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줄었는데 부도설 반복…롯데건설 ‘숨은 빚’의 실체

에너지경제신문 입력 2025.12.04 11:21

2년 만에 PF 우발채무 절반 감소에도 신용등급은 오히려 강등
영구채·차환펀드 등 조치 “단기 안정 효과…구조적 개선은 한계”
책임준공 8조 원대·지방 미분양·후순위 PF 등 잠재 리스크 지속
“분양대금 회수·현장 현금흐름 정상화 없인 불안 해소 어려워”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서울 서초구 롯데건설 본사 사진=연합뉴스

롯데건설이 올해 재무지표를 개선했음에도 매년 '부도설'이 재발하는 악순환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발채무는 2년 새 절반 가까이 줄였지만, 신용등급은 오히려 내려가고 영구채 발행 등 재무조치도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꾸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책임준공 약정, 지방 미분양, 후순위 PF와 홈플러스 관련 위험 등 잠재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한 탓에 시장의 불신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해 PF 우발채무를 3조 원대까지 줄였지만 시장의 재무구조 우려는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 롯데건설의 PF 우발채무는 2022년 말 6조8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기준 3조6595억 원으로 감소했다. 이는 약 2조3000억 원 규모의 PF 차환 펀드 조성, 비핵심 자산 정리, 신규 PF 억제 등을 통해 단기 차환 부담을 낮춘 결과다.


그러나 신용평가기관은 잇따라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6월 롯데건설의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했다. 이후 롯데건설은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7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했지만 신평사들은 “콜옵션·금리 스텝업 구조를 감안하면 사실상 부채 성격이 강한 조달수단"이라며 “수년 뒤 다시 리파이낸싱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는 재무구조에 대한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책임준공 부담이 대표적이다. 롯데건설이 지난달 14일 제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회사가 PF와 관련해 제공한 신용보강(우발채무)은 3조5867억 원으로 감소했지만, 잠재적 채무로 인식되는 책임준공액수가 문제다.


분기보고서 기준 롯데건설은 정비 및 기타사업 29개 현장에서 책임준공 약정을 체결하고 있으며, 도급총액 12조3573억 원, 책임준공 약정금액 8조1448억 원, 관련 PF 대출잔액 7조598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기말 11조 원대에서 감소하긴 했지만 여전히 자기자본을 넘는 규모다.



책임준공 약정은 시공 계약 체결시 보증 차원에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일반적 관행이 돼 왔다. 공사가 잘 끝나고 대금이 납부되면 문제가 없지만 만약 부도가 날 경우 시공사가 공사비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부채가 될 위험이 있다. 경기가 좋으면 상관없지만 요즘처럼 미분양이 속출할 경우 잠재적인 채무가 될 수 있다.


지방 미분양과 현장 수금 지연도 발목을 잡고 있다. 같은 분기보고서에서 미분양건물 장부금액은 678억 원(전기말 691억 원), '미완성건물'을 포함한 재고자산 총액은 2조2542억 원으로 나타나 미분양 재고가 사실상 해소되지 못한 상태임을 보여준다. 일부 지방 복합 개발 사업장은 분양률 부진으로 초기 분양대금 회수가 늦어지고 있으며, 이는 시공비 회수 지연과 금융비용 증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여기에 후순위 PF도 잠복해 있다. 롯데건설은 홈플러스 점포 10여 곳의 점포에서 PF 보증을 제공하며, 이 가운데 후순위 보증만 8000억 원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홈플러스가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하면서 일부 점포는 임대료 연체·계약 해지 압박에 노출돼 있고, 이는 해당 PF의 현금흐름을 직접적으로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 같은 영향은 현금흐름 지표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롯데건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대형 주택사업장의 공사비 투입 증가와 지방 미분양 영향으로 큰 폭의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며, 순차입금도 단기간에 1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PF 우발채무 감소와는 달리 내부 현금창출력은 오히려 약화된 셈이다.



이러한 구조적 불안이 시장 심리를 흔들며 '부도설'이 재차 확산됐다. 롯데건설은 지난달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근거 없는 회생설이 유포되자 “당사 신용을 훼손하는 허위 사실"이라며 강력 대응 방침을 밝혔다. 2023년 레고랜드 사태 이후 지속돼 온 유동성 루머가 올해도 반복된 셈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이 책임준공·미분양·후순위 PF 등 구조적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문도 연세대 금융부동산학과 교수는 “PF 규모가 줄었다고 해서 위험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지방 미분양과 현장 수금 지연 등 핵심 리스크가 풀리지 않으면 책임준공·후순위 PF 부담은 그대로 남는다"고 말했다. 이어 “영구채나 차환펀드는 만기를 뒤로 미루는 조치에 불과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결국 분양대금 회수 정상화와 현장 현금흐름 개선이 선행돼야 실질적 위험이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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