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넷제로가 가능한가?
강제력 없는 국제사회에서 넷제로 약속이 지켜질까?
인류는 기후재앙을 피할 수 있을까?

▲2024년 11월 아제르바이잔 바쿠에서 열린 제29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 (AP=연합뉴스)
“넷제로는 어차피 달성할 수 없는 목표다." “넷제로는 달성해야만 하고, 할 수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과 기후 전문가들 사이에서 자주 나오는 논쟁이다.
'인간에 의한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재앙을 막으려면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서 지구 온도 상승을 멈춰야 한다. 세계는 2015년 파리협정에서 2100년까지의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산업화 이전의 1.5℃로 제한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는 “전 세계가 2050년까지 넷제로(Net Zero)를 선언해야 한다"고 했다. 넷제로는 온실가스 배출량(+)과 제거량(-)을 더했을 때 온실가스 순 배출량이 0인 상태를 의미한다. 그 후 한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들이 넷제로를 선언했다.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인간이 내뿜는 온실가스를 줄이거나 다 빨아들여 넷제로를 만들 수 있을까? 또 법으로 강제하기 어려운 국제사회에서 넷제로 약속이 지켜질까? 미국은 바이든 정부가 넷제로를 선언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되자 파리협정에서 탈퇴해 버렸다. 인간의 모든 활동에는 이산화탄소(CO₂)를 비롯한 온실가스가 많이 발생한다. 세계 인구는 늘어나고 경제성장도 계속되는데 넷제로가 가능할까? 인류는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기후재난을 피할 수 있을까?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정책분과위원장), 양수영 전 한국석유공사 사장(전 서울대 객원교수).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의 자문을 받아 살펴본다.

넷제로는 커녕 온실가스 배출이 계속 늘고 있다
인류는 산업혁명 이후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했고, 그 중 상당량이 공기와 바다 등에 누적돼 있다. 2100년까지 지구 기온 상승을 1.5도로 제한하려면 2030년에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 줄이고 2035년에는 60% 줄여야 한다. 그래서 2050년에는 순 배출량 0을 만들어야 한다.
지금까지의 결과는 목표에 전혀 못 미친다. 온실가스의 70%를 차지하는 이산화탄소(CO₂) 배출량은 코로나19 등으로 세계 경제가 침체된 경우를 빼고는 꾸준히 늘어왔다. 2010년 334억 톤이었던 배출량은 2019년 371억 톤, 2023년 378억 톤으로 늘었다.

양수영 전 석유공사 사장은 “2015년 파리협정부터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화했으니 지금쯤은 줄어야 하는데 오히려 계속 늘고 있다. 지금 추세를 보면 2030년에 43%를 줄이기는커녕 5~10% 줄이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내놓은 이산화탄소 배출 전망을 보면 넷제로의 목표와 현실이 얼마나 다른지 분명하게 보인다.

그래프에서 맨 위 빨간 선은 세계가 파리협정을 맺지 않고 CO₂를 배출했을 때를 가정한 전망, 맨 아래 녹색 선은 2050년 넷제로를 이루기 위한 배출 시나리오이다. 그 사이에 파란 선인 이행가능정책은 각 국 정부가 실제로 시행 중인 정책을 반영한 전망이고, 노란 선은 각 국이 발표한 공약을 달성했을 때의 전망이다. 각 국 정부가 공약했거나 실제 시행하고 있는 정책들이 실현되더라도 2050년 넷제로와는 여전히 큰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양 전 사장은 “발표공약달성 시나리오나 이행가능정책 시나리오도 사실은 지킬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이것도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전 사장 말고도 에너지 전문가들 중에는 “넷제로는 애초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면서 “지금은 기후변화 대응보다 경제성장과 에너지안보가 더 중요하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에너지믹스와 전력믹스는 다르다
양 전 사장은 또 “재생에너지와 원전을 통해 넷제로를 이룰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에너지믹스와 전력믹스를 구분하지 못해서 그렇다"고 비판했다. 재생에너지와 원전은 전기에너지만 생산할 수 있는데, 인간이 사용하는 최종 에너지 가운데 전기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 수준이다. 산업 분야는 물론이고 비행기 선박 트럭 같은 수송, 건물, 난방 등 많은 분야가 전기화되지 못해 넷제로는 요원하다는 것이다.

