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분양 침체 속 실적 지킨 건설사 4곳
데이터 기반 수주·수익성 중심 전략·브랜드 강화·ESG 신사업으로 경쟁력 확보
위기 속 실적 지킨 4가지 전략 주목

▲두산건설 창립 65주년 이벤트 현장 응모사진. 사진=두산건설
건설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 속에서도 일부 주요 건설사들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실적을 지키거나 심지어 반등하는 데 성공해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 환경 속에서도 수익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집중한 전략이 성과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두산건설,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SK에코플랜트는 데이터 기반 수주, 수익성 중심 경영, 브랜드 강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기반 신사업 확대라는 4가지 공통 전략을 중심에 두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위기를 돌파해 나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지난해 높은 브랜드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정밀 수주로 10년 만에 최대 경영 실적을 기록했다. 두산건설의 작년 한 해 실적은 매출 2조1753억원, 영업이익 1081억원, 당기순이익 198억원이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77% 증가했고, 6년 연속 흑자를 이어갔다. 이러한 실적 호조에 힘입어 창립 이후 최대 규모의 성과급도 지급했다.
핵심은 데이터 기반의 정밀 수주 전략이다. 분양성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리스크를 사전에 분석해 미분양 우려 지역이나 원가 부담이 큰 사업을 배제하면서 수익성을 높였다. 한국기업평가로부터 신용등급 상향을 받은 것도 이 같은 리스크 관리 성과가 반영된 결과다.
브랜드 경쟁력 강화도 돋보였다. 주거 브랜드 위브(We've)는 2024년 부동산114 브랜드 평가에서 5위로 뛰어올랐다. 해운대·대구 초고층 랜드마크 단지 시공과 신분당선 무사고 운영 경험이 기술력과 신뢰도를 함께 끌어올렸다.
GS건설은 지난해 매출 12조8638억원, 영업이익 2862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704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줄었지만 수익성은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다. 안정적인 실적 유지의 핵심은 인공지능(AI) 기반의 수주 판단 시스템 '자이북(Xi-Book)'과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다.
자이북은 입지, 원가, 리스크를 실시간 분석해 수익성이 낮은 프로젝트를 선제적으로 걸러주는 시스템으로, 사전 수익성 검토의 정확도를 크게 높였다. GS건설은 또 조직 내에 리스크관리실을 신설해 프로젝트별 수익성 평가 기준을 정교화했다. 브랜드 측면에서는 '자이(Zai)' 리뉴얼과 함께 VR 모델하우스, 자이갤러리 등 체험형 마케팅을 강화하며 소비자 신뢰를 공고히 하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해 매출 18조6550억원, 영업이익 1조1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3.4%, 3.2% 감소한 수치다. 그러나 올 1분기에는 매출 3조6200억원으로 다소 줄었음에도 영업이익은 전 분기보다 9.7% 증가한 1590억원을 기록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수익성 중심 경영 기조가 어려운 시장 환경에서도 일정 성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삼성물산은 '수익성 중심 포트폴리오 강화'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있다. 래미안 브랜드는 청약 경쟁률과 PF 조달 조건 측면에서 여전히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며, 플랜트·인프라 등 복수 사업군에 대해선 이익률을 우선하는 내부 기준을 철저히 적용해 중장기 실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ESG 기반의 신사업 확대 전략을 통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대표 사례다. 지난해 매출은 9조3176억원, 영업이익은 2346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8.2%, 49% 증가했다. 폐기물·배터리 자원순환 사업에 AI 기반 수요 예측 시스템을 적용해 효율성과 수익성을 모두 높였고, 기존 EPC 중심 구조를 O&M까지 확대해 장기적 수익 구조를 마련했다.
여기에 더해 반도체·연료전지 사업의 신규 매출 증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가속화, 프로젝트 원가율 개선, 자회사 SK에어플러스 및 에센코어의 실적 호조 등도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는 고부가가치 영역으로의 포트폴리오 전환을 통해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고 있다.
이들 건설사의 공통점은 무작정 사업을 확대하기보다는 데이터 기반의 선별 수주와 리스크 관리, 수익성 중심 전략으로 질적 전환에 성공했다는 점이다. 프리미엄 브랜드 전략은 분양 성과뿐 아니라 금융 조달 조건 개선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으며, ESG 중심의 신사업은 경기 변동성에 대한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수주 물량이 실적을 좌우했지만, 이제는 기술력과 지속가능성, 브랜드 신뢰도, ESG 역량이 경쟁력을 결정짓는다"며 “이들 요소를 균형 있게 갖춘 건설사가 향후 시장을 이끌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