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신양회 떠난 네옴시티…삼성물산·현대건설도 속도조절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1 14:46

사우디 초대형 개발사업 ‘네옴시티’ 유가 하락·재정난에 차질

성신양회 레미콘 공장 가동 중단…삼성·현대도 속도 조절 모드

사우디 정부 공식 철수는 부인하지만 국내 기업들 신중 대응 기조

전문가 “석유 수익·예산 불확실성 해소돼야 사업 정상화 가능”

네옴 홈페이지 화면

▲네옴 홈페이지 '더 라인' 이미지. 사진=네옴 홈페이지 화면 캡쳐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개발 프로젝트 '네옴시티'가 유가 하락과 재정난으로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업체들의 철수도 잇따르고 있다. 성신양회가 올해 초 현지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철수했고, 삼성물산과 현대건설도 내부적으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으로 파악됐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성신양회는 네옴시티 '더 라인'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던 타북 지역 공장의 가동을 지난 1월 중단하고 현지 인력을 일부 철수했다.


네옴시티는 사우디 정부가 추진하는 '비전 2030'의 핵심 프로젝트로,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의 야심이 집약된 국가 전략 사업이다. 그는 석유 중심의 경제 구조를 탈피하고 미래 산업 중심의 국가 전환을 위해 이 프로젝트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전체 사업비는 약 1조 달러(약 1390조 원)로 서울 면적의 44배에 이르는 지역에 직선형 도시 더 라인, 해상 산업단지 '옥사곤', 산악 관광단지 '트로제나' 등을 조성하는 초대형 개발 계획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2022년 더 라인 내 지하 터널 공사를 10억 달러(1조3893억 원)에 수주했고, 성신양회는 해당 구간에 레미콘을 공급하는 800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국제 유가가 배럴당 60달러(8만3358원) 선까지 하락하며 사우디 국부펀드(PIF)의 재정 여건이 악화되자, 프로젝트 추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발주처의 자금 집행이 지연되며 현장 공정도 속도를 잃기 시작했고, 성신양회는 올해 초 타북 지역 공장 가동을 멈추고 일부 인력을 철수했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현재 공사를 수행 중이지만 구체적인 일정이나 향후 계획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발주처와의 비밀유지 협약에 따라 프로젝트 관련 사항은 외부에 언급할 수 없다"는 원론적 입장을 고수 중이다. 업계에 따르면 일부 공정은 실제로 속도 조절에 들어간 상태로 내부적으로도 수주 전략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 상황을 단기적인 지연보다는 구조적인 리스크로 보고 있다. 유태양 크레센트컨설팅 파트너는 “네옴 프로젝트는 사우디 GDP(국내총생산)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석유 수익에 크게 좌우된다"며 “현재처럼 유가가 낮게 유지될 경우 전면 축소나 일정 재조정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빈살만 왕세자의 정치적 의지가 강한 만큼 사우디 정부가 네옴시티를 쉽게 포기하진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왕세자의 의지와는 별개로, 실질적인 재정 상황과 글로벌 투자 환경이 받쳐주지 않으면 프로젝트가 제 속도를 내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 국내 건설사들은 네옴에 대한 비중을 줄이고, 사우디 내 다른 인프라 프로젝트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다. 대표적으로 2029 동계 아시안게임, 2030 엑스포, 2034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개최에 따른 리야드 지역 기반 시설 수주전이 본격화되고 있다. 그러나 업계는 이 역시 유가·재정 변수에 따라 사업성이 달라질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금융권 역시 네옴 프로젝트 지연의 여파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실제로 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에서는 심사 기준이 전반적으로 보수적으로 전환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이에 따라 국내 건설사들 역시 차입 조건을 재검토하고, 사업별 리스크 점검 강화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태양 파트너는 “사우디 정부가 예산을 확정하고 유가가 배럴당 80~90달러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상 네옴 사업의 속도는 당분간 더뎌질 것"이라며 “국내 기업들은 재진입 타이밍을 면밀히 따져야 할 시점"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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