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분양가상한제 폐지, 내 집 마련 더 어려워진다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0 13:45
정치경제부 서예온 기자

▲정치경제부 서예온 기자

“공사비는 치솟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재개발·재건축 조합 26곳이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원자재·인건비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해 사업성이 떨어지고, 주택 품질까지 낮아지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조합 측은 이 제도를 공급자의 발목을 잡는 대표적 규제로 보고 있지만, 분양가상한제는 단순한 공급 제한 장치가 아니다. 실수요자의 내 집 마련을 지켜주는 안전장치이자 주택 시장 과열을 억제하는 완충장치다.



이 제도가 없으면 분양가는 시장 흐름에 따라 끝없이 치솟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무주택 실수요자에게 돌아간다. 실제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청약 경쟁은 치열해지고 가격을 감당하지 못한 실수요자들이 청약을 포기하거나 전세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 이는 전세난 심화로 이어진다. 공급 확대를 위한 규제 완화가 오히려 주거 불안을 키우는 역설이 발생하는 셈이다.


공사비 급등과 함께 분양가 규제가 일부 해제된 이후 실제 시장에서 벌어진 일도 이를 방증한다. 정부는 2023년 1·3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 전역(강남 3구·용산 제외)을 제했다. 그러나 그 결과 서울 민간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6년여 만에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주택도시보증공사에 따르면 2023년 7월 서울 평균 분양가는 3.3㎡당 4401만7000원으로, 2018년 2월(2192만1000원)보다 두 배 이상 상승했다. 이 같은 분양가 급등은 청약통장 무용론으로 이어졌고, 실제 청약통장 가입자 수는 감소세로 돌아섰다.




물론 공급자 입장에서도 현실과 맞지 않는 점은 있다. 공사비는 급등했고, 층간소음 규제와 제로에너지 건축물 의무화 등 새로운 시공 기준도 잇따르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기준 충족 시 공사비는 최대 35%까지 증가한다.


그러나 이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곧바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로 연결돼선 안 된다. 이미 해제된 사례에서 드러났듯이 규제를 풀면 공급은 더디게 늘고, 분양가만 먼저 오르며 수요자 부담을 키운다.


정책은 공급자와 수요자 양쪽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논의는 품질 개선과 공급 확대라는 기대도 있지만 실수요자의 비용 부담과 주거 불안이라는 대가도 따른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단순히 '폐지냐 유지냐'의 이분법이 아니라 가격 안정과 공급 활성화가 함께 갈 수 있는 정교한 정책 설계다. 무주택자들의 내 집 마련 꿈이 무너지지 않는 선에서 공급자도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법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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