양 전 사장은 “2023년 1차 에너지 소비를 봐도 태양광과 풍력은 5%, 화석에너지가 76%다. 5%밖에 안 되는 태양광과 풍력으로 76%를 차지하는 화석에너지를 대체할 수 있을까. 게다가 태양광과 풍력은 계속 전기를 생산할 수 없는 간헐성의 문제가 있고, 전기는 저장이 어려운데다 전기저장장치(ESS)는 비용이 많이 들어 태양광과 풍력의 대폭 확장은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즉 재생에너지로 화석에너지 사용을 줄일 수는 있겠지만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넷제로는 개문발차형 목표"
실제로 파리협정을 맺은 유엔기구도 넷제로의 어려움을 인정한다.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은 목표 달성을 위해 5년마다 '전 지구적 이행 점검(Global Stocktake)'을 하기로 하고 2023년 첫 보고서를 내놨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각 국이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달성하더라도 2030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19년에 비해 2% 밖에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측했다. 이렇게 되면 2100년 지구 온도는 2.1~2.8℃ 상승한다. 보고서는 1.5℃ 목표를 달성하려면 재생에너지 3배 확대, 에너지효율 2배 개선 등 더 강력한 행동이 필요하다고 세계 각 국에 촉구했다.
안영환 숙명여대 교수(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기후변화정책분과위원장)는 “넷제로는 개문발차(開門發車)형 목표라고 생각한다. 차 문을 열고 일단 출발하는 것"이라고 했다. “모든 기술을 개발하고 시작한 것이 아니라, 너무 급하고 심각하니까 일단 목표를 정하고 계속해서 기술개발하고 에너지 수요도 줄이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넷제로를 하려면 에너지 수요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연료를 전환하고, 남은 탄소를 포집하는 모든 과정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안 교수는 “기술개발도 하고 우리가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수요도 줄여야하지만 결국 이것은 비용의 문제, 우리가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생각하느냐 우선순위의 문제이지 넷제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청정 기술 역시 정책과 인센티브에 따라 더 빨리, 더 많이 개발될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 700여명의 전문가들이 연구와 토론을 통해 발간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6차 보고서 역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저렴한 기술들이 이미 많이 개발돼 있다고 했다. 'CO₂ 배출량 1톤을 줄이는데 추가로 드는 비용이 100달러 이하인 방법으로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9년 대비 5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에너지, 농업, 건물, 수송, 산업 등 많은 분야에서 그렇다.
세계는 빠르게 바뀌고 있다
최근엔 좀 더 희망적인 소식도 나온다. 미국의 경제지 블룸버그는 “전 세계 에너지 관련 CO₂ 배출량이 긴 하강을 시작했다"고 선언했다. 블룸버그는 4월 발표한 '신에너지전망(New Energy Outlook) 2025'에서 “2024년 세계 CO₂ 배출량이 정점을 찍고 2025년은 구조적인 배출량 감소의 첫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세계 CO₂ 배출량이 처음으로 경기침체가 아니라 청정에너지 증가 때문에 줄어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래프를 보면 일부러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과 기존 정책을 바탕으로 예측한 시나리오(ETS· Economic Transition Scenario)에서도 2024년을 정점으로 CO₂ 배출량이 점점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다. NZS는 넷제로 시나리오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경제적 비용과 효율성만 따졌을 때도 이미 청정에너지가 화석에너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청정 전력기술의 보급, 운송을 포함한 최종 사용처의 전기화, 건물과 산업의 에너지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전 세계 CO₂ 배출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 최대 온실가스 배출국이었던 중국의 탄소 배출이 처음 줄었다는 뉴스도 나왔다. 이달 초 AFP 통신은 영국의 싱크탱크 '카본브리프'를 인용해 중국의 올해 1분기(1~3월) 전력 수요가 늘었음에도 탄소 배출은 줄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1분기 전력 수요는 지난해 동기보다 2.5% 증가했는데 태양광·풍력과 원자력 발전 비중이 늘어나 전력 부문의 탄소 배출이 5.8%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중국 전체의 탄소 배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 줄었다.

이유진 소장은 “독일은 1990년 대비 41%를 줄였고, 영국은 50%, 프랑스는 30%를 줄였다(2023년 자료 기준). 온실가스 최대 배출국이었던 중국은 지금 에너지 전환 속도가 제일 빠르다.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나?"
이 소장은 “넷제로는 화석에너지에 기반한 시스템을 완전히 다른 시스템으로 바꾸는 것이어서 정말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포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기후변화가 임계점을 넘으면 재난의 규모도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을 수 있다. 지금 온실가스 감축에 들이는 비용이 기후재난으로 인한 피해 비용보다 저렴하리라는 것이다.
2019년 유럽연합(EU)이 최초로 '탄소 중립 대륙'을 선언했고, 본격적으로는 2020년부터 전 세계가 탄소 감축을 시작했는데 그래도 5년 사이에 많이 바뀌었다. 이 소장은 “영국도 독일(2045년)도 중국(2060년)도 '탄소 제로 사회'로 가고 있다. 넷제로가 어렵더라도 가급적 달성 시기를 당기도록 노력하는 것이 지금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넷제로가 가능한지, 언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아직 논쟁 중인 것으로 보인다. 온실가스 배출량이나 향후 시나리오도 조사 기관이나 시기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난다.
첫째 현재의 과학기술 수준에서 넷제로가 가능한가? 많은 청정 기술들이 개발돼 있지만 비용이나 무관심 때문에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고 있다. 또 앞으로 더 많은 기술들이 개발되어야 한다. 둘째 많은 노력과 비용을 요구하는 넷제로 약속이 국제사회에서 지켜질 것인가? 이것은 우리의 선택과 행동에 달렸다. 점점 더 기후재난이 심각해지리라는 과학자들의 경고를 받아들인다면, 시민들이 각 국 정부에 약속을 지키도록 압력을 행사하고 스스로 그러한 소비를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넷제로와 탄소중립: 온실가스는 이산화탄소(CO₂),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등으로 구성된다. 다만 온실가스의 70%가 CO₂이기 때문에, 보통 전체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값으로 계산할 때가 많다. 따라서 넷제로와 탄소중립은 대개 같은 개념으로 사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