한 25% 관세도 발효했다. 일본산 제품에 대한 24% 상호관세는 7월 8일까지 유예된 상황이다.


여기에 상호관세 등 다른 관세까지 적용하면 올해 일본 성장률이 반토막 넘게 날 수 있다는 진단도 나왔다. 일본은행은 이달 1일까지 진행한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로 동결하고 올해 성장 전망치를 기존보다 0.6%포인트 하락한 0.5%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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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6일(현지시간) 관세 협상을 위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만난 아카자와 료세이 경제재생상(사진=트루스소셜)

일본은 관세 부담을 완화받기 위해 미국과 가장 빠르게 협상에 나서면서 미국산 제품 구매 증가, 대미 투자 1조달러로 확대 등을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의 잇따른 외교 실패가 갈수록 가시화되고 있다고 NYT는 짚었다.


특히 미국산 제품에 대한 맞불관세, 희토류 수출통제 등 보복조치를 내놓았던 중국이 최근 미국과 고위급 협상을 통해 관세를 유예받자 일본 정재계 사이에선 불신과 분노가 교차했다고 NYT는 덧붙였다.


NYT는 그러면서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한 관세를 완화하기로 합의한 다음 날인 화요일(13일) 일본 주요 자동차업체 2곳(닛산·혼다)은 암울한 전망치를 내놓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 내에서는 미국과 중국이 전격적으로 관세 조치를 완화한 것이 일본에 그다지 유리하지 않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일본은 내심 미중 대립이 심화하면 '어부지리'를 노릴 수 있다고 관측했으나 이러한 기대감이 크게 줄었다는 것이다.


일본 소피아 대학의 마에시마 카즈히로 미 정치 및 외교 교수는 “미국이 관세 협정을 체결하는 데 있어 다른 무역 파트너들보다 중국을 우선시했다는 사실은 현 단계에서 일본과 같은 동맹국들이 불리하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이것은 무시로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 자동차 업체들은 미국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모색하고 있다. 혼다는 시빅 하이브리드 생산지를 미국 인디애나주로 변경하는 등 미국 내 생산을 확대할 계획이다.


도요타는 일본 생산 체제를 유지하면서도 미국 수출용 자동차 해외 거점을 일부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미국에 공장이 없는 미쓰비시자동차는 닛산의 미국 공장에서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공동 생산할 방침이다.



박성준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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