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 US스틸 인수 승인…‘쇳물 합친’ 포스코·현대제철과 한·일 철강 격돌 예고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05.26 15:55

연간 조강 생산량 5941톤…세계 3위 업체로 부상

일본·인도·동남아 이어 미 본토에도 생산 거점 구축

포스코홀딩스-현대차그룹, 일관 제철소 공동 투자

자동차 강판 시장서 공통 고객사 보유…경쟁 예상

일본제철·US스틸 간판. 사진=연합뉴스·US스틸

▲일본제철·US스틸 간판. 사진=연합뉴스·US스틸

미국 정부가 일본제철(NSC)의 US스틸 인수 의향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놔 양사 간 합병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연산 세계 3위 회사가 탄생해 업계 순위 변동을 예고하는 가운데 미국 현지에서의 협력을 도모하는 포스코·현대제철은 일본 철강사들과 치열한 샅바 싸움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와 관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에 “최소 7만개에 이르는 일자리가 창출되는 '계획된 협력 관계'"라는 내용의 글을 올려 사실상 승인의 뜻을 내비쳤다.


이에 일본제철 측은 “US스틸과의 파트너십을 승인한 트럼프 대통령의 영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며 “미국 철강 기업, 아울러 전미 제조업계에 획기적 전기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결정은 전미철강노조(USWA)의 반발을 의식한 조 바이든 전임 대통령이 퇴임 직전인 올해 1월 국가 안보 우려를 이유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합병(M&A)을 금지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다른 상황이다. 앞서 2023년 일본제철은 150억달러에 US스틸 주식 전량 취득을 목표로 한 M&A 방안을 추진한 바 있다.


일본제철은 지난 19일에는 40억달러(5조4720억원) 수준의 신규 제철소 건립을 포함한 19조5000억원 수준의 추가 투자가 이뤄질 것이라고 공언했다. 종전까지는 기존 설비에 약 27억달러(약 3조6936억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으나 투자 규모를 크게 늘린 셈이다.




2023년 조강 생산량 기준 일본제철은 4366만톤으로 세계 4위이고 US스틸은 1575만톤으로 24위다. 이 두 회사의 연간 생산량을 단순 합산하면 5941톤으로 5589만톤인 중국 안스틸을 제치고 3위에 안착하게 된다. 이로써 일본제철은 일본·인도·동남아에 이어 미국에도 생산 거점을 확보하게 되는 셈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센터·현대제철 포항 공장 입구. 사진=포스코그룹·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포스코 센터·현대제철 포항 공장 입구. 사진=포스코그룹·연합뉴스

사실상 미국 철강 시장 재편 신호탄이라는 평가가 나옴과 동시에 국내 철강업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 것으로 예상된다.


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세아제강 등 국내 철강업계는 지난 3월 12일부터 미국 수출분에 대해 25% 수준의 관세를 물고 있어 원가 경쟁력에서 뒤쳐지는 상황이다. 게다가 중국의 건설·부동산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고 조강 생산량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저가 철강 제품들이 시장에 쏟아지고 있어 국내 철강 기업들은 다중고를 겪고 있다.


이 같은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 국내 철강사들은 연구·개발(R&D)은 물론, 전례가 없던 동맹 체제를 모색하기에 이르렀다. 미국 루이지애나에 전기로 기반 일관 제철소를 건립하려던 현대자동차그룹은 포스코그룹과 '코리아 원 팀'을 구성해 부진한 업황에 공동 대응하기로 합의했다. 이 대규모 프로젝트에는 59억달러(약 8조5000억원)이 소요된다.


현대제철은 투자금의 절반 가량을 외부에서 조달하겠다고 밝힌 만큼 포스코는 전략적 투자자(SI) 자격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협력할 것이라는 게 업계 전언이다.


이 경우 현대제철은 2029년부터 연간 270만톤을 생산해 미국에서 연간 120만대 넘게 판매하는 현대자동차·기아에 무관세로 납품이 가능해진다. 포스코 역시 주요 고객사인 제너럴 모터스(GM)·포드 등에 관세 부담 없이 공급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이주태 포스코홀딩스 사장은 “현대차그룹과의 시너지를 바탕으로 글로벌 통상 압박과 패러다임 변화에 철강과 2차 전지 소재 등 그룹 사업 전반에 걸쳐 지속 성장 할 수 있는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철강 사업 회사 포스코로 하여금 미국과 멕시코 지역에 원활한 소재를 공급할 수 있어 유연한 글로벌 생산·판매 체제를 갖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포스코그룹은 자동차 강판 생산 법인인 포스코 멕시코를 비롯, 북미 지역에 철강 가공 센터를 운영하며 다양한 완성차 기업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한편 일본제철과 자회사가 될 US스틸, 고베제철은 미국 현지 공장에서 토요타·혼다·닛산은 물론, 포스코의 고객사인 GM·포드 등에도 강판을 제공하고 있어 한·일 철강업계 경쟁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박규빈 기자 기사 더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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