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김성우 김앤장 법률사무소 환경에너지연구소장/기후대응기금 운용심의위원
지난 5월 21일부터 2일간 서울에서는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는 한국판 다보스 포럼으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나 마윈 알리바바 그룹 회장 등 저명한 글로벌 리더들이 한곳에 모여 현대 사회가 직면한 이슈들을 놓고 해결 방안을 모색해 왔는데, 올해는 리시 수낙 전 영국 총리 및 마이크 폼페이오 전 미국 국무부 장관 등 세계 각지에서 온 연사가 국제 정세, 세계 경제, 기후 위기 등에 대해 논의했다.
필자는 올해도 환경에너지 세션을 진행했는데, 최근 쏟아지는 트럼프2기 기후·에너지 정책의 후속조치들이 한국은 물론 아시아 산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다루었다. 이를 위해 미국내 기후·에너지정책 씽크탱크인 C2ES(Center for Climate and Energy Solutions)의 정책전문가를 초대해, 미국 행정부 조치 및 의회 입법화 현황을 자세히 들어볼 수 있었다. 또한, 급격한 정책변화로 인해 가장 큰 영향을 받을 풍력 산업을 예시하기 위해, 글로벌 리딩 해상풍력 개발사의 아시아 태평양 대표를 초청해, 인사이트를 공유함으로서 불확실성을 구체화하고 시사점을 모색했다.
불확실성의 실체는 이렇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기후 변화에 대한 관점이 바뀌면서 미국의 정책방향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취임 첫 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NATIONAL ENERGY EMERGENCY) 선언하고 미국에너지해방을 위한 행정명령을(UNLEASHING AMERICAN ENERGY) 발표함으로서, 청정에너지 보조금 동결이나 사회적 탄소비용 배제 등 급격한 정책방향 전환의 서막을 열었다. 후속조치로 지난 3월 환경보호청(EPA)은 기존 환경 규제의 전반적인 재검토를 명령했고, 환경정의를(Environmental Justice) 더 이상 적용하지 않는 정책방침(Memorandum)도 발표했다. 이번달에는 에너지부(DoE)도 역사상 최대인 47개 규제 완화 및 철폐를 추진한다고 밝혀, 청정에너지에서 화석에너지로의 전환 계획이 구체화되고 있다. 상대적으로 영향이 큰 해상풍력을 예로 들면, 지난 4월 내무부 장관은 뉴욕 인근에서 공사가 30% 진행되고 있던 Empire Wind Project 건설을 중지하도록 지시했다. 이는 810MW 규모로 6조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이다. 다행히 지난주 건설 중지가 철회되어 공사를 재개하게 되었지만 시장의 혼란은 여전하다. 게다가 의회도 세수 조정의 일환으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의한 청정에너지 및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철폐하는 법안을 지난주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지난 2022년 IRA가 발효된 이후 발표된 청정에너지 사업은 총 390건인데 그 중 243건이 공화당 우세지역내 사업이므로 의회내 합의 과정에서 보조금 축소의 정도가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던 관측이 무색해 짐에 따라, 그 불확실성은 최고조인 상황이다.
상술한 정책변화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다. 트럼프 행정부나 의회가 새로운 기후·에너지 관련 조치를 발표할 때 대부분 이는 미국 산업을 위한 것이라고 전제했다. 그런데 트럼프 대통령 당선 직후인 12월부터 2월사이에 전세계 고위경영층을 대상으로 설문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정작 미국 임원들의 97%는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확대하길 원한다고 답했다. 뿐만 아니라, 트럼프 2기의 에너지정책으로 과연 급증하는 AI의 에너지수요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미국은 2030년까지 84GW 수준의 막대한 AI 에너지수요가 예상되는데, SMR(소형원자력)이나 가스터빈은 2030년까지 활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청정에너지를 배제하면 대규모 단기수요 증가를 감당할 수단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한편, 2024년 기준 전세계에서 재생에너지가 신규로 설치된 양은 585GW였는데, 이 중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3GW로 약 7%인 반면,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4GW로 무려 64%에 달한다. 향후 미국 비중은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자국 산업의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지 않음과 동시에 중국 청정기술 의존도를 지나치게 높이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약 20년간 워싱턴에서 미국 기후·에너지 정책을 분석해 온 전문가도 트럼프 2기의 정책변화는 선례가 없는 것이라 예측이 어렵다고 개별 식사자리에서 토로했다. 아무래도 상술한 초유의 불확실성은 미국 법원의 판단과 상원의 결정에 달려 있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