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가스 생산업체 비이에프 시설 견학 및 협력 논의
해운시장 2027년부터 탄소감축 의무, 2050년 탄소중립 달성
세계 곳곳 청정메탄올 공급망 구축…韓 음폐수 원료기술 주목
에경연 “탄소 감축 및 에너지안보 효과, 제대로 된 평가 필요”

▲웨이스트퓨얼의 최대주주인 세계 2위 해운업체 머스크의 선박. 사진=웨이스트퓨얼
글로벌 에너지산업의 메이저인 BP와 세계 최대 해운업체인 머스크가 투자한 청정메탄올 생산업체인 웨이스트퓨얼(WASTEFUEL)이 한국 시장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음식물쓰레기로 바이오가스를 생산하는 기술을 상업화한 곳으로써, 이를 활성화해 국가 탄소중립 실현을 지원하고 나아가 세계 진출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고 업계는 강조하고 있다.
22일 바이오가스업계에 따르면 미국 로스엔젤레스에 기반을 두고 있는 웨이스트퓨얼의 경영진은 최근 충남 아산에 위치한 바이오가스 생산업체 비이에프(BeF)의 시설을 둘러보고 청정메탄올 생산에 관해 협의했다.
비이에프는 하루 900톤의 음폐수를 처리하고 이를 기반으로 하루 6만㎥, 연간 1만5000톤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는 “웨이스트퓨얼은 선박의 청정연료인 청정메탄올의 공급망을 전 세계에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청정메탄올은 바이오가스로 어렵지 않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우리에게 협의를 요청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국제해사기구(IMO)는 2050년까지 해운분야의 탄소중립 목표를 채택했다. 이를 위해 2027년부터 총톤수 5000톤 이상의 국제항해 선박은 정해진 기준에 맞춰 의무적으로 탄소 배출을 감축해야 한다. 이를 달성하지 못하면 배출량만큼 비용을 내야 한다.
웨이스트퓨얼의 최대주주인 머스크는 세계 2위 해운업체로, 보유 선박 수는 721척, 선복량은 총 443만TEU이며, 해운시장 점유율은 약 14%이다. 머스크로서는 탄소 감축 및 청정연료 확보가 코앞의 일로 닥쳐온 것이다.
선박의 청정연료로는 청정메탄올, 청정수소, 청정암모니아가 제시되고 있다. 머스크는 청정메탄올을 선택했다. 메탄올 분자식은 CH₃OH로, 메탄 CH₄에서 비교적 쉽게 전환이 가능하다.

▲충남 아산 신창면에 위치한 비이에프의 유기성 폐기물 처리 및 바이오가스 생산 시설. 사진=윤병효
바이오메탄으로 만드는 청정메탄올도 탄소배출량 최대 95%, 질소산화물 최대 80%, 황산화물과 미세먼지는 완전 제거 효과가 있다.
웨이스트퓨얼은 특히 비이에프의 바이오가스 원료 및 기술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음식물쓰레기를 한 곳에 모아 처리하기 때문에 이를 기반으로 한 바이오가스 생산이 용이하다. 하지만 미국, 유럽 등 다른 나라들은 음식물쓰레기를 모아서 처리하는 곳이 없다. 음식물쓰레기는 유기성물질이 풍부하기 때문에 많은 양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할 수 있다. 웨이스트퓨얼은 한국의 모델을 다른 나라에 전파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바이오가스업계는 탄소중립 및 에너지안보 달성을 위해 정부와 정치권이 바이오가스산업을 적극 육성하고 이를 해외 수출산업으로 연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김태식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의 '바이오가스 생산 확대 및 이용 촉진 방안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22년 기준 전체 유기성 폐기물 가운데 바이오가스화 처리 방식은 약 5.7%에 불과하며, 이를 통해 연간 3.6억㎥의 바이오가스를 생산하고 있다. 바이오가스화 처리를 100%로 한다면 생산량은 63억㎥로 대폭 늘어난다. 이는 우리나라 연간 천연가스 소비량 620억㎥의 약 10% 수준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바이오가스는 유기성 폐기물의 혐기성 소화를 통해 생산되는 가연성 기체로, 탄소중립 달성에 기여할 뿐만 아니라 에너지 수입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의 에너지 안보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바이오가스가 적합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하다.
현재 바이오가스 판매가격은 일반 천연가스(도시가스) 가격으로 책정되고 있다. 환경적 이점과 에너지안보 이점이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특히 천연가스 가격은 한국가스공사가 원가보다 낮게 공급하고 있어 바이오가스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또한 바이오가스 생산지에서 도시가스관까지 연결하는 배관 비용도 사업자의 몫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바이오가스 활용 수준은 유럽 선진국이나 북미와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상황"이라며 “바이오가스의 환경적 가치를 정당하게 보상하고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재승 비이에프 대표는 “선진국이나 개발국 어디서도 음식물쓰레기를 따로 모아서 이를 바이오가스로 활용하는 나라가 없다. 세계가 한국의 바이오가스 방식과 기술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국내 산업을 발전시켜 이를 수출산업으로 연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